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물부족 극심해 주민들끼리 물다툼 하다 '이웃사촌 정'에 균열
서산 인지면서는 주민 항의에 관정 개발포기, 충북 옥천군 주민도 관정개발 반대
강원 춘천서는 마을 공동 집수정 물을 몰래 농사용 사용하자 주민간 다툼
춘천시 "가뭄으로 지자체가 주민간 갈등 중재까지 하는 처지"라며 하소연
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에서 관리하는 이 지역 대형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10%대 초반이다. 사실상 용수공급 기능을 거의 상실해 관정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최근에는 서산시가 인지면에서 저수지에 대형 관정개발을 통해 물을 채우려 했으나 주민들이 “지역 관정이 말라버린다”며 반대해 관정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서산시 성연면 한 마을에서는 관정 굴착 장소 선정 문제로 주민과 갈등을 빚던 이장이 그만둔 일도 있었다. 이문구 서산시 인지면장은 “가뭄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이 물 문제로 예민해진 상태”라며 “근본적인 가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산시는 24억6000만원을 들여 가뭄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소형 관정 150공과 중·대형 관정 19공을 개발 중이다. 이에 따라 관정개발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관정을 뚫는 업체도 곤란한 상황이다. 배만준(45) 거산지하수 대표는 최근 충북 청주ㆍ괴산 지역 농가들의 요청으로 소규모 관정을 뚫으러 갔다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배 대표는 “이미 개발한 관정 옆에 신규 관정을 뚫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현장에 가보니 농가들이 장비 진입을 막고 서 있었다”며 “한 동네 주민들이 지하수 확보를 위해 다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상수도가 없는 작은 농촌 마을에서는 물 확보 문제로 이웃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의 한 마을에서는 최근 물 문제로 주민들 간의 다툼이 잦아졌다. 이 마을은 60가구 주민은 30t 용량의 집수정에 물을 담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하지만 가뭄으로 집수정에 물을 대는 샘물의 양이 크게 줄면서 생활용수가 턱없이 부족해졌다. 여기에 일부 주민이 밭작물이 말라죽는다며 새벽 시간 몰래 집수정 물을 농사에 활용하면서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자 춘천시는 이 마을에 매일 5~15t의 물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 이모(62)씨는 “먹는 물조차 부족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부 주민들이 밭에 몰래 물을 줘 한동안 다툼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춘천시 서면의 또 다른 마을도 물 부족으로 주민들 간의 갈등이 잦은 곳이다. 이 마을이 역시 60여 가구가 하천의 물을 50t과 30t 크기의 집수정에 담아 생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하수 관정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 곳으로 가뭄 때면 물 확보 전쟁이 빈번한 곳이다. 이곳 역시 일부 주민들이 농작물에 물을 주면서 주민들 간의 다툼이 반복되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가뭄때문에 지자체가 주민간 갈등 중재까지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서산·옥천·춘천=김방현·최종권·박진호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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