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칠레 발목 잡은' 호주, 탈락에도 투지 빛났다

입력 2017. 6. 26. 06:21 수정 2017. 6. 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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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칠레전 1-1 무승부. 슈팅 11대13, 점유율 47대53으로 선전. 코너킥에선 5대1로 우위. 호주, 전반에만 파울 10회와 옐로 카드 4회 수집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호주가 칠레와의 2017 FIFA 컨페더레이션스 컵(이하 컨페드컵) B조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투혼을 펼치며 1-1 무승부를 거두었다.

비록 호주는 2무 1패와 함께 컨페드컵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최종전에서 호주가 보여준 투지는 단연 눈에 띄었다.

앙게 포스테코글루 호주 감독은 칠레전에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전 2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마크 밀리건은 스리백의 일원으로 나섰다. 좌우 측면은 아지즈 베히치와 로비 크루스가 책임졌다. 크루스는 지난 카메룬전에 스리톱으로 선발 출전했던 공격 자원이다. 토미 유리치와 함께 주장이자 베테랑 팀 케이힐과 제임스 트로이시가 스리톱을 형성했다. 기본 포메이션은 3-4-3이었으나 공격 자원만 4명을 가동하면서 사실상 4-2-4 전술을 가동한 호주였다.

사진캡처: Kicker

호주는 수비수 숫자 부족 문제를 강도 높은 전방 압박과 파울을 불사하는 거친 플레이로 대체했다. 실제 호주는 전반에만 10회의 파울을 저질렀고, 옐로 카드 역시 4장을 수집했다.

특히 이 경기를 통해 센츄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케이힐의 투지가 단연 눈에 띄었다. 만 37세의 노장으로 더 이상 예전만큼 왕성한 활동량이나 민첩성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케이힐은 57분을 소화하는 동안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파울을 저지르며 헌신적으로 압박을 감행했다. 

호주가 거칠게 나서자 칠레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드리블 돌파 시도도 평소보다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호주의 헌신적인 전방 압박과 거친 플레이는 선제골로 이어졌다. 41분경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의 골킥이 다소 강하게 중앙으로 향하면서 샤를레스 아랑기스가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걸 수비수 트렌트 셰인스버리와 크루스가 동시에 에워싸면서 가로채기에 성공했고, 곧바로 이어진 역습 찬스에서 크루스의 패스를 트로이시가 골문 바로 앞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센스 있는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육탄 방어도 불사한 호주였다. 호주는 전반 종료 직전 아르투로 비달에게 헤딩 슈팅을 허용했으나 밀리건이 몸으로 막아냈고, 흐른 공을 골대 근처에서 또 다른 수비수 라이언 맥고완이 몸을 날려 걷어냈다. 

다급해진 칠레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측면 미드필더 푸엔살리다와 중앙 미드필더 아랑기스를 빼고 측면 공격수 마틴 로드리게스와 공격형 미드필더 파블로 에르난데스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 강화에 나섰다. 반면 호주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 문제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칠레가 동점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67분경 칠레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가 헤딩으로 밀어준 패스를 교체 투입된 로드리게스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연결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실점을 허용한 장면에서도 호주 수비수 셰인스버리가 뒤에서 태클을 구사하면서 로드리게스의 슈팅을 괴롭혔다. 

이후 양 팀의 경기는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고,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아시아 챔피언 호주가 남미 챔피언 칠레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호주에게 일격을 맞은 칠레는 B조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으면서 준결승전에 '유럽 챔피언' 포르투갈을 상대하게 됐다.

비단 결과만이 아닌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호주는 칠레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다. 점유율(47대53)은 물론 슈팅 숫자(11대13)에서도 칠레에 살짝 밀린 호주였다. 도리어 코너킥에선 5대1로 우위를 점했다. 

물론 세세하게 따져보면 칠레가 호주보다 한 수 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산체스와 비달은 다른 선수들과 수준 자체가 다른 기량을 과시했다. 즉 호주 선수들의 투지가 선수 개개인의 기량 차이에도 경기를 대등하게 끌고 갔다고 할 수 있겠다. 핵심 수비수 셰인스버리는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펼치다 부상을 당해 72분경 이안 라이트로 교체됐다. 맥고완은 80분경 눈두덩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으나 붕대를 감은 채 끝까지 경기를 소화했다.

비록 호주는 칠레전 무승부에 그치며 2무 1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으나 컨페드컵은 어디까지나 월드컵 본선을 앞둔 예행 연습에 불과하다. 패하더라도 잘 싸우고 패하는 게 중요하고, 탈락하더라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개최국 러시아는 멕시코와의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베테랑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의 골키핑 실수로 역전골을 허용한 데 이어 유리 치르코프가 퇴장을 당하면서 자멸하고 말았다. 이런 식의 탈락은 팀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호주는 실험적인 전술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통해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도 2-3으로 석패했고, 최종전에선 남미 챔피언 칠레의 발목을 잡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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