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살처분 0건·길고양이 0마리'에 다가서는 도쿄

이병욱 기자,이기림 기자 입력 2017. 6. 23. 18:59 수정 2017. 6. 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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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일본은 지금] <1>개·고양이 무료 중성화 병원 운영하는 '560그룹'

[편집자 주] 세계 최초로 유기견 출신의 '퍼스트 독'이 한국에서 탄생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사람들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 간 국내에서 유기된 동물은 약 41만마리. 연 평균 8만마리 이상이다. 반면 민간위탁과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가 수용할 수 있는 유기동물 수는 총 2만2000마리다. 이 때문에 보호기간은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온 동물들은 지난해 기준 46.6%가 원주인을 찾아가거나 새 주인에게 입양됐지만, 22.7%는 자연사했고, 20%는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뉴스1>은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대표 황동열), '다솜'(대표 김준원), '나비야사랑해'(대표 유주연)와 함께 유기동물 '살처분 0'를 목표로 많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동물보호 현주소를 살펴봤다.

미조카미 나오코 560 그룹 대표가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네리마구 미나미 560그룹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도쿄=뉴스1) 이병욱 기자,이기림 기자 = 일본 도쿄 도심에서 차로 40분 남짓 내달리면 네리마구 오이즈미에 위치한 3층짜리 작은 건물이 하나 나온다.

건물 벽면에 빨간 간판과 포스터가 걸려 있는 이곳은 일본 도쿄도 '유기동물 살처분 0건과 길고양이 0마리'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주식회사 560그룹(이사장 미조카미 나오코)이다.

560그룹의 전신은 지난 2012년에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NPO) 네코켄이다.

회사원이었던 미조카미 560그룹 이사장은 남편과 함께 중국에 가서 유학을 하다 비참한 현실에 처한 동물들을 보고 느낀 바 있어 일본으로 돌아와 동물보호단체에 들어갔다.

이후 민간단체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면서 동물보호활동 전면에 나섰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미조카미 이사장은 '애니멀호더'였던 한 노인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방치된 49마리 고양이들을 구조하게 됐다. 고양이들은 근친교배로 인해 한쪽 눈이 없는 등 대부분 장애를 갖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미조가미 이사장은 돈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4월 도쿄 스기나미구에 무료 중성화 수술을 하는 네코켄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병원 설립비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했다. 모금엔 560명이 동참해 목표액 500만엔(약 5113만원)을 넘어 885만엔(약 9050만원)이 모였다

또 이 같은 네코켄의 취지에 동감한 스기나미구 한 동물병원에서 장소도 제공해줘 모인 돈으로는 의료설비를 구입했다.

의료진의 인건비는 미조카미 이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반려동물용품 쇼핑몰의 수익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미조카미 나오코 560 그룹 대표가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네리마구 미나미 560그룹 본사에서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김준원 다솜 대표, 유주연 나비야사랑해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죽인다'는 뜻의 '코로스'와 발음이 비슷한 숫자 '56(고 로쿠)'을 차용해'살처분 0마리'를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560그룹은 반려동물용품을 원가에 판매하는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쇼핑몰 회원들에게 받고 있는 회비와 쇼핑몰 수익금 등으로 동물병원과 보호소 운영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현재 네코켄 동물병원에서는 길고양이와 유기동물뿐 아니라 반려동물까지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있다. 반려동물의 경우 선발 기준도 따로 없다. 보호자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수술을 해준다.

그동안 길고양이 2000마리를 포함해 5000마리 가량 중성화 수술을 완료했다.

미조카미 이사장은 "유기동물의 중성화 수술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며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무분별한 근친교배 탓에 장애를 가진 동물들이 태어나기도 하고,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고, 사람들로부터 학대를 받기도 하며 이는 결국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살처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동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개체수가 늘어나면 유기동물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도의 살처분 동물 수는 지난 2015년 고양이 193마리, 개 10마리에서 지난해 고양이 94마리, 개 0마리로 줄어들었다.

560그룹의 '유기동물 살처분 0건과 길고양이 0마리' 목표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로 나타날 듯 보인다.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네리마구 미나미 560그룹 본사 인근에 위치한 유기동물보호센터 모습.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다음은 미조카미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이런 일을 하게 됐나

▲길고양이 수를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살처분 되는 동물들을 없애고 싶었고, 가정 내에서 번식된 동물들 중에는 보호자들이 직접 살처분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꼭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물병원은 어떤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병원을 직접 경영한다. 560그룹이 병원의 스폰서로 돼 있지만, 법인은 돈이 없기 때문에 실제는 560그룹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마련하고 있는데, 글로벌 대형쇼핑몰 코스트코처럼 회원들이 가입할 때 내는 회비와 쇼핑몰을 통해 나는 수익금을 자금으로 모은다. 쇼핑몰 외에 부동산 등을 운영하며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도 보탠다. 병원을 설립할 때 펀딩을 통해 모았지만 현재는 기부금을 받지 않고 있다.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네리마구 미나미 560그룹 본사 인근에 위치한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된 고양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동물병원 외 다른 시설도 운영하나

▲길고양이나 유기동물, 가정 내에서 길러지다 구조된 동물들을 새로운 곳으로 입양보내기 전까지 데리고 있는 보호소를 여러 곳 운영 중이다. 현재 350마리의 동물들이 생활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회원들은 어떤 혜택이 있나

▲회원들은 한 달에 한번 회비를 내고, 원가에 사료나 용품을 살 수 있다. 작년 10월부터 모집했는데 현재 약 300명의 회원들이 가입했다. 회비는 월 500엔이다. 회원들은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가격의 절반 이하로 물품을 살 수 있다. 그래서 회원들이 몰리고 있다. 회원 외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쇼핑몰도 따로 운영하는데 이 곳에서 나오는 수익도 투자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살처분 0마리, 길고양이 0마리'다. 그리고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지원하는 병원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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