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라고요? 시즌되면 알아서 쫙쫙 빠진대요"
- '얼굴마담 감독'이라도 괜찮아
"농구가 '그들만의 리그' 돼 씁쓸..
이상민·문경은 감독과 붙으면 많이들 보러오지 않을까요?"
- 부족한 경험 메울 '든든한 코치진'
김영만 前감독·박재헌 코치 영입
"올시즌 목표는 6강 PO 진출, 잘 하면 선수들과 예능도 나갈 것"
코치 한번 해보지 않았는데 감독을 맡았다. 코치 3명 중 2명이 그보다 나이가 많다. 지난 4월 프로농구 창원 LG의 새 사령탑이 된 현주엽(42)이다. 22일 LG 훈련장인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현 감독을 만났다.
현역 시절 105~108㎏을 유지했다는 그의 몸무게는 어느새 130㎏에 육박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 백보드를 부수는 괴력을 선보인 그에게 맞을 각오로 물었다. "지도자 경력이 없는데, '얼굴 마담', '마케팅용'으로 감독 된 거 아닙니까?"
곧장 이런 답이 왔다. "마케팅용이면 어때요? 마케팅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성적까지 좋으면 성공한 마케팅이잖아요. 농구판에 계속 있었다고 감독 잘하리란 보장 있습니까?"
지난 1월 현 감독은 KBL 출범 20주년을 기념해 꼽은 '레전드 12'에 이름을 올렸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지만 그는 2009년 은퇴한 뒤 두문불출했다. 현 감독은 "2년 동안 농구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은퇴했어요. 농구 보면 선수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 같더라고요."
현 감독은 2014년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농구판에 돌아왔다. "코치 제안이 여러 번 있었지만 거절했어요. 건방진 생각일 수 있지만, (코치를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농구를 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해설위원을 하면서 농구 공부가 상당히 많이 됐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보는 농구랑 한 발 물러나서 보는 농구가 다르더라고요."
현 감독이 밖에서 본 한국 농구는 유쾌한 모습이 아니었다. "우리는 현역 때 '내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서 이겨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때랑 비교하면 요즘 선수들은…. 어느새 농구가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 안주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대중에게 보여주려고 농구 하는 거지, 우리끼리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가 현역 시절엔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들도 최근 현 감독을 알아본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였기 때문이다.
현 감독은 '예능 예찬론자'였다. 현 감독이 예능행을 결정한 데는 그보다 앞서 예능에 데뷔한 휘문고 1년 선배 서장훈(43)의 조언이 있었다. "장훈이 형은 원래 TV 나가는 걸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저보고 권하더라고요. 농구 선수가 한 시즌 50경기 뛰는 것보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 나가는 게 사람들이 농구에 더 관심 갖게 되는 세상이에요." 그는 "첫 시즌 성적을 잘 내서 선수들 모두 데리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지도자 경력 전무'인 현 감독은 선배인 김영만(45) 전 원주 동부 감독과 박재헌(44) 전 KB스타즈 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위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하지만 저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실수를 줄이려면 경험 있는 분들과 손을 잡고 가야죠."
LG는 지난 두 시즌에서 모두 10개 팀 가운데 8위였다. 현 감독은 올 시즌 목표가 6강 진출이라고 했다. 그는 "6강만 가면 그 이후부터 단기전이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팀 성적보다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었다.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 문경은 서울 SK 감독에 더해 전희철, 김병철, 서장훈, 우지원이 예전 선수 때 그랬던 것처럼 감독으로 맞붙는 걸 생각해봐요. 농구가 너무 죽어있는데, 향수 때문이라도 경기 보러 오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마치기 전 다이어트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김영만 코치가 살 빼지 말라고 하던데요. 시즌 시작되면 알아서 쫙쫙 빠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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