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암 투병기'를 남기고 떠난 '배우의 아내'

나신하 입력 2017. 6. 25. 14:39 수정 2017. 6. 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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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일본 전통극 가부키 배우 '이치카와 에비조'의 부인 '고바야시 마오'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34세. 암 투병기를 블로그에 공개해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준 전직 프리랜서 아나운서. 영국 BBC가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한 바로 그 여성이다.

스타의 러브 스토리 그리고 암 투병


'마오'는 대학생 때부터 방송활동을 시작해 예능 프로그램 고정출연과 기상 캐스터, 뉴스 진행자 등으로 활약했다. 2010년, 5살 연상의 인기 배우 '에비조'와 결혼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방송계를 떠나,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주부로 사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지난해(2016년) 6월, '에비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아내가 2년 전부터 암 투병 중이라고 밝혔다.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힘들 것'이라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지금의 힘든 시간을 나중에 좋은 경험으로 회상하기 바란다'고 소망했다.

일본에서 유방암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추계를 보면, 2012년 신규 환자는 7만 4천 명이다. 전체 여성암의 20%에 해당한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을 경우, 5년 이상 생존률은 99%에 이른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경우에는 34%에 그친다.

투병생활을 공개하다..."암의 그늘에 숨지 않겠다"

투병 사실을 공개한 지 석 달 뒤인 9월, 마오는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투병 생활과 가족 이야기, 그리고 소소한 일상 등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스타 배우의 아내이자 전직 인기 방송인의 암 투병기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난치병으로 고통 받은 다른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


같은해 11월, 영국 공영방송 BBC는 그를 '올해의 여성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일본인으로서는 최초였다. 투병생활을 공개한 용기가 같은 환자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그가 BBC에 보낸 글을 보면,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병든 이미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이 때문에 한동안 병을 숨겼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의사 등의 도움으로 '암의 그늘'에 숨어서는 안된다고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과 다름없이 아내이자 어머니로 인정하고 사랑해준 가족을 위해 자랑스러운 아내, 강한 어머니로 거듭나기로 결심했다. 슬픈 생각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주어진 시간 동안, 병에 지배되지 않고,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블로그는 두달 만에 100만 독자를 돌파했다. 지난 4월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3일에는 방문자가 260만 명에 이르렀다.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한때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블로그에 남은 사투의 기록..그리고 이별


블로그에는 투병 생활의 고통, 완치를 향한 의지,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소소한 일상의 기쁨 등이 솔직하게 담겼다.


'힘차게 인생을 걷는 여자이고 싶다', '아이들에게 강한 어머니이고 싶다', '그늘에 숨은 자신과 이별하고 싶다', '참았지만, 눈물이 뚝 흘렀다', '죄송하다. 병든 아내, 병든 딸이 됐다', '4단계 치료도 받고 싶다. 마다할 시간이 없다. 5년 후, 10년 후도 살고 싶다',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외출을 했다', '많이 약해져서 미안하다' 등 감정의 기복까지 솔직하게 적은 블로그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용기를 얻고 성원을 보냈다.

몸 상태는 올해들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지만,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4월 들어 열 걸음 걷기도 힘들어졌다는 기록이 나온다. 5월 들어서는 열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내용, 자신이 두려워하던 모습에 가까워져, 거울을 보고 울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5월말 재택 치료에 들어간 뒤에는, 자녀와 일상의 모습들을 수시로 업데이트 했다. 5월29일, "역시 집이 최고의 장소"라고 적었다. 그의 영혼은 '마지막 상황'이 임박했음을 알았던 것일까?

마지막 업데이트는 임종 이틀 전인 6월 20일 아침 6시 15분이었다. 어머니가 짜준 오렌지 주스를 매일 마시던 모습의 사진을 올렸다. '여러분도 오늘 미소 지을 수 있기를'이라고 덧붙였다. 블로그를 보며 함께 울고 웃던 독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가 된 셈이다.

마지막 말 "사랑해..."를 남기고 떠나다

고바야시 마오는 6월22일 저녁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

인터넷은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스가 관방장관은 '질병과 정면으로 싸우는 모습이 많은 환자들에게 용기를 줬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유방암 환자 단체는 고인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다가 영면한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BBC도 고인의 사망 사실을 속보로 전했다.


이치카와 에비조는 아내가 숨진 이튿날인 23일 아침 8시, 블로그를 업데이트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고 했다. 9시, 평소처럼 지내려 한다면서 화분에 물을 주는 모습을 올렸다. 11시쯤 분장실 사진을 올렸다. 당일 예정된 무대에 차질없이 오를 것임을 알렸다. 당초, 25일까지 도쿄 시부야 공연장에서 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23일 오후 2시 반, 공연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눈물을 참으면서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담담히 설명했다. '사랑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웃음과 용기, 사랑, 동요하지 않는 자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사랑' 그의 기억 속에 남은 아내의 삶이었다. 특히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모습은 '사랑'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여러분 곁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마오의 영결식은 지난 24일 가족과 친척들만 참석한 채 엄수됐다.

24일 아침 6시쯤 에비조가 블로그를 업데이트했다.


'외로움이 현실이 됐지만..일도 열심히 합니다.. 주먹밥을 만들면서...엄마도 아빠도 되고 있습니다..아이들의 힘이 희망입니다.'

나신하기자 (dani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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