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 용의자 15년만에 검거

이종섭 기자

2002년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5년 만에 붙잡혔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23일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ㄱ씨(5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ㄱ씨는 2002년 4월18일 충남 아산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여성 ㄴ씨(당시 46세)를 살해해 송악면 갱티고개 인근 야산에 사체를 유기한 뒤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수사망을 피해 달아났던 ㄱ씨는 경찰이 올해 미해결 장기 사건으로 분류하며 중지했던 수사를 재개하면서 15년 만에 결국 꼬리를 밟혔다. 경찰은 당시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피해자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ㄱ씨가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으면서 범인 검거에 실패했었다.

경찰은 올해 수사 재개 후 범죄분석회의 등을 통해 사건 당시 범인의 동선을 재추적했고, 당시 범행 현장 인근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단서로 지난 21일 아산에서 ㄱ씨를 검거했다. ㄱ씨는 당시 범행 후 공범과 함께 충북 청원군과 대전을 거쳐 전북 무주군으로 이동하며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ㄴ씨의 신용카드로 195만원의 현금을 인출해 달아났었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당시 달아난 공범 ㄷ씨(당시 20대 후반)와 함께 술에 취한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유인해 승용차에 태운 뒤 폭행해 카드를 빼앗고, 조수석 안전띠로 목을 졸라 살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실직을 한 후 직장 후배였던 ㄷ씨와 여관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던 중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평소 자주가던 노래방 주인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ㄱ씨의 진술을 토대로 현재 40대인 조선족 남성으로 추정되는 공범 ㄷ씨를 추적하는 한편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2002년 갱티고개 인근에서는 ㄴ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석 달만에 또 다른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으나, ㄱ씨는 이 사건과의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제사건을 원점 재검토하면서 과거 수사 당시 확인하지 못한 용의자에 대한 단서를 발견해 재수사에 착수했고, 피해자의 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한 장소와 동선이 일치하는 피의자를 특정해 검거할 수 있었다”며 “미제사건 해결로 완전 범죄는 없다는 진리를 확인하고, 억울하게 숨진 영혼을 달래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던 피의자가 15년 만의 재수사로 검거되면서 경찰의 초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 피해자와의 치정이나 내연 관계 등 다양한 범행 동기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을 모두 조사했으나, ㄱ씨는 직접적인 연관성이나 용의점이 없어 수사선상 오르지 않았다”며 “당시 피해자 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한 용의자가 폐쇄회로(CC)TV에 찍혔지만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고 그 역시 ㄱ씨가 아닌 공범 ㄷ씨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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