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박정희 우표에 김기춘 그림자..미스터리를 추적하다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2017. 6. 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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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불구, 박근혜 정부 적폐 사업 왜 철회되지 않나?

- 백범 우표는 반대, 박정희는 만장일치 찬성
- 우표 발행 심의에 김기춘 前 보좌관 참석
- 옛 여당 당직자, 박근혜 낙하산 인사도 포함
- "박정희 우표 반대 승산 없어서 묵시적 동의"
- "우본 본부장 낙하산, 구미시장과 가까워"
- 우정사업본부에만 209건 취소 민원 제기
- 우본 "재심? 전례도 근거도 없어서 못해"
- 국민 뜻 외면시 ‘우정사업청’ 물거품 될터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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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오늘 훅뉴스 주제는 뭔가요?

◆ 권민철> 일단 어제 서울 세종로 앞 상황 듣고 시작하죠.

(음성) 우정사업본부는 박정희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을 철회하라!

박정희 전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요새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박정희 우표 발행 문제군요.

◆ 권민철> 우표 명칭은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우표'. 시민단체, 국가공무원 노조가 우표 발행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우정사업본부가 작년에 발행을 예고했는데, 시대착오적이라는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행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이게 박근혜 정권 시대의 적폐로도 꼽히는 건데,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고 있죠.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추적해 봤습니다.

◇ 김현정> 이게 알려지기론 구미시청이 우표 발행을 요청했다고 하죠?

◆ 권민철> 우표 발행은 통상 우정사업본부가 사전 수요 조사 과정을 거칩니다. 박정희 우표도 작년에 구미시청이 발행을 요청했습니다. 따라서 이 자체로는 특혜는 아닙니다.

◇ 김현정> 우표 발행을 요청하면 무조건 들어주나요?

◆ 권민철> 아닙니다. 우표발행은 우정사업본부 내 별도의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합니다. 따라서 발행을 불허하기도 합니다. 작년에도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백범일지 출간 70주년 기념우표를 신청했는데, 이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백범 우표는 안되고, 박정희 우표는 되고? 어떻게 해서 이런 결정이 나왔나요?

◆ 권민철> 우표발행심의위원회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거 같은데, 이 위원회는 17명으로 구성됩니다. 작년 회의 때는 9명이 참석했습니다. 박정희 우표는 만장일치로 가결됐습니다. 하지만 백범 우표는 5명이 반대해 부결됐습니다. 백범김구 기념관 측 이야기입니다.

(음성) 백범일지도 출간 50주년 100주년 150주년, 이렇게 단위를 끊어서 신청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셔서요.

◇ 김현정> 70주년이라? 50, 100주년처럼 끊어지는 해가 아니어서 안 된다?

◆ 권민철> 사실 이게 말이 안 됩니다. 이미 60주년 기념 우표, 이런 우표들도 과거에 몇차례 발행이 됐습니다. 이번엔 우정사업본부에게 이유를 물어보니까 다른 이유를 댔습니다.

(음성) 바로 전 해에 나온 우표는 광복을 기념하면서 김 구 선생님하고 같이 얼굴이 나온 거죠, 이렇게 이미 백범 관련 우표가 발행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이건 사실인가요?

◆ 권민철> 백범 얼굴이 나온 우표가 실제로 발행된 적이 있었던 건 사실입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박정희를 소재로 한 우표는 19번이나 발행이 됐습니다.(한국우표포털서비스 기준)

◇ 김현정> 설명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네요.

◆ 권민철> 앞서 말씀드린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표결로 결정하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기준이 다른 거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 당시 심의위원회 어떤 과정을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했는지가 중요한 거 같네요.

◆ 권민철> 우정사업본부는 심의위에 누가 참석했는지,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때문이라고요. 하지만 제가 참석자 실명이 담긴 명단을 입수했다. 바로 이겁니다.

◇ 김현정> 어떻게 입수했어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권민철> 박정희 우표 발행 문제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지난해부터 줄곧 문제삼아왔는데, 신 의원 보좌진들이 이력사항과 나이를 실마리로 실명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 과거를 파악해봤더니, 어떤 사람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박정희 우표 발행에 김기춘 씨 입김이 있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어서 그 사람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비서실과 홍보실에 메모도 남겼지만, 끝내 입장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 김현정>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요?

◆ 권민철> 옛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도 있었고, 박근혜 정권 낙하산 인사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위원들이 전부 옛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들이던가요?

◆ 권민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물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도 당시 시대 상황 때문에,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 문제라, 반대해봤자 승산이 없기 때문에 박정희 우표 발행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른 위원 이야기도 들어보시죠.

(음성) 그게 박정희를 반대한다고 해서 그 반대가 채택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게 더더군다나 그 박 근 혜 정권 시절이었고.

◇ 김현정>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하기 전이라 그런 결정이 났을 수는 있었겠지만 정권이 바뀐 이후에,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데도 작년 결정이 번복 안 되는 건 왜 그런가요?

◆ 권민철> 우정사업본부 쪽 입장은, 기념우표가 수익자 행정행위, 즉 상대가 있는 문제라, 우표 발행을 요청한 구미시 쪽의 의사 없이는 발행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구미시청 입장은 어떤가요?

◆ 권민철> 구미시청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표발행에 찬성 의견도 있기 때문에 구미시에서 먼저 발행 신청을 철회할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구미시 담당자입니다.

(음성) 지금 국민 여론이 만일 그렇다고 저희가 철회 우리가 처리 요청을 하면 그것도 이제 중지 될 수 있다 말하는 거는 뭐 어떻게 보면 우리 구미시에 떠넘기 그런 입장으로 저는 봤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 (자료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우정사업본부는 구미시에, 구미시는 다시 우정사업본부에 공을 떠넘기고 있군요?

◆ 권민철> 구미시보다는 우정사업본부 쪽에 의심의 눈길이 더 쏠립니다. 우정사업본부는 과거 재심 전례도 없고, 심의위원회 의결을 재심의할 근거가 관련규정(우표류발행업무처리세칙)에 없다는 이유로 재심불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이 관련규정을 굳이 근거로 하자면, 박정희 우표 자체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 세칙 4조에는 '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는 우표 발행을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첨예한 정치적 논쟁의 소재 아닙니까.

◇ 김현정> 불리할 때는 규정을 나 몰라라 하고, 유리할 때는 규정을 들먹이는 거는 모순이다?

◆ 권민철> 그렇죠. 설사 재심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재심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행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게 헌법이 아니잖아요. 더욱이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요.

◇ 김현정>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지 조사된 게 있나요?

◆ 권민철> 여론조사는 없었고요. 다만 우정사업본부에만 지난 8일 현재 209건의 반대 민원이 공식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따라서 이걸 근거로 재심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죠. 한 심의위원 역시 재심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음성) 위원: 안 되면 보통 재론, 재심도 하고 할 수도 있고요.
기자: 재심도 할 수 있습니까?
위원: 토론이란 거는 재토론을 할 수 있겠죠.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그럼 재심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한다고 봐야 하나요?

◆ 권민철> 그래서 우표발행의 최종 결정권자인 우정사업본부장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 우정사업본부장은 2년 전에 공모 통해 선임이 됐는데, 당시 박근혜 정권 실세의 배경 덕분이라는 설이 파다했다고 합니다.

(음성) 관계자: ***라인이라는 그런 소문은 상당히 많이 퍼져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장은 공모을 통해서 선출 되지 않습니까? 그때 *** 본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상당히 많이 퍼져 있었거든요.

◇ 김현정> 누구 누구 라인 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 권민철> 그렇습니다. 이 우정사업본부장은 남유진 구미시장과는 고교, 대학 동문으로 밀접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정사업본부장이 박정희 우표 발행을 위해 없던 규정까지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 김현정> 건 무슨 말인가요?

◆ 권민철> 앞서 말씀드린 관련규정은 구미시가 박정희 우표 신청을 하기 직전에 개정이 됐는데, 직전 규정으로는 박정희 우표와 같은 우표는 신청자체가 안 되는 우표였습니다.

◇ 김현정> 심의를 하고 말고 그 테이블 자체에 올릴 수 조차 없었다? 어땠길래요?

◆ 권민철> 박정희 우표는 이른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하는 기념우표'인데요, 개정 전의 규정에는 이런 '기념우표'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개정 전에는 발행할 근거가 없었던 거죠.

◇ 김현정> 맞춤형 개정까지 해서 박근혜 정권에 충성할 만큼 우정사업 본부장 자리가 그 정도로 권력이 막강한가요?

(사진=자료사진)
◆ 권민철> 우정사업본부는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어마어마한 자리입니다. 직원 4만2000명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공공기관 직원수로는 최대 조직일 겁니다. 더욱이 우체국 예금, 보험 등 한해 100조원을 굴리는 자리입니다.

◇ 김현정> 본부장을 통제할 수는 없나요?

◆ 권민철> 이 자리는 1급 고위공무원 자리지만 계약직입니다. 8월 말이면 임기가 끝나고 정년도 다 됐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라는 게 우정사업본부 내부의 관측입니다.

◇ 김현정> 본부장 반론도 들어봤나요?

◆ 권민철> 물론입니다ㅣ. 그 역시 재심할 규정이 없고, 재심 전례도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입장에 정치적 배경이나 고려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음성) 기자: 구미시장과는...
본부장: 그건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인 거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자: *** 와도 가까운 사이인가요?
본부장: 그건 금시초문이데요.

◇ 김현정> 아까 우표 발행 취소 요구 민원이 많다고 했는데, 우정사업본부는 굼쩍도 하지 않고, 그러면 어떻게 하면 국민의 여론을 관철 시킬 수 있는 겁니까?

◆ 권민철> 우정사업본부장 의지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관련 규정에는 "본부장이 필요시 심의위 임시회를 개최할 수 있고, 급박한 사정시 서면 심의도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임시회 안건으로 재심을 상정하면 될텐데요. 만약 심의위원회가 그 때도 우표 발행 취소를 거부한다면, 그 때는 우정사업본부장을 탓할 일은 아니겠죠.

◇ 김현정> 박정희 전 대통령, 독재의 상징이고 정치적으로 논란이 뜨거운 인물을 신격화, 우상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데, 그 것도 더욱이 엄혹한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라 이제라도 바로잡아 한다는 거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 권민철> 우정사업본부는 아까 제가 '거대 조직'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숙원 사업이 있다고 합니다. '우정사업청'으로 승격해 독립하는 것입니다. 국민들 뜻을 외면한다면 독립청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밖에 없겠죠.

◇ 김현정> 여기까지,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사업의 이모조모 들어봤습니다.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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