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2017년 영국 총선 결과 분석과 향후 전망

이호승 2017. 6. 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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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과반의석 확보 실패.. '브렉시트' 표류하나
보수당 노년층 지지 하락 13석 줄어든 318석
노동당은 젊은층 지지 유도 30석 늘어 262석
어느 정당도 과반 확보 못한 '헝 의회' 발생
조기총선 역풍 '하드 브렉시트' 추진력 상실
'소프트 브렉시트'로의 선회 가능성도 제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메이 총리는 지난 8일 조기총선에서 보수당 과반의석 상실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총리직 위기에 내몰렸다가 간신히 살아났지만 총리 선호도에서 야당인 노동당 대표에게 역전을 허용한 여론조사가 처음으로 나오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보수성향 일간 더타임스의 의뢰로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리 선호도에서 메이 총리는 34%로 35%를 얻은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에게 뒤졌습니다.

지난 8일 실시된 총선에서 메이 총리의 보수당은 지금보다 13석 줄어든 318석을 얻는데 그친 반면 노동당은 30석을 더 얻어 262석을 가져갔습니다. 조기총선을 통해 현재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해 당내 입지를 강화하고 브렉시트(Brexit) 협상에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했던 메이 총리는 역풍을 맞은 셈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인 김종갑 박사는 보수당의 패인은 크게 네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첫째 보수당은 전통적인 지지세력인 노년층의 지지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노인요양서비스 축소공약은 노년층 지지표의 이반을 초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총선을 앞두고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민간인 테러도 보수당의 지지세 감소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에 재직했을 당시 경찰인력을 축소한 것이 현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습니다.

셋째 보수당이 그동안의 긴축재정, 공공서비스 감축, 실질임금 축소, 투자감소 등으로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패인이라는 지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동당의 대학 등록금 폐지와 같은 젊은 층 유권자의 지지를 유도하는 공약이 노동당의 선전과 보수당의 과반의석 확보 실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정당도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발생했습니다. '헝 의회' 출현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연정구성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일반적으로 '헝 의회'가 발생하면 과반 확보를 위해 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영국과 같은 다수제 하에서 유도되는 정당 체제에서는 연정파트너 선택의 폭이 제한적입니다.

거대 정당의 연정파트너가 될 수 있는 정당 중 스코틀랜드민족당과 자유민주당 등 일부 정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과의 연정은 의석수의 과반을 겨우 채우는 정도에 그치게 됩니다. 보수당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이념지형은 협소합니다. 과거 연정파트너였던 자유민주당은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에 반대하기 때문에 연정을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한 극우정당 인 영국독립당(UKIP)을 제외하면 북아일랜드 우파정당인 민주통일당이 대안적 연정상대로 논의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10석을 얻은 민주통일당과 연정을 구성할 경우 과반의석은 채울 수 있지만 불안정한 소수연정이 됩니다. 노동당의 경우 연정파트너 선택의 외연은 넓습니다. 스코틀랜드독립당이나 자유민주당, 신페인, 웨일즈민족당, 녹색당 등은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 기조에 반대하거나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노동당이 이들 정당과의 이익균형점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노동당이 이들 정당과 연대하더라도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정이 수립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김 박사는 브렉시트 협상에 나선 보수당의 총선 패배로 메이 총리가 주도하는 하드 브렉시트는 추진동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거결과는 브렉시트에 대한 강경노선이 불신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메이 총리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향후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고 하드 브렉시트에서 소프트 브렉시트로의 선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김 박사의 분석입니다.

김 박사는 "메이 총리는 민주통일당과의 소수정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와 무관하게 메이 총리의 2기 내각이 출범하더라도 하드 브렉시트의 정당성 약화로 노선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 김 박사는 "일각에서는 정치적 불안정이 기업의 투자와 가계지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영국경제의 둔화를 초래 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영국경제가 보인 회복력을 보면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회복에 특별히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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