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 임원들 朴재판서 조직적 증언거부..왜?

윤진희 기자 2017. 6.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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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진술 회피..'이재용 구하기' 시각 지배적
증언거부해도 형소법 조항따라 증거능력 인정가능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왼쪽)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오른쪽)가 26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6.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뇌물공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측 전직 고위임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조직적으로 증언을 거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의 재판에서는 인정했던 진술조서 및 신문조서에 대해서도 증언을 거부하는 등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검 측은 물론 박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에도 대응해야 하는 만큼 아예 증언 자체를 거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원천 차단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순실씨(61)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관계자들이 증언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검찰 측의 증인신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외관상으로는 박 전 대통령 뇌물 혐의와 관련이 있는 삼성 측 인사들의 증언거부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증언으로 인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 인사들 역시 “같은 사안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 증언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다”며 현행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삼성 측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증언을 거부하는 이유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아닌 다른 재판에서 상반된 진술이 나오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재판에서 한 진술과 어긋나는 삼성 측 인사들의 증언이 나올 경우 자신의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 증언거부해도 ‘특신 상태’ 인정으로 증거능력 인정가능성↑

이날 재판에 출석한 삼성 측 인사들의 증언거부가 문제되는 이유는 특검과 검찰이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하고자 하는 삼성 측 인사들의 진술 내용이 '전문증거'이기 때문이다.

전문증거는 해당 재판에 직접 출석해 진술한 것이 아닌 증거를 말한다.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내용을 진술한 원 진술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내용이 담긴 문서 등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적법하게 작성됐다는 사실을 밝히면 법적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한 삼성 측 인사들은 검찰 측 신문에 모두 증언을 거부하며 검찰과 특검에서 작성한 진술조서가 적법하게 작성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즉 검찰과 특검이 작성한 삼성 측 인사들의 신문조서를 재판 증거로 활용할 수 없도록 만든 셈이다.

한편으로는 삼성 측이 스스로 ‘전문증거’를 증거로 활용하기 전에 행사할 수 있는 ‘반대신문권’을 포기한 셈이 된다. 검찰과 특검의 조서 가운데 논리적 모순이 있는 부분 등을 공격해 증거의 증명력을 깎아 내릴 수 있는 방어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삼성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특검 측은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조서의 경우 본인이 증거 동의를 했기 때문에 증거거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본인들 재판에 증거로 활용하는 것을 동의한 증거들이기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 진술의 적법성(진정성립)을 증언해도 추가적으로 더 불리해질 것이 없는 상태"라며 증언거부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특검의 주장을 수용해 "이런 경우(추가적으로 불리해질 것이 없는 상황)에는 증인이 (자기 재판에 불리해져) 증언거부 할 사유가 있다는 것을 소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이 재판부가 요구한 사항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할 경우 당초 의도와는 달리 검찰과 특검의 조서가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형사소송법 315조(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서류) 3호가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한 문서"를 증거로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 측 인사들의 조직적 증언거부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검찰과 특검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신문조서 등을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한 문서' 즉 '특신상태'에 있는 문서로 보고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사정을 모를리 없는 유수한 변호인단의 법률지원을 받고 있는 삼성 측이 방어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 때문에 또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재판에서 삼성 측 인사들의 진술 내용을 뒤엎을만한 새로운 ‘물증’ 등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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