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가장 많은 나라일수록 출산율 '뚝'

이현미 입력 2017. 6. 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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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부부들이 토로하는 말이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형 복지모형 구축, 복지레짐 비교를 통한 한국복지국가의 현 좌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일본, 캐나다 등 남성생계부양 사회로 분류된 나라들의 합계출산율은 1명대 초중반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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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硏 '복지 현주소' 보고서 / 日·伊 등 남성생계부양형 국가, 합계출산율 1명대 초중반 그쳐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벌이 가장으로 살아가는 부담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외벌이 남편)

“남편의 벌이만으로 아이 키우고 노후 준비를 하기가 어렵지만 아이를 남에게 맡겼을 때의 양육비용을 생각하면 집에 있는 게 나은 것 같다.”(경력단절 아내)

한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부부들이 토로하는 말이다. 만약 남녀가 생계와 돌봄 책임을 나눠지거나 돌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강했다면 어땠을까. 이러한 가정과 정확히 반대되는 모습이 ‘남성생계부양’ 사회이고 이런 구조를 지닌 나라들은 모두 심각한 저출산 위기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형 복지모형 구축, 복지레짐 비교를 통한 한국복지국가의 현 좌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일본, 캐나다 등 남성생계부양 사회로 분류된 나라들의 합계출산율은 1명대 초중반으로 나타났다.

남성생계부양 사회는 남녀의 성별분업이 강하고 육아휴직, 현금수당 등 돌봄에 대한 국가 지원이 약한 사회를 말한다. 생계는 남자, 가사노동은 여자가 맡도록 역할을 구분짓고 국가조차도 각 가정의 ‘남성 가장’에게 이러한 부담을 떠넘긴다. 국가가 아닌 가족이 복지 기능을 맡기 때문에 아빠가 가난하면 자녀도 가난해지는 불평등의 대물림이 심화된다. 바깥일과 집안일을 철저히 구분하며 여성의 지위도 약화된다.

이 같은 사회는 구성원의 삶을 힘들게 하며 인구 위기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구성원들이 2세 출산을 꺼리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명으로 남성생계부양으로 꼽힌 나라들 중 최하위였고 그리스(1.3명), 이탈리아(1.4명), 일본(1.5명), 캐나다(1.6명)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성별분업이 약한 데다 육아휴직, 보육서비스 등이 잘 구축된 ‘보편적생계부양’ 국가와 성별분업은 강해도 국가에서 돌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현금 지원을 하는 ‘돌봄보상’ 국가들의 합계출산율은 남성생계부양 나라들보다 높았다. 보편적생계부양 국가인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9명, 영국 1.8명, 핀란드 1.7명이었다.

이 중 영국과 핀란드는 과거에는 남성생계부양 형태의 사회문화였으나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보편적생계부양 사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호주, 아일랜드, 스위스, 네덜란드도 남성생계부양에서 남녀가 생계와 돌봄을 함께 책임을 지거나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부양 모델을 바꾼 국가들이다.

보고서는 “최근 남성 가장 중심의 가족 형태가 줄어들면서 여성의 역할과 위상도 급격하게 변화했다”며 “이런 변화에 조응하는 복지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저출산 위기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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