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이제는 역사속으로..사법시험이 남긴 것들

한국인 2017. 6. 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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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리포트 맥]

[앵커]

지난 70년 동안 법조인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사법시험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이에게는 성공을 또 다른 이에게는 좌절을 안겼습니다.

어제로 2차 시험이 끝나면서 사법시험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요.

아쉬움 이상의 감정과 새로운 과제를 우리 사회에 남겼습니다.

이재동 기자가 현장IN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21일, 1차 사법시험 합격자 186명이 응시한 마지막 2차 시험이 시작됐습니다.

3.7대 1의 경쟁률, 막차를 타게 될 행운의 주인공은 불과 50명 안팎.

선택받지 못한 130여 명에게 사시 합격은 이뤄질 수 없는 꿈으로 남게 됩니다.

지금 시각이 오전 9시 30분을 막 넘긴 시각인데, 조금 전 수험생들의 입실이 완료가 됐습니다.

잠시 후부터 본격적인 시험이 치러질 예정인데 이곳 고사장 주변에는 적막감만 감돌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각, 마지막 기회조차 얻지 못한 고시생들의 외침에는 절박함이 묻어납니다.

<현장음> "사법시험 존치가 국민의 뜻이다!"

사법시험 폐지는 이미 10년 전 예고됐습니다.

합격만을 바라보며 청춘을 바쳐온 이들에게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습니다.

로스쿨의 비싼 학비와 공정성 논란, 국민 대다수가 사법시험 존치를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개천을 박차고 나와 용이 되고 싶었던 그들에게 사법시험은 유일한 탈출구였을 겁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이종배 씨에게도 달콤한 꿈이 있었습니다.

5년전 직장을 정리하고, 신림동 고시촌에 짐을 풀때만 해도 그 꿈은 머지 않아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이종배 /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 "가장 정직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노력해서 실력을 쌓고 합격을 하면 될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불안하고 두려웠지만 자신이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와 넉넉지 못한 형편에 로스쿨 입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그는 기약 없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본 신림동 고시촌, 예전과 많이 달랐습니다.

얼마 전까지 이곳에는 18년 동안 고시생을 상대로 수험서를 판매해온 서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시생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급기야 얼마 전에는 이렇게 문을 닫게 됐습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서점과 복사전문점도 수험생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고시촌 서점 주인> "(손님이 많아서)대화할 여유도 없는 상태였는데 하루종일 있어도 한 사람 두 사람 만날까 말까야. 폐허지 완전히…"

고시원과 독서실이 있던 자리는 원룸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수험생의 허기를 달래줬던 값싼 고시 식당은 이제 공시생과 직장인 등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한 동네의 흥망성쇠를 갈라놓기까지 한 사법시험은 1947년 도입된 조선변호사시험이 시초입니다.

1967년에는 합격자가 5명에 불과할 만큼 문이 좁았지만 선발 인원이 점점 늘어났고, 2001년부터 합격자 1천명 시대가 열리자 신림동 고시촌은 수만명의 수험생이 모이며 최대 호황을 누렸습니다.

지역도 성별도 학력도 보지 않고 오로지 성적으로 당락을 갈랐던 시험은 돈 없고 백 없는 이들을 고시촌으로 불러모았습니다.

8년 전 문을 연 로스쿨이 이제는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건, 흙수저도 열심히 노력하면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꿈이 이제는 현실성 없는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 때문일 겁니다.

<김한규 /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 "법조인이라는 직업은 판사나 검사와 같이 공직의 기회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직업의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 변호사가 될 기회를 국민한테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조인이 되는 기회의 공정성, 균등성, 평등 이런 측면이 가장 중요시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시험이 많은 이의 꿈이 되는 사회는 어쩌면 불행한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선택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노력한 만큼 결실이 보장되는 세상.

우리 사회가 이런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사법시험 부활의 외침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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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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