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곡으로 꾸민 국내 첫 헌정 공연
-국내서 열리는 첫 헌정공연이다. 감회가 어떤지.
▷남다른 기분이다. 옛날부터 내 곡을 훌륭히 연주해준 김선욱과 함께라 더욱 그렇다.
-한국 클래식 시장에서 현대음악은 팬층이 얇다. 아쉬움은 없나.
▷정도의 차이일뿐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베토벤, 바그너 시대에도 동시대 음악은 낯설게 인식됐다. 작품의 가치가 널리 이해되려면 몇십, 몇백 년 시간이 필요하다. 작곡가 중 살아 생전 인기를 누린 사람은 드물다.
-작곡 과정이 궁금하다. 즐거운 작업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즐거움은 없다. 텅 빈 오선지를 쳐다보고 있으면 기가 팍 막힌다. 대단히 무미건조한 일이다. 나의 작품에 완벽히 만족하는 경우도 없다.
-베를린필, 런던심포니 등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이 연주해줄 때에도 만족이 안 되나.
▷물론 100%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런 훌륭한 악단들의 연주를 들으면 작곡가로서 일하는 보람은 느낀다. 베를린필, 보스턴심포니도 그랬고 얼마 전 독일 쾰른 페스티벌에서 서독일방송교향악단과 김선욱의 연주도 너무나 좋았다. 김선욱은 대단히 깊이 있는 피아니스트다.
-그런데 텅 빈 오선지라니, 혹시 손으로 악보를 그리나.
▷나는 구세대라 손으로 안 쓰면 곡을 못 쓴다. 펜을 쥐고 음표 하나를 찍을 때마다 거기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 요즘은 컴퓨터로 휙휙 작곡을 한다지만, 음표 찍는 속도와 생각이 돌아가는 속도가 다른 건 안 좋을 것 같다.
-영감의 원천이 무엇인가.
▷생활하며 느끼는 모든 것. 책도 읽고 남이 쓴 음악도 많이 듣는다. 요즘에는 물리학에 관심이 많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독일의 물리학자)의 자서전을 얼마 전 주문했다. 지난해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서 선보인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도 이런 흥미에서 나왔다.
-당신 같은 작곡가가 되기를 꿈꾸는 음악도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작곡가의 삶이 어떤 것인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길 바란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작곡을 하려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여자라면 특히. 남들 다 하는 일상을 누리면서 작곡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중학생 아들을 둔 워킹맘이시지않나.
▷작곡가로서 어느정도 커리어를 이룬 뒤 결혼을 하고 나이 마흔에 아이를 가졌다. 음악가였던 남편은 이제 '올인'해서 내 일만을 돕는다. 일반적인 결혼생활과는 많이 다르다.
-언제부터 작곡가를 꿈꿨나.
▷어릴 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형편상 레슨을 못 받아 중학교 때 작곡으로 돌렸다. 독학으로 작곡을 하다 삼수를 해서 서울대 작곡과에 들어갔다.
-취미가 있나.
▷운전과 요리를 즐긴다. 젊을 땐 옷 만드는 것도 좋아했다. 내가 입을 옷을 직접 만들어 입고 다니기도 했다. 패션쪽으로 나갔으면 더 잘 풀렸을지도 모르겠다.(웃음)
-목표가 있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쓰는 것. 죽는 날까지 말이다.
공연은 7월 1일 롯데콘서트홀. 진은숙 음악에 정통했다는 평을 받는 이스라엘 출신 일란 볼코프가 지휘봉을 잡는다.
[오신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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