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4대 그룹 간담회]김상조 "개별 기업과도 대화" 재계 "안심하고 돌아가겠다"

조형국 기자 2017. 6. 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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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화기애애 속 ‘뼈 있는 주문’
ㆍ김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설명…기업들 적극 호응”
ㆍ재계 “예측가능한 정책 펼치겠다니 전혀 의구심 없어”
ㆍ향후 재벌개혁, 대화와 제재 ‘양날의 칼’로 진행 예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간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하현회 (주)LG 사장. 이준헌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4대 그룹 최고경영진과의 회동을 통해 재벌개혁의 첫 단추를 끼웠다. 재벌을 압박하려는 듯한 모양새는 최대한 피하면서도 지배구조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재벌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검찰’ 수장과 면담을 마친 기업인들은 “매우 유익한 자리였다”고 평가하면서도 말을 아끼는 등 긴장한 듯한 모습도 감지됐다.

■ 정중하지만 뼈 있는 주문

김 위원장은 이날 정책 간담회를 마치고 “유익한 대화의 기회를 계속 마련하는 걸로 완벽하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전에 기업 간담회 정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던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개별 그룹, 개별 기업의 사안과 관련해서도 대화를 요청했으며 대화의 기회도 앞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기업인들이 나눈 대화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해관계자도 많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기업과 관련한 대화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주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드렸고 경제부총리·정책실장과 비공개적으로 나눴던 의견도 상세하게 전했다”며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맞게 모범사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기업 측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합리적이며 역행하지 않는 개혁’은 합의의 수준을 단계별로 높여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 저격수’ 출신 공정위원장과 재벌그룹 간판 경영진의 만남은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했다. 김 위원장은 재계의 불안을 의식한 듯 수차례 ‘대화와 협의’를 내세우면서 정책의 합리성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서로 엇갈려 손을 잡거나 다 같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사진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하현회 LG 사장이나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등은 발언문에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했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김 위원장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간담회를 마친 후 기업인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전혀 의구심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예측 가능하고 명확하게 정책을 펴시겠다고 했다”며 “아주 안심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대기업이 한국 경제 발전을 이룩한 건 사실이지만, 일부 분야에서 방법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위원장 말씀을 듣고보니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업도 정부의 경제방침에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 ‘대화’와 ‘제재’ 투트랙으로

간담회의 분위기와 달리 재벌개혁을 둘러싼 현안은 녹록지 않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수차례 재벌의 부당승계를 막고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재계가 수용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공부문에 이어 4대·10대 재벌 순으로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거나 “재벌의 중대 경제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을 세워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선명히 했다.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내부거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등 재벌의 갑질에 대한 수사와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현 정부의 방침이다. 대기업 조세감면 제도를 폐지·축소하고 상위 재벌에 집중된 강력한 규제로 대기업의 변화를 이끈다는 것도 시장경제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로 지목됐다.

정부 출범 후 공정위의 행보도 이와 일치한다. 지난 19일 4대 그룹과의 면담 계획을 밝혔던 김 위원장은 동시에 “지난 3월부터 45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실태점검 자료를 받아 분석 중”이라며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은 규모와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대화의 장을 마련한 이상, 재계도 대화를 이어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정부와 재계가 만날 기회가 없어 막연한 불안과 우려가 증폭된 측면이 있었다”며 “공정한 거래 문화 정착을 위해 기업이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찾아 개선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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