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불법, 차도는 위험..야쿠르트 전동카트 어디로 가오리까

유현욱 입력 2017. 6. 23. 05:00 수정 2017. 6. 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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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 도입한 지 2년 반 전국 7400여대 보급
최대시속8km 불과하지만 원동기장치 자전거 분류
도로교통법상 차도 다녀야.."사고위험 적잖아"
범칙금 부과 대상이나 경찰 일단 계도에 집중
전문가 "현행법, 기술발전 못 따라가"
한 야쿠르트 배달원(아줌마)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의 한 인도에서 전동카트를 몰고 있다. (사진= 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권오석 기자] “지난해 말 처음 야쿠르트 배달을 시작했을 땐 바구니에 담아 다녔어요. 최근 면허(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딴 뒤 전동카트를 몰게 되면서 한결 일하기가 수월해졌어요. 다른 동료도 일하는 틈틈이 면허 딸 준비를 하느라 바빠요.”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야쿠르트 배달원(아줌마) 김모(63·여)씨는 전동카트를 능숙하게 운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행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차도 가장자리에서 조심조심 운전한다. 어쩔 수 없이 인도로 올라갈 때면 시민들이 불편해할까 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 야쿠르트 전동카트 인도 주행은 불법 차도는 위험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 12월 냉장고가 탑재된 탑승형 전동카트를 도입했다. 최대 속도는 성인이 걷는 속도의 두 배인 시속 8km다. 도입한 지 2년 6개월 만에 7400여명이 전동카트를 타고 야쿠르트를 배달한다. 전체 야쿠르트 아줌마가 1만3000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전동카트로 갈아탔다. 전동카트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가 있어야 운행할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전동카트를 모두 무상으로 보급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전동카트 덕에 벌이는 늘고 품은 줄었다며 만족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월 전국 야쿠르트 아줌마 2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전동카트 도입 이후 70.8%는 개인 매출이 증가했고 64.4%는 고정 고객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 82.3%는 제품 전달시간이 줄었고 22.5%는 체력소모를 대폭 덜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전동카트는 법적으로 차도로만 운행이 제한돼 있어 카트를 운행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카트는 배기량 50㏄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에 해당해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

전동카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어기고 인도로 다니다 적발되면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구두로 차도 이용을 안내하는 수준의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전동카트로 차도를 마음껏 누비기도 쉽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차도로 이동하다 보면 아무래도 배기가스에 많이 노출되는 데다 빠르게 옆을 지나는 차량에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구형 손수레로 야쿠르트를 배달하고 있던 정모(63)씨는 “겁이 나서 편한 줄 알면서도 전동카트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손으로 미는 방식의 야쿠르트 카트도 차마(車馬)에 해당해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며“일부 차량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차량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전동카트 등 저속운전을 터부시하는데 상대 운전자나 차량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속도제한 후 인도주행 허용 방안 모색해야”

전동카트의 인도 주행을 제한적으로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원 박모(27·여)씨는 “전동카트가 인도로 다닌다고 해서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편리할 것”이라며 “조금 불편하다고 해도 위험한 차도로 주행하게 제한하는 건 과도한 처사”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광진구에 사는 시민 백모(29)씨는 “인도로 다니는 게 위법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폭이 1m에 가까운 전동카트가 좁은 인도를 차지하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화 지체 현상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국민 대다수가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호의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면 행인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도록 최대 시속을 4~6㎞로 제한해 인도 통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카트만을 위한 입법이 아닌 인도를 다닐 수 있는 기계장치에 대한 크기·바퀴 수·속도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앞으로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더라도 법을 수정하지 않는 대신 법이 기술을 선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현욱 (fourleaf@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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