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유시민 브랜드 파워를 직접 확인할 절호의 기회

김교석 입력 2017. 6. 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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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이 ‘썰전’과 유시민에게 남긴 이별 선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전원책 변호사가 오는 26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JTBC <썰전>에서 하차한다. 지난해 1월 유시민 작가와 함께 합류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전 변호사는 TV조선에 입사해 메인뉴스인 <종합뉴스9(가제)>를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어떻게 보면 놀랍고, 어떻게 보면 수긍이 가는 행선이다. 톱MC나 예능 선수도 아니고, 종편 패널로 활약하는 정치 평론가의 이탈을 예능 칼럼에서 다루는 것은 그만큼 전원책 유시민 콤비가 이룩한 <썰전>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었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목요예능의 왕좌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외부자들><판도라> 등 시사예능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전 변호사의 급작스런 하차는 외면상으로 시청률과 영향력 1위 시사예능 <썰전>에 악재다. 체제를 정비하고 초유의 탄핵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3%대로 떨어진 시청률과 화제성 감소를 극복한 체제가 유시민, 전원책, 김구라로 이어지는 환상의 트라이앵글이었다. 그림 상으로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였지만 전원책은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유시민이란 히어로를 돋보이게 하는 사이드킥(히어로를 돕는 조연)으로 활약했다. 그로 인해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견제와 상생을 통해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진영 논리에 예능 차원의 긴장감을 도금할 수 있었다.

유시민 작가가 이른바 어용지식인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기까지 전원책 변호사의 희극적인 캐릭터는 반사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시민은 우리나라 보수 정치인의 특징적인 정치 스탠스와 성향, 토론 태도를 두루 갖춘 전원책 변호사를 어르고 달래면서 보수진영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호감을 샀고, 전 변호사와의 토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대안과 희망을 제시하면서 일종의 ‘메시아’로 거듭났다.

이런 관계 속에서 <썰전> 제작진은 편집과 자막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이 둘 간의 균형을 잘 조정했다. 전 변호사가 빌런(악당)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김구라의 찌푸린 얼굴과 제작진의 노고로 완성된 편집으로 견제했다. 이 황금 분할과 희망의 제시가 <썰전>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귀를 기울인 이유다. 그런데 전 변호사가 이탈하면서 이 견고한 삼각 균형이 깨지고 만 것이다.

뜻밖에 맞이한 변화긴 하지만 나쁜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차피 지금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이 만들어내는 난맥상 때문에 진보와 보수(여야)로 나뉜 <썰전>의 진영 구도의 토론도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요즘 문제시 되는 내각 인선 문제나 추경 등의 정치 이슈나 난맥상에 대해서 나누는 토론에는 별다른 기대가 없다. 정략적인 힘겨루기라서 가치판단 할 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기존 출연진들은 세제개편에 관한 논의만을 나눴고, 나머지 꽤 긴 시간은 표창원, 김경진 의원이 출연해 검찰 개혁을 놓고 토의했다.

그간 통찰력을 갖고 빌런(힘을 갖춘 절대 악)과 같았던 집권세력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낸 유시민의 예리한 칼날과 이에 대한 방어를 하면서 사안에 따라 간헐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비판을 가한 전원책이 몽둥이가 이루는 절묘한 균형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무게중심이 넘어갔다. 문제는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지난 정권과 달리 문재인 정부가 이슈를 낳는 빌런이 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썰전>에 거는 기대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희망과 가능성의 제시다. 그러나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방향성에 대해 해설과 변론의 역할이 더 커졌기 때문에 사이드킥 역할을 해줄 파트너의 역할도 진영구분을 벗어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국회 관련 뉴스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덕분에 흥미로워졌다. 지금까지 <썰전>이 유시민과 전원책의 원투펀치였는지, 유시민의 원맨팀이었는지 판가름 날 순간이다.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유시민의 브랜드 파워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앞으로 이슈들은 이른바 여야 공조의 난맥상에 집중될 텐데 계속해 보수와 진보(여와 야)의 확고한 구도를 유지할지 또한 관심사다. 꽉 막힌 정치적 스탠스보다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인물의 참여도 기대해봄직하다. 그만큼 가능성을 크게 열어두고 ‘인사’에 대해 이런저런 기대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어느 정도 인지도와 방송 경험이 있는 보수 논객들은 이미 유사 경쟁 프로그램에서 대부분 활동하고 있다. NBA의 케빈 듀란트처럼 1위 프로그램으로 적을 옮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유시민의 파트너가 누구로 정해질 지를 놓고 한동안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썰전>의 시청자 청문회다. 지루하고 팍팍한 논의가 이어질 뻔한 상황에서 돌출된 의외의 흥행 기회다. 전원책 변호사의 빈자리가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썰전>에 남긴 이별 선물일 수도 있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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