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전 성공에 책 만들고 팔 힘 얻어 내년엔 규모 더 키울 것

정원식 기자 2017. 6. 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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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출판문화 변화’ 팔걷은 윤철호 출판문화협회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서울국제도서전을 부산국제영화제처럼 활력 넘치는 행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책에 대한 애정과 존중은 없이 헐값에 책을 사고팔려는 사람들만 모였던 서울국제도서전이 올해 23회를 맞은 행사(6월14~18일)에선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속는 셈 치고’ 참가했던 동네서점들과 출판사들의 부스는 유례 없이 성황을 이뤘다. 역대 최다인 20여만명이 행사장을 찾아 준비한 책이 모자랄 정도였다.

출판계가 되찾은 것은 무엇보다 독자와 자신감이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에서 만난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회장(54)은 예상 밖의 성공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출판계의 평가요? 책이 다른 미디어에 밀려 쇠락하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도 사라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랑하고 책 읽는 행위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다시 책을 만들고 책을 팔 힘을 얻었다고들 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변신 뒤에는 그동안 도서전을 주최해온 출협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윤 회장은 ‘출판계 통합’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 2월22일 49대 출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출협과 함께 양대 출판단체인 출판인회의 회장 임기를 마친 직후였다. 통상 준비에만 1년은 걸리는 도서전 개막까지는 넉 달도 남지 않은 상황. ‘헐값에 책 파는 행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깨는 것이 목표였지만, 실제 준비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두 달에 불과했다. 출판인회의 인맥의 역할이 컸다. 도서전 성공의 주역인 주일우 이음 대표,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등 출판계 ‘아이디어 3인방’이 그들이다. 강 대표는 현재 출판인회의 독서진흥위원장이다. 김 대표는 출판인회의 서점상생위원장이다. 주 대표는 현재 출협 상무이사를 맡고 있지만, 이전에는 출판인회의 대외협력위원장이었다.

윤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니라 출판계가 도서전을 주도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이번에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주체가 돼 책을 읽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만들려고 했다는 거예요. 작년까지만 해도 도서전의 주체가 출판계가 아니었습니다. 단적으로 지난해 도서전 기자간담회에는 문체부 국장, 과장들이 왔죠.”

그는 출협의 체질 변화를 강조했다. “처음에 출협에 와서 보니 직원들이 문체부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 사람들 전화를 받으면 쩔쩔맸어요. 그래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해서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한테는 욕을 해줬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출협은 출판계를 대신해 일을 하는 곳인데 왜 문체부나 진흥원에 쩔쩔매느냐. 돈을 못 받을까봐 그러느냐. 굶어죽더라도 ‘가오’(체면)를 살리라고 했어요.”

지난 22일 윤 회장은 도종환 신임 문체부 장관과 출판계의 간담회에서 현 이기성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진흥원은 출판진흥을 위해 민간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출판계의 요구로 만들어진 문체부 산하 조직인데 초대원장부터 시작해 출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는가 하면 지난 정권에서는 진흥원 이사들에 대한 사상검증까지 했어요. 문체부가 아직까지도 이 원장을 퇴진시키지 않는 것은 출판계에 대한 모욕입니다.”

출판계는 현재 진흥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장관이 출판계의 블랙리스트 진상위원회 참여를 요청한 데 대해 윤 회장은 “참여할 필요는 있다고 보지만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문체부의 ‘셀프 조사’로 끝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종료 시한을 앞두고 있는 도서정가제와 관련해서는 “출판계는 완전도서정가제를 원하지만 현재까지의 성과만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수업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저자만이 아니라 출판사에도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저작권법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저작권법은 20여년 전에 만들어져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장관이 아직 현안 파악이 잘 안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성공을 장담했다. “도서전에 20만명이 왔다는 건 출판사나 서점 입장에서는 엄청난 홍보 기회입니다. 이미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어서 내년엔 더욱 규모를 키울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도서전도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영화제처럼 활력 넘치는 행사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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