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단일팀 만들자는데 .. 출전권 딴 북 선수 한 명도 없어

김식.박린 2017. 6. 2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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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대회 7개월 앞두고 제안
단체 경기도 한국 선수들 기량 앞서
4년 준비한 선수 빠지는 것도 논란
북 장웅 "남북 약속으로 될 일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공연을 마친 북한 태권도시범단을 격려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 둘째는 북한 이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할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평창 올림픽을 7개월 앞둔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참여를 환영하며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 우승)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8강)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계는 물론 해외에서도 남북 단일팀 구성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①북한, 세계 수준과 큰 격차=북한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는 한 명의 선수도 내보내지 못했다. 출전할 기량이 안 돼서다. 스키·피겨스케이팅·쇼트트랙·아이스하키 등 15개 종목에 10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도 출전권을 확보한 북한 선수는 현재 한 명도 없다. 한명섭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피겨 스케이팅 페어와 쇼트트랙 등 일부 종목의 경우 기회가 남아 있지만 북한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과 북한이 지난 4월6일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당시 한국이 3-0 완승을 거뒀다. [중앙포토]
②“한국 선수 희생 요구한다”=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을 예로 들며 단일팀 구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종목에서 한국의 경기력이 훨씬 우세하다. 북한은 지난 4월 한국에 0-3으로 완패했다. 더구나 남북 선수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체 엔트리(23명) 중 일부를 북한 선수로 채운다면 그만큼 한국 선수들이 대표팀을 떠나야 한다. 대표팀 공격수 한수진(29)은 “우리 선수들이 평창만 바라보고 6~8년 동안 준비했는데 전력 강화도 아닌 정치적 이유로 단일팀을 추진한다니 화가 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수진은 평창올림픽 출전 꿈을 위해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했다. 정치적인 논리로 선수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중앙포토]
③국내외 여론도 부정적=한 포털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여러분의 의견은’이란 설문조사에서도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의견이 89.6%(25일 현재)나 된다. 한국 대표팀 엔트리 23명을 유지하면서 북한 선수 5~6명을 추가하는 방안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청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당장 외국 팀들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캐나다와 단일팀을 구성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라는 것이다.

④북한 선수 들러리 논란 우려도=쇼트트랙 등 일부 종목의 경우 IOC에 특별 요청을 통해 와일드카드로 북한 선수들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한국 선수 130여 명에 북한 선수 5~6명이 가세한 남북 단일팀이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미국·일본·러시아 등 경쟁국들이 이에 수긍할지도 미지수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서울대 강사)는 “남북 단일팀은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극소수의 북한 선수만 나온다면 들러리에 그칠 텐데 북한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마치 ‘가장 행렬’처럼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사진 평창올림픽 조직위]
⑤북 마식령 스키장, IOC 요건 충족 미지수=도 장관은 남북 분산 개최를 위해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올림픽 경기장으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2014년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이 IOC가 요구하는 눈 두께(1m20㎝)나 표고차(800m), 설질(雪質) 등의 요건을 충족할지 점검해봐야 한다. 올림픽 경기장은 최소 1년 전 테스트 이벤트를 열고 시설 점검을 마쳐야 한다. 지난해 1월 개장한 정선 알파인 스키장 등 평창 올림픽 코스는 이미 테스트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장웅 북한 IOC위원(오른쪽 )이 지난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참석했다. 장웅 위원은 "평창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과 분산개최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⑥외국 선수들이 북한서 경기할까=외국 선수들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 가서 경기를 하려고 할지도 알 수 없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북한에 대단히 부정적인 미국이 이번 제안을 혹평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장웅(79) IOC 위원도 “1991년 탁구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회담을 22차례나 했다. 다섯 달이나 걸렸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며 "남북이 약속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올림픽 전문가로서 볼 때 조금 늦었다. IOC가 개입해야 한다. (오는 29일) 토마스 바흐(64·독일) IOC 위원장이 한국에 오면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북한 지역을 거쳐 남한으로 오는 성화봉송 행사는 남북 합의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단일팀 구성과 공동 개최는 남북한이 정치적으로 대타협을 한다 해도 국내외에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식·박린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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