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 가시권으로..SK하이닉스, 기대되는 실익은

입력 2017. 6. 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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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경영권 확보 못 해 핵심 원천기술 접근엔 한계 있을 듯
컨트롤러 등서 기술교류 기대..낸드플래시 점유율 소폭 오르는 효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SK하이닉스의 도시바(東芝) 인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앞으로 SK하이닉스와 도시바 간 기술 제휴·교류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제품을 처음 개발한 '낸드의 원조'로서 낸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 시장의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로선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대출자 자격으로 참여하는 데다 그 비중도 크지 않아 기술 제휴·교류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24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사업 부문을 인수할 '한미일 연합'은 SPC(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 지분을 나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한미일 연합이 총 2조엔(약 20조5천억원)을 출자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이 중 약 6천억엔은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8천500억엔은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사는 데 쓰인다. 나머지 5천500억엔은 대출 형태로 조달된다.

경영권과 직결된 보통주의 경우 일본 측이 3분의 2가량을 가져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3천억엔을 투자해 보통주 50.1%를, 일본정책투자은행이 1천억엔을 출자해 보통주 16.5%를 보유한다는 것이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66.6%가 일본 정부의 입김 아래 있는 기관 소유가 되는 셈이다. 도시바 반도체를 자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일본 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지분 33.4%는 미국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털 등 다른 참여자들이 나눠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 등에서 우선권을 갖는 우선주는 75%를 베인캐피털 등에게, 나머지 25%를 일본정책투자은행에게 분배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천500억엔은 도쿄미쓰비시UFJ은행 등이 대출해 조달하게 된다.

요컨대 경영에서는 일본 정부 측이 칼자루를 쥐되 나머지 참여자들은 경영을 일정 부분 견제할 수 있는 재무적 투자자의 위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이런 지배구조는 일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매각 절차의 합법성을 놓고 도시바와 갈등을 빚고 있는 도시바의 오랜 합작 파트너 웨스턴 디지털(WD)에도 합류 제안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폰을 만드는 미국 애플이 한미일 연합에 합류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럼에도 일본 측이 경영 주도권을 쥐는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나 도시바로선 반도체 핵심기술의 보안 유지나 고용 유지 등이 매각의 우선순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SPC에 내놓을 대출금의 규모는 3천억엔 정도로 알려졌다. 전체 SPC의 인수액 2조엔에 견주면 15% 안팎의 비중이다.

SK하이닉스로선 막대한 인수 자금을 동원해야 할 부담은 덜었지만 그만큼 도시바에 대한 영향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핵심 원천기술에 SK하이닉스가 접근할 여지도 그만큼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컨소시엄 내 지분율로 봤을 때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하지만 여러 가지 사업제휴를 추진할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1987년 낸드플래시를 처음 개발했고, 오랜 기간 낸드플래시 시장의 '넘버1'이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을 평면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3차원(3D) V-낸드 적층기술을 처음 선보인 것도 도시바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12년 3D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판세를 뒤집었다. 도시바를 제치고 낸드 시장의 1인자로 올라섰다.

뒤처지긴 했지만 여전히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강자다. 삼성에 이어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64단 V-낸드 플래시 양산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선 컨트롤러 기술에서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를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나 eMMC(내장형 메모리)로 만들 때 탑재돼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이 분야 기술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용 낸드 시장에서는 나름의 입지가 있지만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SSD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아주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도시바는 컨트롤러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잠재적 경쟁자들의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크고 약점인 SSD에서 기술 협력의 가능성을 마련했다는 점은 잠재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장기적으로 도시바 메모리가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때 이번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도 인수의 효과로 꼽았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도 소폭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도시바의 낸드 생산량 또는 생산능력에 대해 15%의 권리를 확보할 경우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이 약 2.6%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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