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볼 만해?] 또 불륜 이야기…홍상수·김민희 '그 후'


입력 2017.06.25 08:30 수정 2017.06.25 08:31        부수정 기자

권해효·김민희·조윤희·김새벽 주연

21번째 장편…칸영화제 진출작

홍상수와 김민희가 호흡한 '그 후'는 봉완(권해효)과 세 여성의 해프닝을 그린 92분짜리 흑백영화다. ⓒ(주)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 감독 21번째 장편 '그 후' 리뷰
권해효·김민희·조윤희·김새벽 주연


"자기 여자 생겼지?"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 영화 '그 후'의 시작이다.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은 출판사 직원이자 연인 창숙(김새벽)과 헤어진 후 괴로워한다. 봉완의 아내 해주(조윤희)는 그런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다. 아내의 질문에 봉완은 선뜻 "아니야"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남편이 창숙에게 쓴 듯한 연애편지를 발견한 해주는 사무실로 달려간다. 그리곤 그날 처음 출근한 아름(김민희)을 봉완의 여자로 오해하고 그녀의 뺨을 때린다. 아름은 영문도 모른 채 해주에게 봉변을 당하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그 후'는 전작 '오!수정'(2000), '북촌방향'(2011)에 이은 홍 감독의 세 번째 흑백영화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봉완과 창숙의 관계를 설명한다. 특별한 기교 없이 인물끼리 주고받는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있다.

영화의 주된 정서는 불륜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봉완의 답답한 심경이다. 봉완 역을 맡은 권해효의 지질한 연기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권해효와 조윤희는 실제 부부 사이다.

홍상수와 김민희가 호흡한 '그 후'는 봉완(권해효)과 세 여성의 해프닝을 그린 92분짜리 흑백영화다. ⓒ(주)영화제작전원사

홍 감독과 김민희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와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앞서 두 사람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 국내 언론 시사회에서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불륜'을 인정한 셈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 불륜에 빠지면서 번민하는 여배우 영희 역을 맡은 김민희는 이번 작품에서 '불륜녀'로 오해받는 아름 역을 맡았다.

김민희는 봉완에게 "둘이 너무 큰 잘못을 했다"고 다그친다. 또 "사모님이 한이 맺힌 듯하다"고도 한다.

이런 대사들과 해주가 봉완에게 '악마'라고 악담을 퍼붓는 모습, 창숙마저도 한없이 우유부단한 봉완에게 "비겁하고 추하다"고 울부짖는 모습은 홍 감독과 김민희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봉완은 딸과 아내를 버리고 내연녀 창숙을 택했을까.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홍 감독의 상황과 비슷하게 그려졌을까. 관객이 직접 확인할 부분이다.

홍상수와 김민희가 호흡한 '그 후'는 봉완(권해효)과 세 여성의 해프닝을 그린 92분짜리 흑백영화다. ⓒ(주)영화제작전원사

홍 감독은 아름과 봉완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삶과 믿음의 실체에 대해 얘기한다. "서로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달랐는데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진짜는 따로 움직이는 것", "믿을 수 있는 게 있으면 믿고 싶디", "정말 믿는다는 게 진짜 실체와 어떤 상관이 있나?" 등이 그렇다.

아름이 봉완에게 난데없이 "왜 사세요?"라고 묻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홍 감독은 "우리는 이해하려는, 그래서 혼란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혼란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난 아무것도 모른다. 이제 진실을 찾기보단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작은 것과 춤추고 싶다"고 답했다.

'그 후'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등 유럽 지역은 물론 터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그리고 브라질 등의 남미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5개국에 팔렸다.

프랑스 개봉 이후 현지 언론으로부터 "홍 감독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장편"(일간 르파리지앵) 등의 호평을 받았다.

국내 관객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7월 6일 개봉. 91분. 청소년관람불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