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적은 여자"..여가부 강연서 강사가 성차별 발언

남지원 기자 2017. 6. 25. 18: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교육 “불쾌”…여가부 “강의 배제”

여성가족부가 실시하는 공공기관 여성 중간관리자 교육에서 강사가 “여자의 적은 여자” 등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관리자 육성은 여가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데도 강사 선정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의 한 공공기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여성 중간관리자 역량강화 교육’을 수강한 해당 기관 여성 직원들에 따르면 리더십 강사로 나선 ㄱ씨는 강의 도중 임신을 하고도 회사일을 했던 아내가 출산휴가를 쓰는 후배 직원을 비난한 일을 언급하며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남성 직원들이 여성 관리자를 꺼리는 이유는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서라는 내용도 있었다. 고장난 스크린을 향해 ‘쟤도 여자’라고 하거나 강의 시작 전 수강생들에게 서로 안마를 시키며 “예쁜 사람이 덜 예쁜 사람에게 안마를 받으라”고 말하고, “설현은 나이가 들었고 쯔위가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수강생들은 전했다.

이 강의는 해당 기관의 5년차 이상 중간관리자급 여성 직원 3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강의를 들은 한 직원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실시하는 강의에서 여성 외모를 강조하는 발언을 해 놀랐다”고 말했고, 다른 직원은 “전반적으로 불쾌했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교육은 조직 내 성별 불평등과 관리자급 여성 인재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가부와 양평원이 운영하는 여성인재아카데미 사업의 일환이다. 올해만 9억61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성차별 발언을 하는 강사를 거르지 못한 이유는 여가부가 외부인사들에게 강의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 예방교육의 경우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거쳐 양평원이 위촉한 강사들이 강의를 맡지만, 리더십 교육은 강사풀이 부족해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의를 진행한다고 여가부는 설명했다. 강사 ㄱ씨는 “양평원으로부터 강의 교재는 받았지만 강의 내용 전체를 검토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해당 강사를 이후 강의에서 배제했고, 앞으로는 여성인재아카데미 강의 내용 전체를 사전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