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인터뷰 전문

케임브리지(영국)|박재현 기자 입력 2017. 6. 24. 09:01 수정 2017. 6. 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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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은 28일 개최하는 경향포럼 ‘4차 산업혁명-새로운 기회, 새로운 도전’ 관련 취재를 위해 지난달 런던, 샌프란시스코, 오사카 등을 다녀왔다. 영국 런던 취재 때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사진)를 인터뷰했다. ‘앞으로 다가올 기술혁명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장 교수는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대에서 물리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28세때 영국 런던대 교수직을 맡은 뒤 2010년에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 EBS 특강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방송으로 한국 대중에게 알려졌다. 장 교수의 친형은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을 펴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이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지난달 12일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 호텔에서 두 시간여 이뤄졌다. 지면 기사는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6월22일자 2면에 실렸다.

-과학, 너무 어렵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학문이 쉬운 게 어디 있나요. 과학은 어렵지 철학은 더 어렵지 하는데 모든 학문이 다 어렵습니다. 과학의 목표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거니까요. 모르는 것만 찾아서 연구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과학을 쉽게 배우면 좋을텐데요. 저도 요즘 과학책을 보니까 참 재미있다 그런 생각도 들던데요.

“안타갑게 느끼는 것은 과학교육을 목표를 달성한다는 정신으로 시키니까(재미없죠). 등수 매기고, 점수 주고 그런데 집중하다보니, 진짜 재미있는 과학, 호기심을 돋구고 해소하는 과학은 교과과정에서 전혀 맛보지 못합니다. 영재라고 해서 교육을 받아도 똑같은 내용을 더 어려서 한다는 정도여서 별 의미없습니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모든 국민에게 과학을 교육시키는데 왜 모든 국민이 과학을 알아야하는가, 무조건 과학이 있어야 기술도 발전하고 경제도 발전한다고 생각만하지, 기술발전과 상관없는 일반 국민이 왜 기초과학을 알아야하는가라는 거죠. 의무교육으로 과학을 배운 학생들이 졸업 후 2년만 되면 다 잊어버립니다. 악몽과 같은 기억만 가지고 있지요. 차라리 과학을 안 가르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 온 국민이 미적분을 배워야하고, 유기화학을 배워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걸 더 가르친다고 강제로 배운 것을 조금 더 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거든요. 물론 기술발달에 과학발달이 필요하지만 그건 전문가만 알면 됩니다. 정말 전국민에게 과학을 가르친다고 할 때는 과학이 정말 얼마나 재미있고, 자연이라는 게 얼마나 오묘하고 신기하고,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정답을 추구하는 과학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과학을 대부분 싫어합니다.”

“제가 역사를 배울 때도 그랬습니다. 학교 다닐 때 역사를 정말 싫어했어요. 지금은 과학철학, 과학사를 하기 때문에 사학가가 됐지만(웃음). 이런 일이 일어났나다는 사실들을 주입시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 미국 유학을 가서야 아 역사는 사실을 암기는 과목이 아니라, 인간의 과거를 이해하는 과목이구나, 인간이 왜 이렇게 사는가를 알게 하는 과목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되면서 상당히 재미있어졌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국민한테 과학을 조금이라도 가르쳐서 4차 산업혁명을 융성하게 한다. 이거는 말이 안됩니다.”

-그러면 과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건가요.

“조금 심하게 말하면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오락으로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탐구하고 실험해보는, 실험이라는 것을 결과를 모르고 하는 게 실험이거든요.”

-그래도 정부가 투자가 필요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 과학이 발전도 하고 하니 어떤 목적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교육의 의도가 없을 수는 없는 것 같은데요.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은 강제로 절대 할 수 없습니다. 되지도 않을뿐더러 혐오감만 늘립니다. 과학도를 육성하려면 일단 과학을 선호하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중요한 건 시민들이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분자식을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이 왜 필요한가, 과학과 기술·종교와의 관계는 어떤가를 교육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일반 시민들이 그런 의식을 가지면서 과학자들을 제대로 뒷받침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야 합니다. 과학을 정말 타고날 정도로 재능있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말려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걸 잘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지원만 있으면 정렬적으로 할 수 있거든요. 과학은 정말 누가 시켜서 할 수 없습니다. 그게 공학하고는 다르거든요. 삼성에서 이거 개발해 하면 어느 정도 하지만, 과학은 그렇지 못합니다.”

-누구나 과학을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인가요.

“(일반 국민들이)과학이 뭐다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서 흥미를 유발하는 과학이 중요합니다.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하면 그렇게 되면 일부 학생들은 과학자가 될 것이고, 나머지 일반 학생들은 안 되겠어 하더라도 아 그래 과학이 이렇게 훌륭하고 재미있는 것이구나하는 뒷받침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사실 우리가 노벨상을 왜 못받나 얘기하지만 올림픽과 비교하면 재미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체육을 잘 해서 올림픽에 금메달 따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과학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과학은 왜 필요한 것이지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연을 이해함으로써 유용한 기술을 발달시키는 현실적인 게 있고, 또 하나는 문화적인 것, 자연을 이해하는다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거미가 집을 짓는 모습을 보고 탄복할 수도 있고, 하늘의 별을 보며 어떻게 이런 세상이 생겼나 하는 생각을 한다든지 하는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인간적 기뿜을 과학에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 이유로 국가적 지원을 받으려면 현실적 결과물을 얻어내야 하다보니 뭔가 성과를 내줘야해주는 것 아닌가요. 그걸 탈피할 수 없지 않나요.

“기술을 본다면 우리나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던 나라에서 지금 세계 최첨단 기술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잘하지 못합니다. 사람이 잘 살기 위해 기초과학을 잘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만 잘해도 됩니다. 딴 나라에서 발달시킨 걸 가져와 지금도 잘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반도체 원리를 개발한 건 없지만 만드는 건 잘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성과주의에 쫓기는 과학 정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초과학 기술은 아무도 특허를 낼 수도 없고 비밀을 지킬 수도 없습니다. 딴 나라 것을 갖다 쓰면 됩니다. 그러나 슬픈 건 우리는 최고 수준의 과학을 왜 해내지 못하느냐, 그건 슬픈 일입니다. 노벨상 못받았다고 한탄하는데 노벨문학상 못받은 것도 한탄해야되는데 그 얘기는 안하더라구요. 기초과학에서 딴나라보다 못하는 게 안타까울뿐이지 잘 사는 거하고는 상관없습니다.”

-강연이나 책에서 다원주의를 강조하시던데요. 저도 선생님 책을 읽기 전에는 과학은 진리가 하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한 가지 같은 사실을 놓고 볼 때도 그걸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지동설과 천동설이 싸울 때 관측 사실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보이는 것이 해가 움직이기 때문인가,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인가 그걸 가지고 싸웠던 것입니다. 지구가 자전하는 지 그걸 관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구가 돈다는 건 이론이었습니다. 태양이 움직인다는 것도 이론이었구요. 그러니까 다원주의적 관점은 같은 현상을 놓고도 다른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과학을 공부하면서 지금과 얘기한 것과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옛날에는 뉴튼의 이론으로 모든 걸 설명했는데 똑같은 현상을 놓고도 이제는 다른 이론이 생겨서 전혀 다르게 설명합니다. 지금은 양자역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자나요. 그렇다고 해서 옛날 이론을 다 버린 것도 아니고. 지금도 대학 1, 2학년까지는 뉴튼 이론을 배웁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그것도 일리가 있었구나, 절대적 진리는 아니지만 그것도 유용하구나, 큰 그림을 그려보자면 인간의 역사가 여러 면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일원주의에서 시작하고 정치적으로 보면 군주주의, 권력은 중심돼 있고 그 사람말이 절대적으로 옳다가 민주주의로 됐고,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다당제가 됐습니다. 과학에서도 이런 다원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학도 처음에는 진리가 딱 하나 있고 우리는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과학의 사명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제가 느끼기에는 과학도 점점 성숙해지면서 그런 진리 얘기는 그만 합시다 그런 분위기도 있거든요. 분야에 따라 물론 다릅니다. 이론물리학이나 우주론 하시는 분들든 진리를 밝혀내겠다 하는 분위기도 있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은 그런 얘기 좀 따분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주의 진리는 모르겠지만 난 정말 DNA가 RNA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게 되는 걸 밝혀내겠다던지, 나는 정말 성능 좋은 전지를 만들겠다던지, 나는 정말 지질학을 공부하면서 남아메리카의 3만년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겠다는 식이죠. 그런 구체적 연구를 하고 있고 구체적 연구를 하다보면 관용도 생깁니다. 나는 이렇게 접근하고 있다, 당신은 그렇게 하고 있군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분자 생물학을 볼 때도 상식적으로 DNA가 있어서 모든 유전 정보는 거기 담겨있고, 그게 표현돼서 생긴다 이런 게 1950년대 정설이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의심받고 있습니다. DNA가 세포 속에 있자나요. DNA에 담긴 정보가 표현이 되는데는 세포 전체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러면 그 세포는 어디서 왔느냐. 그러니까 인간이 탄생하는 걸 본다면 난자와 정자가 만날 때 DNA는 양쪽에서 오는데 나머지 세포는 난자에서 생기지 않느냐. 사람이 생길 때는 아버지와 어머니에서 받은 DNA도 있지만 어머니한테 받은 난세포를 물려받아야만 되는 거니까 DNA만 유전되는 게 아닌 것을 깨닫고 DNA와 세포간 교류를 연구하는 게 첨단입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그런 얘기 하지 않습니까. 과학도 계속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는 걸 깨우치는 과정인데요. 생물학자들이 그렇게 보기 시작했다고 해서 DNA가 유전정보를 갖는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죠. 그건 맞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차원이죠. 과학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면들이 보이는 거죠.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진리를 받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과학은. 점점 옛날에 알게 됐던 걸 기반으로 옛날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걸 알게되고 우리가 정말 유치했구나 그렇게 알게되는 과정이죠.”

-과학이 4차 산업혁명을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까 얘기했듯 과학을 강제로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우리가 이런 기술을 발달시키고 싶다고 할 때 그럼 거기에 필요한 과학은 뭔가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걸 예측할 수 있다면 좋죠. 우리가 쓰는 휴대폰이라던지 그런 걸 발달시키려면 어떤 과학이 필요할까, 이걸 200년전 과학자들에게 물어봤다면 절대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실화가 있습니다. 전자기학의 대부격이던 영국의 패러데이 얘기인데요. 그 사람이 처음 생각해낸 게 전기장, 자기장 같은 장 개념이죠. 전자기장을 이해함으로써 전파를 가지고 라디오부터 휴대폰까지 다 하는 거 아닙니까. 패러데이가 처음 전기장 자기장 개념을 생각했을 때는 그런 기술이 거기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얘기죠.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가 어떤 정치가가 그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패러데이 자신도 무슨 쓸모가 있다는 걸 몰랐다는 거죠. 그러니까 무슨 기술이 있으면 좋겠어 하고 그것을 목표로 거기에 맞는 과학을 발전시키는 건 얘기가 안되는 거구요.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슨 과학이든 발전시킵니다. 과학자들의 호기심에 따라 여러 분야에 과학을 발달시켜놓으면 우리가 기술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기술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계획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흥미를 유발한다는 거는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거구요, 호기심은 모든 방향으로 퍼지거든요. 얼핏보면 쓸모없는 연구를 하지만 그것은 언젠가는 쓸모가 있어질겁니다.”

-철학 등 인문학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두 판·검사, 공무원 하기 원하고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꽤 큽니다.

“제 경험이 딱 그런데요, 사실 처음 학부에서 물리학 할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쓸모 있는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너무 물리학에 빠져 좋아하니까 아버지를 설득시켰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원갈 때 철학을 한다고 하니 물리학 하지 철학은 뭐하러 하냐 하시더라구요. 형님 장하준 교수도 사학과를 가려했는데, 형은 역사를 좋아했죠. 그런데 아버님이 쓸모 있는 일을 하라고 사학과 못가게해서 경제학과 갔는데, 경제학과를 가도 그래도 사학을 하고 싶어 경제사를 해보겠다 했는데 그것도 못하게 하셨어요.(웃음) 그랬지만 결국은 형님 작업하는 거보면 역사를 많이 넣자나요. 아무리 현실이 어렵다고 해도 부모님들이 재고해주십사 하는 게 제 경험의 핵심입니다. 하고 싶은 거 하게 나둬두시라는 거죠. 옛날에는 그걸 해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해 안가는 면도 많거든요. 그런 상황이 많이 바뀌는 것도 저절로 바뀌는 건 아니죠. 그런 길을 뚫은 선구적 사람이 있던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바뀐 것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미쳐서 하는 사람 따라가기 힘듭니다. 뭔가라도 잘하라고 놔뒀으면 좋겠어요. 부모님 우려에 따라 진로가 좋은 길로 강요한다고 했을 때 성공률 그렇게 높지 않잖습니까.”

-인공지능으로 지금 세계가 가고 있는데 철학을 하는 입장에서 우려되는 점은 없습니까.

“인간이 인간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AI가 나왔을 경우 정말 감당할 수 없는 거죠. 사람은 왜 사는 것인가, 인간성이란 뭔가 그게 정말 혼란될 수 있거든요. AI가 막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급히 생각해봐야될 것이 인간이란 게 무엇인가, 인간의 지능이라는 게 뭐고 인간의 지성이라는 거 뭐냐라는 겁니다.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려고 든다면 인간이 뭔지부터 인식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인공지능한테 주도권을 뺏겨버릴 수도 있습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게 뭔지 인식하지 못하고 기술만 발달시켰을 때 돌아오는 문제가 뭐냐하면 인간에게 해가 되는 기술을 발달시켜버린다는 거죠. 정말 큰 위험이라고 봅니다. 기술을 발달시키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이 난 할 수 있어 하며 운동시합하듯 내가 먼저할꺼야 하면서 앞뒤 생각하지 않고 개발하거든요. 제 동료 교수에게 들은 얘기인데, AI 하는 사람이 이 AI가 머지않아 당신과 30분만 얘기하면 목소리와 말투를 똑같이 흉내낼 수 있다면서 너무 흥분하더라는 거지요. 그 기술 개발 기대에 신이 났더라는 거예요. 동료교수가 걱정은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전혀 걱정하지 않더라는 거예요.”

-그러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술의 발전은 과학이 바른 길로 해주는 건가요

“과학이 해줄 수 없죠. 철학과 윤리학과 정치학과 인문학이 해줘야 합니다. AI를 생각할 때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유사한 일이 있었는가 많이 있었습니다. 인류가 증기관을 발명하고 자동차를 발명하면서 온난화를 걱정하지 않았잖아요. 이산화탄소를 대기 속으로 뿜어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생각하지 않고 기술을 발전시켜 온 거죠. 역사를 보면 그런 착오가 많이 있었다는 게 많이 보입니다. 역사교육을 시켜야하고, 윤리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사회적으로 토의하고, 정치적 해결을 추구할 수 있나, 그렇게 사고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역사나 과학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정답이 아니라 방법을 가르쳐야 됩니다. 정말 우리가 정말 고민하는 것들은 정답이 없다는 거죠.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게 정치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떤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는 버릇을 길러줘야 이게 교육이죠. 이게 정답이다. 이것이 바른 길이다. 그렇게 가르쳐봐야 미래에 대한 대비는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제목을 뽑으면 4차산업혁명 시대 역사 윤리 뜬다 되는데요(웃음)

“그런 헤드라인 뽑아본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문학이 주도해야 한다가 되겠죠. 제 이야기의 초점은 4차 산업혁명에는 정답이란 게 없다는 겁니다. 옛날에도 정답은 없었습니다. 있다는 환상을 갖고 살았던 거지요. 나중에 상대성이론이 나왔을때는 지구가 움직인다든지, 태양이 절대적으로 움직인다든지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정말 미래 과학은 어떤 얘기를 할지 모릅니다.

-교수님은 철학자인가요 과학자인가요.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것을 탐구할 수 있을 때 행복합니다. 그게 철학일 수도 있고 물리학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도 실험을 합니다. 과학을 연구하다보면 옛날 과학자들이 보고한 것이 있는데 궁금한 것이 있고 그럴 때 실험해 보는데요. (책에도 물 끓이면서 온도계 얘기 하신던데요.)그것도 옛날 문헌을 읽고 궁금해서 실험해 본 거였지요. 물이 그냥 100도에서 끊는다, 이거는 좀 쉽게 가르치려고 굉장히 단순화시킨 겁니다. 전문가들은 압니다. 유리그릇과 머그잔하고 알루미늄 냄비에 물이 끊는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요. 오래된 과학책이나 논문에서 보고 실험을 해보니 정말 그랬거든요. 그 때야말로 ‘진정한 과학탐구를 해봤어’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실험을 한 거니까요.

-과학과 철학이 동떨어진 것인가요.

“지금은 그렇게 됐지만, 기원은 결국 철학에서 나온 거지요. 학문이라는 게 다 그렇지요. 일반적으로 학문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내 대답은 일반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는 문제를 탐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웃음) 일상 생활도 탐구의 과정이거든요. 학자만 연구하는 거 아니고 모든 사람이 연구를 하죠. 미국 실용주의 철학자 듀이의 주장은 인간의 탐구는 항상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자는 일반인들이 하지 않는 탐구를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과학하는 사람들도 공학에서 볼 때는 쓸모없는 일을 하는 것이고요. 패러데이가 자석과 코일을 갖고 놀았듯이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게 학문인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철학입니다. 그런데 고대로 가보면 철학자들도 정치가들과도 항상 교류를 했고, 인간의 삶이 현대적으로 분화되기 전에는 철학과 과학이 동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현대로 오면서 분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융합이 필요합니다.”

-영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딩교육이 시급해서 정규교육으로 도입한다고 얘기들었는데요.

“결국 미래는 예측불허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잘 예측한다고 해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태들이 벌어질 것이고 그 때 허를 찔리는 것입니다. 코딩 교육 얘기하니까 드는 생각인데 제가 1980년대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컴퓨터프로그램 배워야 한다는 주류가 있었고, 많이들 들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안 배우더라는 것이죠. 프로그래밍을 배운 게 대신 컴퓨터를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코딩도 비슷하지 않을까합니다. 무슨 과목을 공부하건 사고의 유연성을 유도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영국에서 전하는 새정부의 과제라고 한다면요.

“와.(웃음) 며칠 안됐지만 잘 하고 계시고, 외국에서 볼 때도 안심이 됩니다. 우회적인 얘기인데, 지난 1년간 우리나라 돌아가는 일을 보면서 선진국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했습니다. 대대적 시위를 하면서도 한명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질서있고 평화롭게 해냈고요. 갑자기 선거를 치루면서도 정권 이양도 순조롭게 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이 훨씬 낫습니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탄핵도 절차대로 했고, 남용되지 않았고요. 우리 나라 사람들도 잘살고 되게 잘 살고 훌륭한 나라다. 외부에서 볼 때는 정말 훌륭한 나라입니다. 그러니 부모님들도 그렇고 정치가들도 여유를 가지고, 서로서로 좋은 거 하고 맘대로 살라고 놔주는 거 그걸 정부에서부터 시작해주면 좋겠습니다.”

-문화융성이 국가발전을 이룬다는 말씀이시네요.

“과학도 문화의 일부로 봐야합니다. 일반적 문화가 융성하지 않고 순수 과학을 발전시킨 나라가 없었습니다. 케이팝도 문화입니다. 그런데 엄청 쏠려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나라가 클래식 음악 잘 하지만 피아노, 바이올린에 쏠려있습니다. 문화가 두텁지 못합니다. 문화가 두터우려면 ‘미친 짓 좀 해봐라’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영국이 문화는 두텁습니다. 그러다보니 문화적 리더들이 꼭 부유층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사회계층에서 나옵니다. 과학자도 그렇고요, 패러데이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받던 제본사였어요. 그런데도 훌륭한 업적을 남겼잖습니까. 문화의 층이 두텁다는 거는 모든 사회계층에서 문화에 참여하고 리더가 나오는 겁니다.”

-형제 두 분이 석학이시구. 자유를 줘라고 하지만 두 분은 금수저를 물고 오신 분이다 이런 얘기가 나올 것도 같습니다.

“배부른 얘기라는 말을 듣죠. 그런 얘기를 듣기 때문에 패러데이를 같은 얘기를 하는 겁니다. 문화가 융성한 나라를 보면 흙수저들도 자기가 추구하는 거 잘 해서 사회적 지위 상승하고, 그런 지위 상승 못하더라도 그걸 즐기면서 소박한 삶을 삽니다. 솔직히 인구 대부분이 소박한 삶을 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경쟁을 이기고 금수저를 쟁취하는 것만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된 게 문제입니다. 저는 물론 행운을 타고 났던 사람이고 운이 좋았던 사람이기는 합니다.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역사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 한 때 흙수저들도 잘 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런 체제가 없었다면 선진국도 되지 못했어요. 에디슨이 부자집 사람 아니었습니다. 자수성가한 사람 많지요. 역사적으로 볼 때 금수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위윈전 폐단은 크게 성공한 거만 미담으로 여기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사실 언론에서 저같은 사람 얘기도 쓰시는데 많은 경우 천재, 천재 집안, 그런거는 대부분 과장된 얘기고요. 사실이라고 할지언정 그 얘기 듣고 무슨 교훈을 얻겠습니까. 교훈이라면 나도 열심히 해서 100에 하나 되는 성공사례되겠는 건데, 99가 행복하지 않는 사회에 공조하겠다는 얘기 아닌가요. 영국에서 하는 교수의 삶은 참 소박합니다. 교수라해서 장관시켜주지 않고 돈도 많이 못 법니다. 한국처럼 떠받들어 주지 않아요. 소박한 삶이에요. 길에 지나다녀도 알지도 못하고 좋아요.”

-한국에서 교수 생활 등 한국에 올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리 (교수직을) 트라이해본 적 없습니다. 한국에서 저의 자리라는 게 거의 없었고요, 지금은 여기 자리 잡은 상태고, EBS 작업을 했듯이 그런 일은 계속해보려는 계획이고요. 방송 이후 많은 초청을 받는데 제 분야 사람이 한국에 꽤 있거든요. 꼭 저를 부른다는 거는 캠브리지 교수 부르는 건데 그건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하는 교수생활 소박하고 즐겁습니다. 한국서도 교수 직업을 그런 식으로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케임브리지(영국)|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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