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은 평양과 서울이 얼마나 가까운지 모른다"

2017. 6. 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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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빈곤의 세계화’ 쓴 진보석학 미셸 초서도브스키 인터뷰…
“트럼프 집권 뒤 북한에 핵무기 사용할 가능성 커졌다”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학 명예교수가 6월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대통령 탄핵’이란 국내 정치의 격동적인 변화 뒤에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가 놓여 있다.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를 맞은 ‘한국’에 대해 ‘외부자’에게 물었다. <한겨레21>은 6월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세계화가 현대사회에 몰고 온 폐해에 경종을 울린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학 명예교수(경제학)와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끼칠 영향에 대해 물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지한파’(知韓派)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6월9~10일 김종훈 무소속 의원실과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코리아 국제평화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통진당 해산 결정에 죄 묻고 무효화해야”

한국에선 지난겨울 촛불집회라는 명예혁명을 통해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이를 어떻게 지켜봤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짜 범죄는 단죄되지 않은 것 같다.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아는데 더 큰 문제는 인권과 자유권의 탄압이었다. 이런 정치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처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아이러니한 것은 헌법재판소다. 헌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인권과 자유권 탄압에 공조한 기관이다. 대표적 사건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었다.

한국 사회에선 대통령 탄핵을 넘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부패 전반과 그에 협조한 기관들에 죄를 물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 국민은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뽑힌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5년 (기업에서 2300여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서 똑같이 반복됐다. 과거사 단죄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된다. 1987년 민주화는 거대한 사건이었지만, 그 열망이 국내 정보기구(국가정보원)의 문제, 최고 정책결정자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정치권과 재벌의 유착, 인권 탄압, 귄위주의적 정부 등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바꾸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방청하는 등 ‘정당 해산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

이석기 전 의원이 구속되기 전에 처음 만났다. 또 2014년과 이번 방한 때 면회를 했다.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란음모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 관련 자료와 뉴스를 찾아보고 변호인들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내용을 알아볼수록 말이 안 되는 사건이다. 대법원은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헌재에서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과 헌재에 죄를 묻고 과거 결정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위 관료들이 전술 핵무기 안전하다 거짓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국제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취임 뒤 미국 정치가 점점 무모해지고 있다. 이런 무모함이 핵무기 사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염려된다. 냉전시대에는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전술 핵무기는 군이 타당성 있다고 볼 경우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제대로 된 통제가 힘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전술 핵무기가 위험성이 낮다고 홍보한다. 제거할 대상만 공격하지,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담뱃갑에다 ‘담배는 몸에 해롭지 않다’고 써놓는 것과 같은 거짓말이다. 전술 핵무기 역시 민간인에게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고위 관료들은 전술 핵무기 사용이 안전하다는 선동을 그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나.

전술 핵무기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트럼프 정부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미친 개’란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다. 2004년 이라크 전쟁 때 팔루자 공격을 지휘한 그는 아주 위험한 사람이다. 트럼프도 문제다. 그는 통치 행위가 리얼리티 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외교를 통해 문제를 푸는 법도 모르는 것 같다. 트럼프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쇼를 이끌기 위해 어떤 일이든 저지르겠다는 우려가 있다. 그로 인해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미국 시민들의 인식이다. 미국 시민들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모른다. 당연히 평양과 서울이 얼마나 가까운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반대하면 “미국이 도와주려는데 왜 그러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도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드는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제주 강정에 건설한 ‘해군기지’와 마찬가지다. 중국이 제국의 꿈을 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거대한 자본주의 국가로 성장해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며 미국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위협받으면 군사적 압박으로 대응하는 역사가 있다. 이런 대응에 한국이 이용당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이 전시작전권 환수해야”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놓인 한국에 조언한다면.

전시작전권 환수가 가장 중요하다. 전시작전권이 없으면 한국 국민이 의도하지 않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상태에선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 통수권을 트럼프가 행사하게 된다. 한국 국민의 의도와 다른 파괴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힘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군사적 행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줄다리기에서 한국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도 전시작전권을 환수받아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 그늘을 벗어나면 한국이 남북 평화협정을 맺는 등의 방법으로 동아시아 평화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남북 평화협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북한과 중국, 유엔군이 맺은 1953년 정전협정(한국은 협정 당사국이 아니다)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남북이 별도로 평화협정을 맺는 것은 가능하다. 전시작전권 환수와 남북 평화협정이 이뤄진다면 적어도 미국 등 다른 국가에 의해 동아시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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