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트레이너 조홍경의 보이스 칼럼②] 가수처럼 노래하고 싶다면, 이렇게 훈련하라

2017. 6. 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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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머리에서 날까? 성대에서 나는 것일까? 혹은 심장이나 횡경막에서 울리는 소리일까? 어쩌면 허벅지나 발끝으로부터 그 힘이 나올까? 그렇다. 모두 정답이다. 소리는 온몸의 모든 곳에 있다. 나의 몸 전체가 울림통이고 소리 그 자체다. 그렇다면,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아름다운 소리의 실체가 무엇인지 샅샅이 파헤쳐보도록 하자.

첫 번째, 소리는 ‘테크닉(Technique)’이다. 이는 레슨을 통해서 호흡, 발음, 음정, 배음 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피아노 건반음과 맞는- 바르게 낸 음정에 배음이 질서 있게 섞여있을 때, 우리의 귀는 이 목소리가 아름다운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다양한 테크닉을 가장 뛰어나고 조화롭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가수 이승철이다. 내가 아는 이승철은 태어날 때부터 노래를 잘 했던 사람이다. 내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부러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연습이 많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스타일로 노래를 잘해내버리고, 그냥 노래 그 자체를 잘한다. 이승철처럼 오선지 안에서의 자유로운 발성을 가진 사람은, 아마도 앞으로 100년 동안은 태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에게도 7년이라는 긴 무명 세월이 있었다. 그 세월 동안 그 재능이 썩도록 버려두지 않고 끊임없이 관리하고 개발한 것은 놀라운 그의 저력임에 분명하다.

요즈음은 레슨이 보편화되어 보컬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노래의 테크닉이 충분히 훈련된다. 그래서 비교하자면 60~70년대 가수들 보다는 요즈음의 신인가수들이 테크닉 면에서는 상당히 우수하다고 말 할 수 있다. 때문에 배우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레슨 시간에 모든 오감을 열어, 선생에게 자신을 내어 맡겨야 한다. 몰입하는 훈련을 통해 가창력이라는 테크닉이 형성된다.

두 번째, 소리는 ‘연습(Practice)’이다. 오롯이 홀로 있는 상태에서 자신만의 행위에 집중하라. 연습은 트레이너와 함께 학습한 테크닉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시간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요즈음은 레슨을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연습을 소홀히 하는 경우들이 생겨났다. 트레이닝으로 다 되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연습에 피나는 노력을 다한 사람의 대표적인 예로는 가수 김범수를 들 수 있다. 그는 ‘하루’라는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이 흠뻑 젖을 때까지 연습했다고 한다. 그의 행위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노래를 잘 하고 싶다는 욕구의 결과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습 시간을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지 말자. 사랑하는 연인을 매일 만나듯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기면서 하자. 그럼 아픈 시간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충만한 마음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노래도 그만큼 성장한다. 연습할 때의 작은 행위의 모든 정신적인 부분이 당신의 노래 소리의 틈새들에 반영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당신은 ‘따라 하는 사람’에서 ‘깨닫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소리는 ‘감정(Soul Emotion)’이다. 이는 감성, 감정선, 정서, 감수성, 마음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흐름을 정리하자면, 소리의 테크닉은 트레이너와 함께 레슨을 통해 훈련되고,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습을 지속적으로 거듭하면 어느 순간 감정이 생기게 된다. 쉽게 말하면 연습이라는 행위가 반복되면 그 시간에 비례하여 애정이 생기고 자신감이 붙어 감정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연습곡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생기면, 이를 어떤 감정선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감이 잡힌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어느 날 나는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어떤 발라드 곡을 듣고 눈물이 툭 떨어졌다. 가사도 애절했지만, 왜인지 처절한 느낌이 들었던 까닭이다. 검색을 해보니 바로 ‘사랑안해’였다. 백지영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감정선을 가진 가수라고 말할 수 있다. 라틴댄스 곡은 한 번에 녹음하던 그가, 발라드 ‘사랑안해’라는 곡에는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그 속에 삶의 모든 굴곡을 감정들로 표현해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합격의 결과는 감정선이 좌우한다. 심사위원들은 감정선이 탁월한 사람들을 뽑는다. 왜냐하면 테크닉은 단순히 연습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감정은 연습을 통한 시간 속에서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지1: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 / 출처: Voiceffect]

이렇듯 소리는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개발되고 성장한다. 절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시간만큼의 견고함이 생긴다. 그러나 네 번째로 ‘꿈(Goal)’이 없다면, 우리의 노력의 결과는 원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열매 맺을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의 목표에 대해 분명하게 질문하고 출발해야 한다. 다음 질문에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호흡을 한 후 스스로 답해보라.

1. 당신의 롤모델(Role Model)은 누구인가?

2. 당신이 갖고 싶은 소리를, 형용사 형태인 언어로 설명해보세요.


이 두 가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롤모델이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물을 정하고, 그를 탐구하고, 그와 같이 되도록 끊임없이 학습하고, 그 순간순간에서 배워야 한다.

네 가지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더라도, 누군가는 노래를 잘 하고 싶은 꿈이 좌절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가수라는 꿈을 향해 수월하게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삶의 어려운 숙제들을 만났을 때 자신의 대처 자세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어내는가가 당신의 내면에 울림을 만들어주느냐 아니냐를 좌우한다. 울림이란 삶의 부정적 느낌이 붙어있는 경험을 잘 극복하고 다시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갖는 ‘내면의 힘’이다. 이승철과 김범수의 노래 소리의 힘, 백지영의 소리 속에는 큰 울림의 진동이 있다. 오기, 처절함, 분노, 원망, 이루지 못한 사랑, 꿈에 대한 갈증이 모두 섞여있다. 이것은 가수가 총체적 실력을 갖추도록 도와준다.

울림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소리는 듣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마력으로 전달된다. 이 진정한 울림의 존재 유무가, 그들은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부르는 그 노래를 우리가 따라 부를 수 없는 이유다. 그 울림의 진동폭이 크면 클수록, 노래를 듣는 사람의 마음에는 그 소리에 담겨있는 삶의 모든 희로애락이 알 수 없는 느낌으로 전달된다. 소리를 온몸으로 내듯이 우리도 소리를 온몸으로 듣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노래를 만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A라는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A라는 가사와 곡조를 만났을 때, 그 울림과 마력은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우리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소용돌이를 만든다. 그런 노래를 들을 때 우리는 그 소리를 가진 사람을 ‘예술적 가치가 있는 가수’라고 이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그런 가수가 되길 바라고, 우리나라에 그런 소울을 가진 가수들이 더 많이 탄생하기를 무척이다 바란다. -편집자: Angela 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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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트레이너 조홍경의 보이스 칼럼①] 우리는 왜 목소리를 디자인해야 하는가?
[보컬트레이너 조홍경의 보이스 칼럼②] 가수처럼 노래하고 싶다면, 이렇게 훈련하라


조홍경 (Ted Cho)
Voiceffect Vocal Master
– 명지대학교 성악과 졸업
–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 전공
– 前 경복대학교 겸임 교수
– 前 강남대학교 미래인재학부 실용음악과 학과장
– 現 보이스펙트 엔터테인먼트 & 보컬 아카데미 대표
– M.net ‘슈퍼스타 K’ 시즌 1 보컬 지도 및 출연(2009년)
– MBC 위대한 탄생 보컬 마스터 & 심사위원 (2010년)
– tvN E-News(2013년)
– SBS 스타킹 추석특집 ‘목청킹’출연(2010년)
– SBS 스타킹 보컬 트레이닝 (2012~현재)
– JTBC ‘히든싱어’ 시즌 1-4 공식 보컬트레이너 (2012년~현재)등 다수 방송 출연
(사진출처: 한경 DB, Voiceffect)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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