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 있네"..'명불허전' 아재들의 유쾌한 라운드

정대균 2017. 6. 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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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강욱순.박노석 올드팬 향수 자극 

김종덕.강욱순.박노석 올드팬 향수 자극

23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제60회 KPGA선수권대회 2라운드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박노석, 김종덕, 강욱순(왼쪽부터). 김종덕과 강욱순은 아쉽게 컷 통과에 실패했지만 셋 중 막내인 박노석은 출전 선수 중에서 최연장로 컷을 통과했다.
양산(경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굿샷, 살아 있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막내의 두 번째샷이 핀하이로 날아가자 동반 플레이어인 형님들이 환호하며 격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면 1타차로 컷 탈락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막내의 두 번째샷은 형님들의 바람대로 깃대를 막고 곧장 떨어져 탭인 버디로 이어졌다. 그리고 출전 선수 156명중의 최연장자로 컷을 통과했다.

23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제60회 KPGA선수권대회 2라운드에서 펼쳐졌던 또 하나의 명승부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역대 챔피언 카테고리로 출전한 이른바 '아재 그룹'의 김종덕(56·혼마골프), 강욱순(51·강욱순골프아카데미in 안산), 박노석(50·대화제약)이다. 김종덕은 1998년 대회, 강욱순은 1999년, 그리고 박노석은 2000년과 2003년 이 대회 우승자다. 한국 남자골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플레이들이다. 김종덕 통산 13승(해외 4승 포함), 강욱순 18승(해외 6승 포함), 그리고 박노석 7승(해외 1승 포함) 등 이들이 합작한 승수는 38승이나 된다.

이틀간 김종덕은 4오버파 148타, 강욱순은 2언더파 142타, 박노석은 5언더파 139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컷이 5언더파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김종덕과 강욱순은 아쉽게도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들은 컷 탈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18번홀을 홀아웃한 뒤 마치 자신들이 우승한 양 기뻐했다. 막내 박노석이 극적으로 컷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김종덕과 강욱순은 최윤수, 이강선, 조철상 등 이번 대회에 출전한 다른 선배들과 함께 대회 최종일까지 현장에 남아 후배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아재들의 라운드는 한 마디로 유쾌한 외출과 다름 없었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연장자인 김종덕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김종덕은 2라운드 13번~15번홀까지 3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뒤 "아직 살아 있네"라며 스스로를 추켜 세웠다. 15번홀에서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서 막내 박노석에게 "롱기스트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힘껏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난 뒤 허리를 움켜쥐고 "너무 무리했네"라고 말해 갤러리 폭소를 자아냈다.

공교롭게도 이 홀에서 박노석의 볼이 왼쪽으로 감겼다. 다행히 페어웨이 벙커에는 빠지지 않았으나 러프에 떨어지면서 롱기스트를 김종덕에게 내줬다. 그리고 난 뒤 "형님은 부담없이 내지를 수 있지만 난 컷을 통과해야 하잖아요"라며 "도통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이 안가요"라고 볼멘 소리를 한다. 특히 이들의 쇼트 게임 능력에 팬들은 혀를 내둘렀다. 레귤러온에 실패했더라도 왠만한 상황에서는 파세이브가 기본이었다. 한 중년의 갤러리는 "역시 명불허전이야"라고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올드 팬들의 응원도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자신들을 알아본 일단의 중년 여성 갤러리가 "오빠들 화이팅"하고 외치자 손을 들어 격하게 답한다. 홀을 이동하면서 팬들에게는 사인을 해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사진촬영에도 기꺼이 응해준다. 박노석은 "시합이 아니라 마치 명랑 운동회에 나온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강욱순은 "아주 행복한 나드리였다"라고 소감을 말한다. 김종덕은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내가 오히려 힐링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저마다 향후 계획도 밝혔다. 김종덕은 "그동안 괴롭혔던 허리 부상이 완쾌되면서 예전 기량을 서서히 되찾고 있다"며 "우선은 오는 8월에 있을 KPGA시니어 선수권대회 타이틀 방어에 주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강욱순은 "10여년간 공들였던 아카데미를 오픈했으니 이제는 연습에 매진할 생각이다"며 "당장은 작년에 시니어선수권대회서 연장전 패배를 안긴 (김)종덕이 형 설욕에 나서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강욱순은 지난 3월17일 경기도 안산시에 '강욱순골프아카데미in안산'을 오픈했다. 박노석은 "당장은 이번 대회 남은 라운드에서 형님들 몫까지 더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며 "시니어투어 루키로서 올 시즌 시니어투어서 한 번 일을 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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