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정치는 갈라져 있는데.." 北 장웅 IOC 위원 불편한 심기, 왜?
김용일 입력 2017. 6. 25. 10:58 수정 2017. 6. 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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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스포츠하고 정치는 갈라져 있어.”
24일 오후 8시30분이 지나서였다. 전북 무주 태권도원 평원관에서 진행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VIP 만찬 자리에 참석한 뒤 빠져나가던 북한의 장웅(79)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은 취재진이 몰려들자 뜬금없이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식에 참석해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는 내용의 치사를 하고 장웅 위원과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한 지 불과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보는 눈이 많아서 큰 소리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자에겐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방한한 뒤) 내가 대답할 건 다 했다고, 그러니까 더 묻지 마시게”라며 다급하게 만찬장을 빠져나갔다. 무주엔 이날 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우산을 챙기지 않은 그는 관계자가 올 때까지 몇 분간 평원관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스포츠와 정치는 갈라져 있어”라며 “그런데 왜 자꾸…”라고 말했다. 또 “기자들이 공부 좀 더 하고 질문해야겠어”라며 슬쩍 웃었다.
장웅 위원은 이날 개회식을 비롯해 국내에서 4차례 공연을 하기로 한 북한 주재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이끌고 방한했다. ITF 명예총재이기도 하다. 방한한 지 하루 만에 장웅 위원의 심기가 다소 불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태권도연맹(WTF) 관계자는 “장웅 위원이 워낙 유명인사이기도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체육 교류이고 다가오는 평창동계올림픽 때 이런저런 사안이 겹쳐 있다 보니 여러 정치인이 접촉하려고 한다”며 “본인은 IOC 위원 자격으로 순수하게 스포츠만 바라보고 온 것인데 자꾸 정치와 연결지어서 다가오니까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자리엔 3년 전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장웅 위원과 만난 적이 있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계 인사도 보였다. 애초 장웅 위원은 평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입국하기에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가, 남북 단일팀 구성, 마식령 스키장 활용 등 국내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전해들었다. 그는 베이징 현지에서부터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23일 김포공항에 입국한 뒤 “나는 공화국의 IOC 위원으로 온 사람”이라며 “(평창 남북 단일팀 등) 문제에 대해서 가타부타 논의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측에) 뜻은 전달하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논의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평소 농담도 잘하고 활달한 성향으로 알려진 그는 무주에 온 뒤에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남북 교류 차원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음에도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만찬 자리에 동석한 유승민 IOC 위원도 “장웅 위원과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웅 위원은 어디에 가도 늘 주목받는 북한 스포츠계 거물이다. 농구 선수 출신으로 북한대표팀에서만 10년을 뛴 그는 1996년 IOC에 입성했다.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IOC 총회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IOC 위원에 선출됐다. 1999년 이전에 선출된 IOC위원은 8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20년이 넘게 유럽에서 주로 생활하면서 오랜 기간 북한 정권의 유럽 지역 자금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는 등 실세 구실을 해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어디를 가도 그의 입을 통해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미디어가 많은 이유다. WTF 관계자는 “대회 기간 ITF보다 정작 자신이 너무나 큰 주목을 받고 있어서 이젠 ITF가 어디에 가든 자신이 먼저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며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땐 얘기를 잘하는 편이다. 지금은 조금만 분위기가 떠들썩해도 말을 아끼더라”고 전했다.
장웅 위원은 오는 28일 예정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최 만찬 자리 역시 ITF와 함께 불참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WTF 관계자는 “오로지 ITF 시범단은 WTF 행사에 공연을 목적으로 온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정치인과 접촉을 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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