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바이오신약 개발 어디까지? ..전문기자 7인의 역저 출간

기자 2017. 6. 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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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바이오 신약개발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책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사진·바이오스펙테이터 발행)가 나왔다. 서울경제신문 등에서 기자 생활을 거친 이기형 바이오스펙테이터 대표와 천승현, 장종원, 서일, 김성민, 조정민, 이은아 등 바이오·제약 분야 전문기자 7명이 함께 쓴 책이다.

암을 비롯해 난치병, 유전질환, 만성질환, 뇌질환을 정복하기 위한 생명과학 기반의 첨단 치료제 개발 원리와 현황을 쉽게 해설한다. 이 과정에서 혁신적인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도전하는 한국 바이오테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책의 앞부분은 바이오(Bio) 의약품의 개념부터 설명한다.

“케미컬 의약품이 화학 물질들의 합성을 통해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라면, 바이오 의약품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유전자나 단백질, 세포를 원료로 치료제를 만든다. 바이오 의약품의 탄생 배경은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이다. 분자생물학의 목표는 유전자 정보인 DNA 분석, 단백질 및 세포 사이의 역학 관계 해명 등이다.

케미컬 의약품은 사람의 몸 바깥에서 만들어진 화학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왔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기대한다. 그런데 바이오 의약품은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생물체 안에서 약을 만든다. 우리 몸은 병에 걸렸을 때 스스로 치료하는 기능이 있다. DNA, RNA, 단백질, 세포 사이의 상호 관계를 연구하면 질병의 원인과 발생 메커니즘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한다. 특정 단백질, 예를 들어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같은 것이 결핍되었을 때, 이를 재조합해서 만든 단백질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겠다는 컨셉이다. 물론 유전자나 세포 치료도 포함된다. 바이오 의약품은 케미컬 의약품보다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다. 특히 케미컬 의약품이 다루기 힘들었던 암이나 난치병, 희귀질환과 만성질환 등에서 높은 효과를 보인다.”

바이오 의약품 효과의 극명한 사례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다. 2015년 카터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흑색종에 걸렸고, 이미 뇌까지 전이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은 미국에서 발병률 6위의 대중적인 암이다. 카터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암 발병 사실을 밝히면서,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봉사하며 남은 생애를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카터는 2017년 현재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키트루다(Keytruda)’ 치료를 받았는데, 완치되었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암세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키트루다는 미국의 제약기업 MSD(Merck Sharp & Dohme Corp)가 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다. 사람의 면역 기능은 그 자체로 강력해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데, 암세포는 제거당하지 않기 위해서 거짓 신호를 면역 시스템에 보낸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의 페이크(fake) 신호를 막는다. 암세포에게 속지 않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정상 작동해 암세포를 제거하고 암을 치료한다. 4기 암에 걸린 1924년생 노인 카터의 암은 그렇게 치료되었다.

이 책은 키트루다와 같은 첨단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바이오테크들의 신약개발 연구 현황, 기술의 원리, 배경이 되는 생명과학을 차분히 설명한다. 고교에서 생명과학 수업을 들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해설이다.

그럼에도 이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도판을 활용했다. 도판은 필자 가운데 한 명이 직접 칠판에 분필로 그린 것을, 다시 사진으로 촬영해 책에 실었다.

바이오 의약품의 주를 이루는 단백질 의약품, 사람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 치료, 유전자에 직접 손을 대는 유전자 치료, 한국이 선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줄기세포치료, 암을 발병하기 전에 찾아내는 것이 최종 목표인 조기진단, 근대적인 의료의 개념을 과학으로 뒤집으려는 동반진단과 맞춤 정밀의학, 모든 사람의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는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과 치료제의 개발 현황을 다룬다.

바이오사이언스로 어떻게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와 노력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한국의 크고 작은 바이오테크들이 등장하며, 그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들은 “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가 토대가 된다면, 죽음의 공포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좀더 많은 사람들이 해방될 수 있는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해놓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바이오사이언스와 바이오 의약품의 과학적 배경과 현황을 이야기하고, 동시에 한국의 신약개발과 정책적인 문제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작은 시작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종합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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