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판례氏] "DJ, 연평해전 때 축구 관람" 명예훼손 처벌?

한정수 기자 입력 2017. 6. 2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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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허위 사실로 사자 명예훼손하면 처벌..고의성 여부도 쟁점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the L] 허위 사실로 사자 명예훼손하면 처벌…고의성 여부도 쟁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2002년 연평해전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월드컵 축구 경기를 봤다고 발언해 고발된 '보수논객'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이 최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정 고문은 이 발언 때문에 처벌을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내용이 허위라면 처벌을 받고, 사실이라면 처벌받지 않는다.

현행 형법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처벌토록 하고 있다. 타인의 범주에는 이미 숨진 사람, 사자(死者)도 포함된다. 다만 사자 명예훼손죄의 경우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을 때만 성립한다. 사실을 적시한 때도 죄가 성립하면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 등도 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는 탓이다.

사자 명예훼손죄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발언을 해 징역 8개월의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61) 사건이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단 팀장 398명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라며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이 됐는데 그것 가지고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안되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뛰어내린 겁니다"라고 발언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이 숨지기 전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발언이 허위인지 여부와 조 전 청장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는지 등이었다. 조 전 청장이 재판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믿을만한 인사로부터 들어 사실로 믿었다. 기동대원들로 하여금 불법시위에 당당하게 대처하도록 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강의한 것일 뿐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탓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1·2심 판단을 받아들여 조 전 청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인사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고의 유무에 대해서는 "조 전 청장이 구체적으로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백명의 기동대원을 상대로 강의를 한 점이 인정된다"며 "적어도 명예훼손에 대한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3도12430 판결)

한편 정규재 고문은 지난 1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이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연평해전 당시 일본에 축구를 보러 갔지만 탄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근거 없는 내용"이라며 정 고문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관련 수사에 나선 검찰은 지난 20일 정 고문을 소환해 조사했으며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 판결팁=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거짓의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된다.

◇ 관련조항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8조(사자의 명예훼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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