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기획:KBS주말극②] 시청률 질주 '아이해', '청량 드라마'로 남을까

한해선 기자 입력 2017. 6.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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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아버지가 이상해’가 전개를 거듭할수록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초반부터 ‘청정 드라마’로 사랑받은 ‘아이해’는 마지막까지 막장 없는 사이다로 청량함을 고수할 수 있을까.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이하 아이해)가 시청률 정주행 중이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18일 방송분은 31.6%의 시청률을 차지했다.(전국기준) 11일 방송된 자체 최고 시청률 31.7%과 유사하며, 부동의 주말극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KBS2 ‘아버지가 이상해’ 방송 캡처

‘아이해’는 초반 ‘청정 드라마’로 호평과 함께 시작했다. ‘아이해’는 평생을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온 성실한 아버지 한수와 든든한 아내 영실, 개성만점 4남매 집안에 어느 날 안하무인 아이돌 출신 배우가 얹혀살며 벌어지는 코믹하고 따뜻한 가족드라마.

‘아이해’는 동거와 혼전임신, 졸혼과 같은 새로운 결혼 풍속도를 소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발했다. 타 방송사들이 ‘막장’ 요소로 시선몰이를 할 때 KBS는 오히려 막장을 배제한 ‘건전함’을 추구했다. 지금까지 전개 역시 분리된 가족 중희가 겨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형성, 안락한 가정이 꾸려지고 있었다.

여기에 사이다 캐릭터 이유리, 이준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유리는 로펌 변호사 변혜영 역으로 자기중심적이고 냉정한 독설가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내색 않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쎈 언니다. 똑순이 혜영은 결혼인턴제를 실시하자는 제안과 함께 시댁에 입주하면서 전세계약서까지 쓰는 등 결혼 신풍속도를 열었다. 중희는 미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데뷔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거침없는 언동과 미영에 대한 츤데레 사랑으로 ‘심쿵’ 유발까지 한다.

하지만 지난 11일 방송에서 때 아닌 논란이 따랐다. 극중 안중희(이준 분)와 변미영(정소민 분)의 키스신에서다. 촬영장에서 중희의 입술 자국 분장을 부자연스럽게 본 감독은 인위적이라며 매니저인 미영에게 직접 입술 자국을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미영은 중희의 양 볼과 입술에 자국을 남기면서 엉겁결에 입맞춤을 하게 됐다.

방송을 본 일부 시청자들은 이복남매 관계로 설정된 두 인물이 설레는 감정을 안고 키스신을 선보이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매니저에게 강제 입맞춤을 요구한 감독에 대해서도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결국 방통심의위는 민원 접수를 받고 안건 상정 검토에까지 나섰다.

/사진=KBS2 ‘아버지가 이상해’ 방송 캡처

이 가운데 ‘이상한 아버지’ 변한수(김영철 분)의 충격적인 과거가 ‘아이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1982년 한 클럽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당시 이윤석은 사망한 친구 변한수의 이름을 빌려 지금까지 살고 있었다. 폭행 치사 누명을 쓰고 범죄자로 낙인찍힌 한수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극의 장치로서 ‘위기’를 심는 것은 당연하나, 현실성과 동떨어진 자극성에 의존한 장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982년 그 사건’ 이후 한참 뒤 진짜 한수의 아들 중희가 가짜 한수의 아들이 되는 과정도 우연성에 기댄 전개다. 여기에 최근 중희와 미영의 키스신 논란까지 더해지니 초반의 ‘청정’ 빛깔이 다소 퇴색된 느낌이다. ‘힐링극’으로 시작했지만 ‘뻔한극’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따른다.

그럼에도 현재 시청률은 30%를 돌파해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혜영은 결혼 후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어머니 오복녀(송옥숙 분)의 횡포에도 꿋꿋히 시댁 살이를 하는 중이다.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도 특유의 순발력과 지혜로 고부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사이다 처세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반응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아이해’는 가족이 변화하는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 혼전 동거, 계약 결혼 같은 부분들이 지금 결혼을 염두하는 세대의 생각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예전 드라마들이 결혼을 이야기의 최후의 목적으로 담고 있었다면, ‘아이해’는 과정을 솔직하게 다룬다. 여러 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준, 화영의 각각의 로맨스도 지금 세대와 맞다. 다각적이면서 현실에 맞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고 인기요인을 들었다.

다행히 ‘아이해’는 고부갈등 장면에서도 며느리가 슬기롭게 대처하는 식으로 그린다. 8시대 주말드라마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함께 모여 시청하는 때다. 단순 흥미를 넘어서야 하는 일종의 사명감이 존재한다. KBS 주말극은 1980년대부터 30년간 최고 시청률 65.8%(첫사랑), 평균 시청률 3~40%를 달성해 왔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어울림과 화기애애한 가족극으로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는 소재로 시사점을 안겨주는 데 매력이 있다. ‘아이해’가 시청자들에게 오랜 기억으로 남는 ‘청량극’으로 남기 위해선 이 초점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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