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억울하다" vs 서울시 "원칙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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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역 일대 지하상가(GOTO MALL·고투몰)에서 만난 A씨는 요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서울 지하상가 중 상권 규모가 가장 크고 권리금이 비싼 '고투몰'에서 가방을 파는 그는 지하상가 점포를 갑자기 양도·양수할 수 없도록 하는 서울시의 조례 개정 추진 때문에 재산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시청광장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하는 B씨는 동료 상인들과 같이 서울시의 조례 개정 추진에 반발하는 문구를 점포 앞에 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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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별도 보상계획 없다" 예정대로 8월 개정 강행
◆ 레이더뉴스 ◆
지난 23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역 일대 지하상가(GOTO MALL·고투몰)에서 만난 A씨는 요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서울 지하상가 중 상권 규모가 가장 크고 권리금이 비싼 '고투몰'에서 가방을 파는 그는 지하상가 점포를 갑자기 양도·양수할 수 없도록 하는 서울시의 조례 개정 추진 때문에 재산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지하상가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기 이전인 1977년 고투몰에 점포를 마련했다. 대출을 받고 집도 팔아 마련한 2900만원이 밑천이었다. A씨는 "당시에 극동아파트가 600만원이었다"면서 "정말 전 재산을 다 털어서 점포 하나 마련한 건데 이제 와서 갑자기 내 권리금은 인정을 안 해주겠다니 이걸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시청광장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하는 B씨는 동료 상인들과 같이 서울시의 조례 개정 추진에 반발하는 문구를 점포 앞에 걸어놨다. B씨는 "나를 비롯해 많은 상인이 권리금을 떡하니 내고 들어왔는데 서울시는 조례 개정이 적법 절차라 아무 문제가 없다며 상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겉으로는 소상공인을 위한다면서 하루아침에 이렇게 법을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상점의 임차권 거래 전면 금지를 추진하면서 상인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들어올 때는 평균 2억~3억원의 권리금을 주고 지하상가에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생겨서다.
나정용 주식회사 강남터미널 지하쇼핑몰 이사는 "애초부터 권리금이 형성되지 않도록 관리해온 것도 아니고 1998년 (강덕기 시장 직무대리 당시) 아예 조례로 양도·양수가 가능하다고 해놓고선 이제 와서 갑자기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지금 권리금 내고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뭐가 되며, 1970~1980년대에 들어와서 상권을 다 만들어 놓은 상인들은 무엇으로 보상을 받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권리금 보상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리금을 없애는 대신 5년 상가 임차 후 재계약 시 우선순위를 주는 등 다른 방식으로 혜택을 주는 것도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4월 임차권 양도를 허용하는 게 상위 법령을 위반한다고 유권해석을 했고, 감사원도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해서 조례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며 "서울시의회도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이 불법 권리금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수차례 해 조례 개정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시는 오는 28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내부 검토를 거쳐 8월 시의회 의결을 거친 후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집단청원을 시에 넣고 대규모 항의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행정법원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서울시가 충분한 기간에 걸쳐 제대로 입법예고도 하지 않았고, 상인들의 의견 수렴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연합회 차원에서 집회, 소송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입법예고는 된 것이고, 이제 공은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시의회로 넘어간 셈이니 민감한 정치적 싸움을 벌여야 한다"며 "시의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부결될 수 있도록 지하상가 상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관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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