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우체국·공장 터에 쇼핑몰.. 쇠락한 도심 살렸다

후쿠오카·도쿄=이혜운 기자 2017. 6.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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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시재생 현장을 가다]
- 쇼핑몰 '깃테' 1년간 1390만명 방문
우정그룹, 민간회사와 함께 지어.. 폐점 후에도 조명.. 밤거리 밝혀
- 복합쇼핑몰'캐널시티'
가네보, 공장 이전 부지 개발.. 호텔·영화관·상업시설 들어서
日 성공한 재개발 사업으로 평가

지난달 26일 일본 후쿠오카(福岡)시 하카타(博多)역. 역사 오른쪽엔 '깃테(KITTE)'라고 불리는 지하 1층~지상 11층 연면적 6만4000㎡ 거대한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입구에 있는 하트 모양 '에인절포스트(우체통)'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공용 화장실과 널찍한 휴식 공간이 나타났다.

일본 도쿄 서쪽에 있는 후타코 다마가와(二子玉川)의 복합 쇼핑 문화 공간‘라이즈몰’(왼쪽)과 후쿠오카 중심에 있는‘캐널 시티’(오른쪽). 최근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와 구도심 쇠락으로 슬럼화되는 공간을 쇼핑몰로 재개발해 도시 재생을 노리는 시도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후쿠오카·도쿄=이혜운 기자

깃테가 일반 쇼핑몰과 다른 점은 일단 1층에 화장실을 뒀다는 점. 많은 쇼핑몰이 임대료가 가장 비싼 1층엔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는다. 또 깃테는 보통 쇼핑몰에선 70%까지 차지하는 의류 매장 비중을 40%까지 줄였다. 대신 지하 광장에 비상식량과 담요 등을 갖춘 피난 시설을 만들었고, 1~2층 외부 조명은 문을 닫은 뒤에도 환하게 켜놓아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활보하도록 배려했다.

깃테(切手)는 일본말로 우표라는 뜻. 원래 우체국이 있던 자리에 쇼핑몰을 세웠다. 단지 쇼핑 공간만을 추구한 게 아니라 '후쿠오카 시민들의 좋은 휴식 장소'를 표방하면서 후쿠오카시와 일본 우정(郵政)그룹이 쇼핑몰 운영 회사 마루이와 함께 쇼핑몰을 지었다. 우체국 건물이 너무 낡아 방문객이 거의 없고 인근이 슬럼화되자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하나로 '깃테'를 만들었다. 깃테 측은 "지난해 4월 문을 연 후 1년 만에 연매출 160억엔, 방문객 수 1390만명을 기록했다"며 "당초 목표 150억엔·1000만명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오카 도시공간정보행동연구소는 "깃테가 문을 열면서 주말에도 하카타역 주변을 방문하는 사람이 1일 평균 약 1만명이 추가로 늘어났다"며 "하카타역이 후쿠오카 시내 중심지인 텐진 지구에 맞먹는 번화가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쇼핑몰 재건축으로 도시 활력 되살려

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에 따라 구(舊)도심이 쇠락하면서 일부 공간이 낡고 버려지게 되자 이를 쇼핑몰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가 활발하다. 하카타역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캐널시티'도 대표적 성공 사례다. 후쿠오카 3대 관광지인 이곳은 화장품 회사 가네보가 공장 이전 부지 3만5000㎡을 복합쇼핑문화공간으로 개발한 곳으로, 연면적 25만1940㎡에 호텔, 영화관, 상업 시설, 운하 등이 들어서 있다. 중앙에 있는 180m 인공 운하를 따라 170개 매장이 들어서 있다. 캐널시티 관계자는 "처음 개발에 들어갈 때 일본 서부 지역 최대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며 "10년이 지난 지금은 성공한 재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도쿄 서쪽에 위치한 후타코 다마가와(二子玉川)의 '라이즈몰'은 1980년대부터 인근 관광 시설들이 폐장하며 활기를 잃던 지역이었다. 2000년대 중반 상인들이 부지 주인인 도큐그룹에 요구해 쇼핑몰·레지던스·사무실 등이 들어서는 재개발이 진행됐다. 계획 면적은 11만2000㎡. 2011년 1차로 문을 연 이후에는 방문객이 1829만명을 돌파했고, 2015년 2차 개점을 한 후에는 지난해 방문객이 3121만명에 달했다. 전년 대비 101.1% 증가한 숫자다. 이로 인해 후타코다마가와역 하루 승하차 인원도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한국도 쇼핑몰 통해 도심 재생 시도

한국에서도 쇼핑몰 재개발 프로젝트로 도심 재생 효과를 거두려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은 개점 이후 20일 만에 매출 180억원, 방문객 수 50만명을 기록하며 문정동 상권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개점 전에만 해도 로데오거리 상인들이 가든파이브점이 상권을 더 위축할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며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 들어선 백화점 대구신세계도 마찬가지다. 대구뿐 아니라 부산 등에서 방문객이 몰려들며 개점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1000만명이 넘어섰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대구 신세계 인기로 KTX와 SRT(고속철도)의 승하차 인원도 83% 증가했다"며 "대구 안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동구 상권이 활기를 띠고, 대구 시내 숙박 시설 이용객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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