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 유죄"..하급심 변화 조짐에 대법원 '쐐기'

유길용 2017. 6.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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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이유 병역 거부자에 유죄 확정
최근 1년새 1·2심 무죄 판단 10여 건
'대체복무 도입' 사회적 논의 여건 조성

1, 2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로 본 과거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모(2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신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1, 2심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유죄로 본 과거 판례를 재확인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권 보장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중앙포토]
기독교의 종파 중 하나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신씨는 2015년 11월 병무청의 현역 입영 소집 통지에 응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여호와의 증인은 극단적인 비폭력주의를 교리로 채택하고 있어 이 종파의 신도들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의무를 거부해왔다. 신씨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1심 법원은 신씨의 병역 거부 행위가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6월 이 사건의 1심을 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 류준구 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이렇다. “극단적 비폭력주의자에게 군대 입영을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전쟁을 대비해 훈련·준비하는 군대의 본질을 고려할 때 그의 인격적 존재 가치를 허물어버려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류 판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병역에 버금가는 대체복무를 하도록 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해결해야 할 사항이지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축소해석함으로써 해결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체복무가 허용되지 않는 제도적 현실을 이유로 법원이 양심의 자유란 헌법적 가치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의 자유가 병역 의무 이행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인천지법 형사4부(김현미 부장판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제를 두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만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이나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신씨에게 현역 입영이 면제되는 최소 기준인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은 대법원 선고 이후로 미뤘다.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04년 7월 전원합의체의 선고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판례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관련 법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돼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1, 2심 판단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월에는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는 2004년 이후 13년 만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 판결 이후 지금까지 하급심의 무죄 판결은 30건에 이른다. 올해에만 13건이나 된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국방부가 제도 도입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이를 폐기한 이후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토록 한 병역법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현재 헌재는 세 번째 위헌 소송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이철희 의원은 대체복무제를 인정하는 병역법 등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엄격한 심사와 조건 아래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주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법원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오 관련된 병역법 조항 위헌소송을 진행 중인 헌재는 2015년 7월 공개변론을 열고도 2년째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만에 하나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의 혼란을 우려해서다. 헌재 고위관계자는 "대체복무제도 등 입법적 보완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결정할 경우, 병역거부자들의 병역이 면탈되는 문제점이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이룬 뒤 입법적 보완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해 교도소에 갇힌 사람 723명 중 한국인은 92.5%인 669명에 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대채복무제 도입 권고에 대해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중인 특수한 상황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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