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고발 놓고 한국당-민주당 신경전 팽팽

장서우 2017. 6. 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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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고발조치에 표창원 "동일한 조치 취할 수 밖에"
도 넘은 협박성 메시지… 건전한 정치 참여라 볼 수 없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소속 위원들에게 비난 문자폭탄이 쏟아져 위원들이 신상발언을 하는 등 회의 진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성원 청문위원이 청문회 도중 휴대전화 새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2017.05.2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여권 일부 지지층의 이른바 '문자폭탄'을 놓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자유한국당이 이에 법적으로 대응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먼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판결문을 공개한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안 전 후보자 판결문을 공개한 후 문자폭탄이 폭주해 전화기를 쓸 수가 없다"며 "단순히 인신공격이 아니라 신변 위협, 욕설 등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악성 문자메시지를 1만 통 가량 받았다며 "내용의 수위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 말했다.

한국당 의원이 문자 세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을 제기했던 경대수 한국당 의원에게는 '당신 아들도 병역 면제이지 않았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쏟아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문회에서 세금 탈루 의혹을 제기했던 정태옥 한국당 의원 역시 "엄청난 문자폭탄을 받고 있다. 자료 확인은 제대로 하고 질문하는 거냐는 내용이 상당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식의 문자폭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개인 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된 것에서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문자에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착신을 정지했고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우택 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당시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고초를 겪었던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번호가 넷상에 퍼지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자발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다 응답해 드린다는 약속은 드리지 않지만 다 읽겠다는 약속은 드린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그때부터 줄곧 문자폭탄을 건강한 의사 표현의 방식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고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정치인은)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적 언행을 한 정치인에게 보내는 국민의 문자를 받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문자를 보낸 국민을 고소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한다면 저도 제게 욕설, 협박 문자를 보낸 한국당 의원 및 지지자들에게 동일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욕설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국민의사를 법으로 막을 순 없다. 노답정당 노답정치인들이다"라고 적으며 한국당에 날을 세웠다.

정치인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가 국민의 정당한 권리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백성문 변호사는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허위사실이거나 인신모독이라면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의 한계의 바깥"이라며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자 보내는 것 고발해? 그러면 나도 다 할래 이렇게 하는 것은 대응 방식 자체가 너무 치졸하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에 대해 "정치 참여는 정치를 발전시키고 공감대를 높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며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폭력에 불과하다"며 "합리적이고 건강한 사유체계를 뒤흔드는 문자폭탄은 지양돼야 할 정치문화의 폐단"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도를 넘은 문자폭탄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소속 위원들에게 비난 문자폭탄이 쏟아져 위원들이 신상발언을 하는 등 회의 진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정태옥(왼쪽) 청문위원과 바른정당 김용태 위원이 청문회 도중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2017.05.24. dahora83@newsis.com

이와 대조적으로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문자폭탄 대신에 '문자행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며 "문자폭탄은 제3자의 부정적인 형식이고 문자행동은 문자를 보내는 자가 책임지는 내용"이라 제안했다. 악성 메시지와 건강한 의사표현을 구분해 국민들이 문자를 보낼 권리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문자를 보내더라도 도를 넘은 협박성 메시지를 대량으로 퍼붓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조직적으로 문자폭탄을 기획하는 세력이 있다며 '양념' 등으로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련의 문자폭탄이 청문회날이나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됐을 때를 중심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그 근거다. 최근 등장한 국회의원들의 개인 번호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웹사이트에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번호만이 등재돼 있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본인 동의를 거치지 않고 번호를 공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본인 동의 없이 번호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대상"이라 말했다.

국민의당에서 법적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김인원 변호사는 이에 더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나 문언을 지속·반복적으로 보내면 처벌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무원에 대해서는 폭행·협박으로 직무를 방해한 자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성 비하 논란이 일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자 친문 성향의 네티즌들이 문자폭탄을 통해 항의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판을 넘어선 비난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 정치적 의사 표현을 넘어 야당 의원들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번져가면서 그 정당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어직도 현재진행형이다.

suw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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