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계 큰별 진은숙 "수년간의 고통 잊고 음악에만 몰입할 것"

입력 2017. 6. 26. 09:08 수정 2017. 6. 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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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음악 이외의 다른 부분들을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진은숙은 2004년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를 비롯해 아놀드 쇤베르크상(2005), 피에르 대공재단 음악상(2010) 등 최고 권위의 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현대음악계 큰 별로 자리매김한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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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상임작곡가·공연기획자문 겸직.."서울시향 여전히 문제없다"
내달 1일 롯데콘서트홀서 특별 공연..11월 베를린필 위촉곡 초연 앞둬
인터뷰하는 진은숙 작곡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사무국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6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음악 이외의 다른 부분들을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세계 현대음악계를 주도하는 작곡가 중 하나인 진은숙(56)은 최근 몇 년을 인생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로 꼽았다.

진은숙은 2004년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를 비롯해 아놀드 쇤베르크상(2005), 피에르 대공재단 음악상(2010) 등 최고 권위의 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현대음악계 큰 별로 자리매김한 작곡가다.

국내에서는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로 10년 넘게 활동해왔지만, 박현정 전 대표와 직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촉발된 일명 '서울시향 사태'로 그 역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작년부터 서울시향 공연기획자문까지 겸직하고 있는 진은숙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복잡한 문제들과 조금 거리 두기를 한 채 해야 할 일들에만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은숙과의 일문일답.

-- 서울시향 직원들과 박현정 전 대표 사이의 맞소송전이 최근 검찰의 잇단 무혐의 처분으로 정리돼가는 것 같다.

▲ 아니다. 정명훈 전 감독, 박 전 대표 등을 둘러싼 명예훼손 건 수사가 남아있다.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데 벌써 누군가에게 면죄부를 주는 식의 언론 기사들이 불편하다.

-- 서울시향 사태로 정명훈 지휘자가 사퇴하는 등 혼란스러운 시기가 이어졌다. 진 작곡가에 대한 여러 경로의 공격도 이어진 것으로 안다.

▲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게 됐다.(웃음) '내가 그만두는 게 답인가' 고민했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향이 그간 쌓아온 음악적 성과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할 거다. 그러나 떠나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날로 미련없이 그만둘 것이다. 예전에는 매일 '내가 오늘 죽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매일 '내가 오늘 당장 서울시향을 떠나야 한다면 시향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 작년부터 상임작곡가 이외에 공연기획자문 역도 맡고 있는데.

▲ 지난 10여 년간의 프로그램을 다시 분석했다. 레퍼토리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전주의 음악 중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작품이 조금 더 자주 연주돼야 한다고 판단된다. 드뷔시나 스트라빈스키 등 20세기 초반 작곡가의 연주도 조금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 상임 지휘자 부재 속에서 서울시향 연주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들린다.

▲ 연주 퀄리티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새 지휘자를 선임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 단원 오디션 등이 정지된 부분은 있다. 예전보다 객석이 비었다는 이야기들도 들리지만, 올해 공연 횟수가 더블로 늘어난 점을 고려해야 한다.

-- 서울시향에서 2006년부터 국내에 동시대 클래식 음악의 경향을 소개하는 현대음악 연주회 '아르스 노바'를 이끌어오고 있다.

▲ 최근 10주년을 기념하는 책자를 발간했다. 향후 꾸려나가야 할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도 갖고 있다. 현대음악이 분명 듣기 편하고 쉬운 음악은 아니다. 그러나 호기심을 갖고 더 다양하고 낯선 곡을 듣고자 하는 관객들도 분명 존재한다. 앞으로의 '아르스 노바'는 지금보다도 더 새롭고 더 과격해질 것 같다.

-- 해외 유명 단체와의 작업 스케줄도 빼곡하다.

▲ 일단 올해 11월 베를린 필에서 위촉한 작품이 사이먼 래틀 지휘로 초연된다.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작으로 영국 로열 오페라에서 '거울 뒤의 앨리스'도 작업하고 있다. 7월 1일 롯데콘서트홀 무대는 내 작품으로만 꾸며진다. '피아노 협주곡'과 '에튀드' 1·2·5번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연주할 예정이라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피아노 협주곡'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BBC뮤직매거진상', '국제클래식음반상'을 받은 곡으로, 당시 음반에 참여했던 협연자가 김선욱이다)

인터뷰하는 진은숙 작곡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사무국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6 scape@yna.co.kr

-- 작곡가로서 창작 시간과 집중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 활동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너무도 외롭고 고독했지만, 작곡에만 몰입했던 20년 전이 그리울 때도 있다. 아무도 날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정말 행복했다. 언젠가 다 그만두고 작곡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예술적인 영감이나 환기가 필요할 땐 어떻게 하는지.

▲ 요리를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는다. 작곡이 잘 안 풀릴 땐 바흐의 푸가 등을 연주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평생 한 가지에만 몰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정말 즐겁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을 창시한 하이젠베르크와 관련한 영상을 봤는데, 정말 마음이 행복했다. 단순해 보여도 평생 자신의 본업에만 충실한 '진짜'의 삶을 사는 사람이 흔치 않다.

-- 작곡할 때마다 자신이 벌레가 된 듯한 초라함을 느낀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여전히 그런가.

▲ 점점 더 그렇다. 작곡할 때마다 느끼는 지옥에 다녀오는 것 같은 고통은 이 세상 어떤 영광으로도 보상이 안 된다.

-- 그래도 작곡을 계속하는 이유는

▲ 배운 게 이것밖에 없다.(웃음) 내 일은 이것뿐이다.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 이상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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