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의원 "국정농단 진실 규명 아직 반의 반도 못했다"

정용인 기자 2017. 6. 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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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상훈 선임기자

“백○○ 알아봤어요?”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자리에 앉자마자 건넨 말이다. 맞다. 잊고 있었다. 3주 전쯤 밤에 안 의원으로부터 온 문자 문의다. 과거에 취재했던 육영재단 관계자들에게 문의해보겠다고 답했는데, 물어보지 못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기사를 쓰면서 안 의원과 공조했다. 안 의원을 통해서 다른 신문·방송사, 정치권 주변의 ‘진실추적팀’과 정보교류 내지는 검증이 이뤄졌다. 말하자면 안 의원이 느슨한 ‘최순실·최태민 진실 추적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였던 셈이었다.

- 안민석 의원 주도로 ‘최순실 재산 몰수 특별법 추진 여야 의원 모임’이 결성되었네요.

“지금은 준비위원회 단계이고, 6월 27일에 정식으로 출범해요. 5당이 다 들어와 있는 초당적 모입입니다. 아쉬운 것은 야당 중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참여가 저조하다는 겁니다. 이 법을 자꾸 진영논리로 오해하는데, 대한민국이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부정부패를 막는 척결법이에요. 현 시점에서는 보수정당 의원들이 상당히 몸을 사리네요.”

- 법 대표발의는 안 의원이 하는 건가요.

“아직 발의되진 않았어요. 지금은 법안 발의를 포함해서 법 제정까지 법제정 추진위원 모임을 만든 것입니다. 이 모임이 주체가 돼 발의를 시작하는 것이고요. 전체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 그런데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말씀을 여기저기서 많이 했습니다.

“150명 서명은 가능할 것 같긴 한데, 법이 통과되려면 법사위에 상정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상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정하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연시킬 것이고.”

법안은 안 의원이 4월 펴낸 책 <끝나지 않은 전쟁>에 부록으로 실려 있다.

-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국정농단을 통해 불법으로 축적된 최순실의 재산 환수에는 동의하나, 실제 환수할 수 있는 재산의 규모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에 특별법을 만들어 환수위원회를 가동했는데 현재 알려져 있는 최순실의 재산, 이를 테면 미승빌딩이나 최순득과 관련된 재산 이외에 별것이 안 나온다면 거꾸로 되치기를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잖아요.

“우리가 조사한 것을 100% 확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자신은 있습니다. 물론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 국세청과 경찰·검찰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자, 최태민으로부터 승계를 받은 최순실 재산은 분명 있어요. 최순실뿐 아니라 순천, 순득 등이 나눠가졌는데 그 중 최순실이 가장 많이 가져갔다고 합니다. 현재 드러나는 순실씨의 국내 재산이 200억원을 상회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순실보다 조금 받은 순득, 순천씨가 몇천억원입니다. 그렇다면 저희들이 합리적 의심을 갖고 해외 은닉재산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요. 여기에 하나하나 시비를 거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의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 의원의 책 <끝나지 않은 전쟁>에는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았던 최씨 일가와 주변의 재산관계를 조사한 네트워크 도표가 실려 있다. 사실, 안 의원이 이번에 낸 책은 그동안 조사했던 내용과 배후의 이야기, 아직까지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정보까지 ‘과감하게’ 다루고 있다.

- 이전에 조사하셨던 도표까지 책에 다 실려 있던데 공개된 쪽에서 반론은 없나요.

“아직은 아무 말도 없네요. 저희들이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 공개한 이 재산정리 도표 말고도, 의심은 가지고 있지만 확인이 필요한 것이 상당 부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아직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걸리지 않을 선까지만 공개했어요. 그쪽에서 허위사실이라고 고발한다면 서로 입증해보면 될 거고요.”

- 다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한 아직 나오지 않은 많은 정보를 썼어요.

“제가 1000일 동안 5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 중 207명이 책에 등장합니다.(편집자주: <주간경향>의 취재와 관련된 이야기도 책에 두 군데 나온다) 그들로부터 꿰어 맞춘 퍼즐 조각에 대한 진실,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퍼즐을 글로 썼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쓴 것이기 때문에 언론 보도 위주로 정리한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는 안 물어봅니까.”

- 몇 권이나 팔렸는데요.

“7쇄를 찍었습니다. 3000부씩. 해방 이후 거의 진기록에 가까운 흥행을 달리고 있죠.”

내년 봄을 목표로 영화도 만들 예정이다. 책이 나온 시점은 대선과 정유라의 귀국 전이었다. 약간의 상황 변화는 있지만, 사실 책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크고 작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자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돼 있다. 특검에서도 책에서 제기한 의혹들 상당수는 다루지 않고 넘어갔다.

-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겠네요.

“국정농단의 진실은 반의 반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뿌리에 해당하는 재산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거예요. 그런데 참 이상해요. 특별법에 적시된 10개 수사대상 중 7번째가 해외 은닉재산입니다. 그런데 왜 특검조차도 독일에 한 번도 가지 않았을까. 독일 쪽에서는 한국쪽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적어도 수사관이라도 한 번 보내야 하지 않았는가 하고 특검에게 묻고 싶습니다. 다른 부분은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지만, 왜 핵심을 놓쳤는지.”

- 제가 특검 쪽에서 들은 말은 실제 재산부분을 수사하려면 관계기관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태업이 있었다고. 사실 주어진 시간도 너무 짧았고….

“그래도, 그래도 가봐야지요. 우리 팀이 사비를 쓰면서 어렵게 만났는데 대한민국 검찰이 우리보다 못한다는 거 말이 안 되잖아요. 설사 독일에 가서 허탕을 치더라도 진실을 캐내는 집요함이 아쉬웠습니다.”

- 독일에 또 가신다면서요.

“7월 둘째 주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저번에 갔을 때는 프랑크푸르트만 봤는데 베를린과 뮌헨 쪽의 최순실 관련은 제대로 못봤습니다. 스위스·헝가리·오스트리아까지 보름 정도 다닐 생각입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최순실 관련 교포들 태도도 바뀌었을 겁니다. 과거에 부인하거나 거짓말하거나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은 벌써부터 와요. 이번에는 정권교체되고 처음 가는 것이니,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듣게 될 것으로 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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