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 대표 선거.. 선거 패배정당 맞나

박은하 기자 입력 2017. 6. 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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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홍준표 전 대선후보가 박덕흠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7월 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6월 20일 광주에서 당 대표 후보자 TV토론을 열 예정이었다. 광주가 TV토론 지역으로 결정된 것은 대구·경북 지역만 공략해서는 당의 미래가 없다는 반성에서였다. 이 토론회는 열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TV토론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홍 전 지사 측은 자숙하자는 의미에서 “전당대회를 조용히 치르는 것이 좋겠다”며 당 선관위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설득력은 부족하다. 홍 전 지사 본인은 언론사 등을 상대로 연일 설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당 대표 선거는 21만 당원 득표율(70%)과 일반인 여론조사 지지도(30%)를 합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당 대표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부산(25일)·대전(26일)·대구(28일)·수도권(29일·경기 안양) 순으로 예정돼 있다. 전국 순회 연설회가 시작되면 일정상 26일부터는 TV토론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최고 유력 후보가 선거에 패한 당의 확장과 변화를 막고 있는 셈이다.

대선 결과가 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대선 홍 전 지사를 내세워 ‘지지 않는 선거’를 치른 것이 화근이었다. 한국당은 역대 최다 표차인 560만표 차로 선거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지난 3월 탄핵 직후 6%대 지지율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홍 전 지사가 이끌어온 전략이 대선이라는 특수한 국면에서만 유효했다는 점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자유한국당이 지속적으로 강조한 정치적 레토릭에 이전 새누리당 시절에 볼 수 있던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포괄정당이란 특정 계급이나 이념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나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이해관계까지 포괄하려는 정당을 의미한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보수정당임을 표방했지만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중도 확장 전략’을 써 왔다. 2012년의 ‘경제민주화 공약’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영입 등이 대표적이다. 홍 전 지사가 2006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발의한 ‘반값 아파트’ 법안이 단적이다. 386 운동권 그룹을 충원하고 김덕룡 전 의원 등 김영삼 전 대통령계 정치인들을 원로그룹으로 둔 것도 ‘민주화’의 계보까지 이을 수 있는 보수정당의 정통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런 모습은 지난 대선 기간 사라졌다. 홍 전 지사는 성소수자 혐오와 노조 혐오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중도성향 내지 부동층을 포기하고 기존 보수층 중에서도 극우에 가까운 계층의 최대치를 결집하려는 전략이었다. 전면적 의원내각제라면 앞으로 표를 모으는 데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대통령제이며,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다. 당장 1년 앞둔 지방선거에서 이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 신상진 의원은 20일 당내 초·재선 의원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고 뭐고 어마어마한 파도에 휩쓸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때 홍 전 지사 득표의 구성은 더욱 나쁘다. 서울대학교 정치커뮤니케이션 센터의 ‘2017 대통령 선거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홍 전 지사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평균연령은 49.27세이다. 문 대통령 지지층(40.44세)은 물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지지층(38.57세)보다도 10살 더 많다. 홍 후보 지지자의 34%만이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 지지비율이 두 번째로 낮은 유 의원의 경우에도 44%가 여성이었다. 원유철 의원은 지난 15일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무능과 나태, 독단과 막말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 뼈를 깎는 성찰과 변화의 노력을 보이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원단이다. 107석의 원내 거대정당이라는 점이 당의 혁신에 한 번 더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미디어팀이 주최한 대선 평가 세미나가 열렸다. 의원단이 아닌 실무당직자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장경상 (사)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은 “당은 2016년 총선 이후 지금까지 그 어떤 혁신의 몸부림도 자기반성의 진정성도 보여주지 않고서 오로지 박근혜 탓, 친박 타령에만 머물러 있다”고 발제했다. 당의 혁신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당료들은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2012년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에 참여했던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 직후 “과거 한나라·새누리당 시절 야당으로서 그들이 무섭고 부러웠던 것은 튼튼한 ‘당료’의 존재였다. 당료들이 당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면 손발의 역할을 하면서 당 전체적으로 중심이 잡혔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리더십이 없는 상태에서 당 조직은 무용지물이었고, 박근혜 1인 리더십에 의존하던 당은 새 리더십을 좀처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원유철 의원은 정치혁신을 통해 지방선거 승리를 내세우고 있다. 경기 평택을 지역구로 둔 5선 의원이자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원만한 성품으로 친박과 비박계를 포괄하는 유연한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그 점 때문에 ‘친박’과의 인연이 당 개혁의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는 불신이 나온다.

신상진 의원은 계파색이 옅고 기존 정치와 차별화된다는 점을 적극 부각한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후보와 이재명 시장을 당선시킨 지역구에서 4선을 한 점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후보다. 그러나 의사협회장으로서 의약분업에 반대해 한나라당에 발탁된 전력이 있다. ‘좌파 김제동’에 대항하는 ‘우파 연예인’ 발굴을 주장하는 것이 재건과 확장을 위한 한국당 변신의 현재 최대치다. 이래저래 과거의 성공요건은 현재 자유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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