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글로벌 IT공룡' 재갈 물리나

백봉삼 기자 2017. 6.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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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빅데이터 수집 조사"..향후 대응 관심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국민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IT 기업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구글, 페이스북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국내 주요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IT 대기업의 정보 독점과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관심을 갖고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전 세계적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 공룡들에 대한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등은 기존 다국적 기업들과 달리 엄청난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이 직접 구축하지 않은 네트워크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는 점 때문에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그 동안 구체적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역차별 논란까지 제기됐다.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 역시 이런 상황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은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빅데이터 수집, 활용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국민 세금으로 구축한 통신망을 아무 비용 없이 활용해 정보를 싹쓸이하는 행태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발언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 국내 기업 간의 공정 경쟁 여건 마련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국내 인터넷 플랫폼 경쟁력 강화해야”

오래 전부터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한국 특유의 규제와 정책 때문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 특히 유튜브, 페이스북, 이베이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 국내 인터넷업계의 공통된 정서다.

이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데도 정책 당국은 수수방관해왔다는 불만도 적지 않게 쌓여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유럽이나 중국처럼 자국 산업을 보호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외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온 거 아니냐”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실제 시장 지표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강세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네이버와 카카오가 그나마 검색과 메신저 시장에서 자리를 지키며 명색을 유지할 뿐 이미 동영상, SNS, 전자상거래 시장은 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등 글로벌 기업에 넘어간 지 오래다.

이베이는 공정위가 업계 1, 2위인 옥션과 지마켓의 합병을 이례적으로 승인해준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며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확보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구글이 압도적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OS 점유율은 74%를 넘는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국내 매출 또한 4조4천656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1위를 굳건히 하고 있고, 페이스북이 유튜브를 쫓는 형국이다.

메조미디어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 매출 1위는 유튜브, 2위는 페이스북으로 조사됐다. SNS 사용자에선 페이스북이 앞선다. 지난 4월 앱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앱 사용량은 총 56억분으로, 국내 서비스인 밴드, 네이버 카페, 카카오스토리, 다음카페를 모두 합한 시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이제라도 이런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기대감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IT 강국이라고 불린 게 무색할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기업들의 공습으로 국내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의 위상이 급속히 떨어졌다"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의 시대에 글로벌 리더십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의 경쟁력이 확보돼야 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황과 달리 일본, EU 등에선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들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무차별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 일본-EU, 글로벌 공룡 전방위 견제

지난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의 빅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해 빅데이터의 공정경쟁에 대한 새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대기업이 지배적인 입장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모으거나 부당하게 활용하면 독점금지법으로 막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일본 공정위는 지난 1월부터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회를 가동해온 걸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 발전으로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자국 서비스는 관련 규제에 발목을 잡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과 구글 등은 일본 내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다른 자사 서비스에서 활용하며 일본 내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EU도 구글, 페이스북 등의 공세로부터 권역을 지키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 행정부격인 유럽연합집행위위원회(EC)는 지난 1일 7년 조사 끝에 구글의 쇼핑 검색 서비스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구글은 지난해 매출의 10%인 최대 90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전달한 사실에 대해 벌금 1억1천만유로를(약 1천350억원) 부과한다고 밝혔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공룡 기업에 대한 EU의 공격은 오랜 시간 동안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EU는 이들에 대해 반독점, 개인 사생활 보호, 탈세 이슈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온갖 규제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 IT 기업들의 기술들을 따라잡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대 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유럽연합기(사진=픽사베이)

특히 EU가 주 타깃으로 공격하고 있는 대상은 구글이다. EU는 2010년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구글이 자신의 서비스에 특혜를 주는 검색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경쟁자인 검색서비스 제공업자를 부당하게 대우했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이는 2014년 구글의 개선안을 받아들여 자진시정 합의로 종결됐다.

이 외에도 유럽 규제 당국은 2014년 '잊혀질 권리'와 관련한 개인정보 삭제 조치를 유럽에 이어 전세계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유럽의회도 검색 엔진과 다른 서비스를 분리하는 방안의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구글의 검색 독점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EU는 미국 IT업체들의 편법적인 절세 관행에도 칼을 뽑아 들었다. 영국의 경우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자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다른 나라로 이전할 경우 이전액의 25%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리는 이른바 '구글세'를 지난 2015년에 처음 도입해 구글에 1억3천만 파운드(약 1천900억원)의 세금을 징수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도 구글을 탈세 조사로 압박하면서 3억6천만 유로(약 3천8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아일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애플에 특혜를 줬는지 설명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자료. (사진=EC)

아일랜드도 EU의 압력에 못 이겨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다국적 기업에 제공하던 편법적인 절세 시스템을 202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유럽의 규제 행보에 올 초 뉴욕타임스는 "5억 명 규모의 유럽시장이 올 한해 IT 공룡들에게 축복이자 저주가 될 것"이라고 언급 했다. 이에 “구글의 가장 큰 적은 애플, 아마존이 아니라 유럽연합”이라는 말도 나온다.

■ 중국, 정부 비호 하에 구글·페북 추격

유럽과 달리 중국은 처음부터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발을 디딜 수도 없었던 불모지였다. 중국은 한국, 러시아와 함께 구글의 검색엔진이 제패하지 못한 유일한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감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Wall)을 통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 진출을 철저히 막고 있다. 최근에는 만리장화벽을 우회해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 기술 기반의 서비스까지 불법화해서 해외 서비스 접속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이는 사회 체제 유지와 국가 안보를 위해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을 키우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중국 정보의 비호 하에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급성장하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만리장화벽을 우회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 기술 기반 서비스까지 불법화해 해외 서비스 접속을 원천 차단.

미국 벤처투자사 클라이너 퍼킨스는 지난 달 31일 발표한 '2017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위 순위에 중국 기업 7곳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12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특히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 대상의 시총 순위에서도 각각 9위와 10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른바 'F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구글) 등 4개사 주가가 올해 들어 20%를 넘은 상승률을 보인 데 비해, 알리바바와 텐센트 주가는 40% 이상 오르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중국 ICT 기업 동향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제조업의 성장 속도가 계속해서 둔화되자 ICT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판단 '국가정보화발전전략' 등 다양한 ICT 육성정책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더불어 구글, 트위터와 같은 해외서비스를 차단하는 만리방화벽 구축 등 자국 기업에 대한 배타적 정책지원을 통해 자국 내 기업들의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7억 명이 넘는 인터넷 인구를 보유한 매력적인 시장을 기반으로 철저히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유일하게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견제할 수 있는 기업들을 키워낸 것이다.

■ 인도 일부 규제에 구글·페이스북도 멈칫

작년 2월 인도 통신규제국은 프리베이식이 일부 서비스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망중립성'에 어긋난다며 서비스를 중단 시켰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터넷 이용자를 자랑하며 차세대 블루 오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인도 또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격전지가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인도 또한 안보 및 자국 산업 보호 등을 내세운 규제를 들이대며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주춤거리게 한 바 있다.

구글은 지난해 인도에서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안보 이유로 거절당했다.

페이스북도 '프리베이식'이라는 무료 인터넷 서비스 시범 사업을 야심차게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인도 통신규제국(TRAI)은 프리베이식이 페이스북을 포함한 일부 서비스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망중립성'에 어긋난다며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이에 페이스북은 방향을 전환해 프리베이식 대신 인도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저가 와이파이 보급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경쟁력을 갖춘 자국 산업을 기반으로 향후 인도 경제를 견인할 대안을 찾기 위해 자국 기업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 인도네시아 정부, 구글 세금 추징…페북·애플 긴장

인도네시아 세무 당국은 구글이 인도네시아에서 올린 매출 전액을 싱가포르에 귀속시키는 수법으로 2015년에만 약 900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고 주장.

중국과 인도, 미국에 이어 2.5억 명이라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자국 인구 중 30%만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가운데 빠른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터넷 사용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인니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맞서 발 빠른 규제에 나섰다.

지난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의 체납세 추징 협상이 1년여 만에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세무 당국은 구글이 인도네시아에서 올린 매출 전액을 싱가포르에 귀속시키는 수법으로 2015년에만 1조 루피아(약 900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글 측에 세무자료 열람을 요구했는데, 구글이 이를 거부하면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

이번에 알려진 구글의 체납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지 전문가들은 구글을 포함한 다국적 IT 기업들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압력이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봉삼 기자(paikshow@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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