[디지털산책] 블록체인이 가져올 '금융혁명'
지난 4월 26일 유명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가 블록체인(Block chain) 기업인 미디어체인랩(Mediachain Labs)를 인수했다. 스포티파이는 2013년부터 음악추천 앱,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광고추천 회사 등 음악보다는 최신 IT기술회사 인수에 많은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 아직도 저작권 관리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는 음악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은 저작권 관리, 수익 배분, 음원 복사 위변조 방지 면에서 혁신적인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 외에도 중앙 권력 기구나 중간 매개체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든 산업의 거래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산업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은행의 80%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컨설팅사액센추어(Accenture)는 블록체인 기술이 10대 투자 은행 중 8곳의 인프라 비용을 평균 30% 절감해 연간 80억~120억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바클레이스, UBS 등 40여개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는 'R3CEV'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한 마디로,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 기술로서, 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 중앙 서버가 아닌 P2P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따라서, 기존의 중앙 기관들이 수행하던 거래 승인과 정보 보관의 권한이 거래 참여자들에게 주어지면서 경제적 거래의 민주화가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공유경제, 특히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과 지향하는 가치가 너무도 닮아있다. 즉, 사업의 자본이나 대출을 기존 금융 기관이 아닌 개인들의 여유 자금으로 충당하도록 지원해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4가지 사업 영역으로 나뉜다. 작년부터 허용된 증권형, 가장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 대출형, 그 외 후원형과 기부형이다. 이 중에서 규모 면이나 사업 자금 모집의 성격에서 볼 때, 증권형과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집중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현재 증권형은 13개의 중개인(6개 겸업사, 7개 전업사)들이 사업 자금이 필요한 사업자(주식발행회사)에게 일정 규모의 개인의 투자금을 모아주는 서비스로서, 여전히 증권예탁결제원(증권 발행 및 보관)과 증권금융(투자금의 보관 및 송금)의 역할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거래를 개선하려면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의 역할 자체를 배제하거나 변경하여야 하므로 실행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대출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부동산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 자금을 대출해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PF)과 개인 신용대출 분야로 나뉠 수 있다. PF 부문은 여전히 대면 거래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P2P 금융 중개인 및 대부업자들이 아직도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없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개인신용대출 부문이 블록체인 기술이 적절하게 사용될 분야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기존의 증권 산업 제도와 관행이,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기존 사업자들의 변화 저항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이 지향하는 가치는 금융 거래의 민주화인 동시에, 여전히 안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가장 적합하면서도 상징적인 분야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기존의 금융 관행이 선뜻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인한 혁명적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WEF의 국제 경쟁력 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는 재무 시장 서비스 수준이 139개국 중 80위에 머물러 여러 지표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인들의 보수성은 오랫동안 미덕인 관행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점이 됐다. 금융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블록체인을 포함한 핀테크 기술과 금융 서비스 혁신에 참여해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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