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고리원전1호기 탈핵 결정까지, 民民갈등 극복이 가장 힘들었다"

이은지 2017. 6. 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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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2006년 5월부터 탈핵 운동 전개
운동 시작한지 11년만에 40년된 고리원전 1호기 폐로 결정 이끌어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탈핵 운동 탄력..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이끌어낼 것
최수영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이은지 기자
11년간의 탈핵 운동, 4번의 장례식, 탈핵 운동의 기폭제가 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

지난 19일 부산시 기장군에서 진행된 고리원전 1호기 퇴역식 행사에 참가한 최수영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46)은 누구보다 깊은 감회에 젖었다. 탈핵 운동을 펼친 지난 11년간 겪은 일들 때문이었다. 이날 다섯번째 '원전 장례식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고리원전 1호기 폐로 운동을 마무리했다.

최 위원장은 “여론이 정부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생생한 사례”라며 “인센티브를 주면서 주민 동의만 구하면 원전을 지을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더 연장할지 결정하기 1년여 전인 2006년 5월 최 위원장은 부산환경운동연합을 주축으로 반핵부산시민연대를 결성하고 탈핵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최 위원장은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터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고리원전 1호기 인근에 살던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들도 고리원전의 수명 연장을 반대하며 반핵운동에 동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평가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안전성 문제를 총괄적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 당시로서는 제보에 의존해 단편적인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쳤다. 주민들이 탈핵 운동에 힘을 보태주는 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이 지역주민들에게 10년 수명 연장 대가로 인센티브를 제시하자 지역주민들도 탈핵 운동에 등을 돌렸다. 주민들이 고리1호기 수명 연장에 찬성하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07년 수명 연장을 승인했다.

최 위원장은 크게 낙담했다. 그는 “이때 처음으로 솔직히 지역 주민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정부 정책을 (시민들이)뒤집을 수 없다는 패배주의가 탈핵 운동 전반에 퍼지면서 탈핵 운동이 급격히 퇴조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리원전 전경
그러던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거의 꺼져가던 탈핵 운동의 불씨를 다시 되살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주도 안 된 2011년 3월 24일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가 발족하고 40여개 시민단체가 동참했다. 최 위원장은 2013년 3월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2016년 1월 탈핵부산시민연대로 단체 이름이 바뀐 이후에도 계속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고리원전 1호기에서 안전사고가 줄줄이 터졌다. 2012년 3월 고리원전 1호기가 12분간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한수원이 일지를 조작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후 고리원전 1호기 시험성적서 조작,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의 뇌물수수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한수원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원안위가 고리원전 폐로를 발표하던 2015년 6월 12일, 최 위원장은 몸이 ‘붕’ 뜨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시민의 힘으로 국책 사업의 방향을 바꾸는 현장에 참여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며 “한수원의 인센티브 때문에 탈핵 운동에 등을 돌렸던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으며 겪었던 마음 고생이 한순간에 씻겨져 내려가는 듯했다”고 했다. "한수원과의 싸움보다 (탈핵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와 현지 주민들과의 민민 갈등이 더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위원장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한다. 그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부산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역 주민과 또 한차례 맞붙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이끌어내겠다"면서 "다만 현지 주민들의 상실감이나 박탈감을 최소화할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탈핵 기조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자력 현황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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