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아이들, 꿈의 상자를 열다 ① 남해초등학교 축구부의 기적을 아시나요?

2017. 6. 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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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초등학교 5학년 재혁이는 오늘도 축구일지를 씁니다. 축구부 활동을 시작하고 부모님, 감독님과 손가락 걸고 맺은 가장 중요한 약속입니다. 그날 경기에서의 플레이가 실망스러워도, 축구부 훈련 후 몸이 지쳐도 축구일지만큼은 꼭 씁니다. 감독님이 이야기 하셨거든요. 

“축구일지 안에 쓰는 건 너희들의 꿈과 미래야. 그러니까 매일 빠지지 말고 마음 안에 있는 것들 것 표현해야 해.”

재혁이만이 아닙니다.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40명의 아이들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시사철 언제나 푸른 바다와 산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섬. 그래서 보물섬이라고 불리우는 남해군에서도 남해초등학교 축구부는 아주 큰 자랑이죠. 인구 4만5천명의 작은 군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초등학교 축구부를 배출했으니까요. 

초등리그 경남 서부 권역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올해도 7전 전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어요. 2016년은 남해초등학교 축구부가 가장 큰 경사를 맞은 해였습니다. 칠십리배 춘계 전국 유소년축구연맹전과 화랑대기 전국 초등학교 축구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가장 기뻤던 건 강원도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 우승이었어요.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 하나가 돼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달성했답니다. 남해군이 이뤄 낸 최초의 전국소년체전 우승이자 27년 만의 경남 대표 우승이었어요. 남해군의 경사라며 돌아오던 날에는 카퍼레이드가 벌어지기도 했답니다. 

올해로 창단 19년째를 맞는 남해초등학교 축구부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박진희 감독님이 17년째 이끌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22살이던 2001년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학 무대에서 좌절한 뒤 축구를 그만두려 했던 감독님은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고향으로부터 온 전화 한통에 인생의 길이 바뀌었습니다. 전임 감독님이 병환으로 더 이상 맡기 어려워진 창단 2년차의 남해초등학교 축구부를 맡아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얼떨결에 지휘봉을 잡았지만 아는 것도 적었고, 도와주는 이도 없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바쁜 농어촌. 축구를 하겠다는 아이도, 시키겠다는 부모님도 적었습니다. 7명의 선수와 함께 시작한 감독님은 막막함 속에도 포기하지 않고 팀을 이끌었습니다. 감독님의 첫 승은 부임 5년 만에 달성했다고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모은 감독님은 진심과 친근함으로 접근했습니다. 남해군은 상대적으로 결손가정이 많은 지역이고 빈부격차가 심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감독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축구부만큼은 차이도 차별도 없이, 공평한 기회를 얻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쉬는 날에는 축구부 버스를 몰고 인근의 진주시로 아이들과 함께 나갑니다. 열심히 축구 하는 만큼 신나게 놀고 싶은 아이들에게 영화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에서 카약을 타고, 낚시도 함께 합니다. 이런 친근한 감독님이 또 있을까요?

그렇게 마음을 열며 모인 남해의 보물 같은 아이들은 감독님을 통해 축구로 꿈을 펼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김도혁(인천 유나이티드), 박동진(광주FC), 김동현(포항 스틸러스), 장성재(울산 현대) 등 남해초등학교 출신의 프로 선수들이 탄생하며 자부심이 됐습니다. 김도혁 선수는 겨울 휴가 때면 항상 학교를 찾아와 개인 훈련을 하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다 줄 정도입니다. 도혁이 삼촌 같은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히는 아이들도 여럿 있습니다.

이제는 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며 타지에서 이 학교로 찾아오는 아이들까지 생겼습니다. 그렇게 40명의 축구부원은 감독님, 5명의 코치님과 함께 더 큰 꿈을 만들어갑니다. 감독님은 항상 강조합니다. 축구를 잘하는 것만큼 인성이 중요하다고. 인내심과 의지력이 있다면 설령 축구를 잘 못 해도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고. 

그래도 보물섬 아이들에게 아직은 축구가 가장 큰 꿈입니다. 

“저는 공을 잘 막는 골키퍼가 되고 싶습니다.”

“메시처럼 주목 받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호날두처럼 드리블을 잘 하는 선수가 될 거예요.”

“우리나라를 빛낼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축구 선수가 될 거예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돼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축구를 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이 아이들에게 5월의 어느 날 소중한 꿈 하나가 배달됐습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고심 끝에 아이들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보물섬의 아이들이 열게 된 꿈의 상자. 그 안에 담긴 선물은 무엇일까요? 

<6월 27일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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