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있는데.. 실명 내몰리는 노인들

김지현 2017. 6. 23.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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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례(가명ㆍ79)씨는 10여 년 전부터 '삼출성 노인성황반변성(습성 황반변성)'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다.

22일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연구소에 따르면, 습성 황반변성 환자는 2013년 기준 3만8,000여명에 달한다.

황반변성 환자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은 서서히 황반부 시세포 위축이 진행돼 단기간 시력 손상의 위험은 적지만, 습성은 맥락막에 새 혈관이 자라 황반 시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방치하면 2년 안에 실명할 만큼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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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만 신규환자 7000명↑

‘습성 황반변성’ 건보 14회 제한

급여 끝나면 주사제 100만원

투여 늦추거나 치료 포기하기도

영국은 5년 전 횟수 제한 없애

김금례(가명ㆍ79)씨는 10여 년 전부터 ‘삼출성 노인성황반변성(습성 황반변성)’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다. 눈 속에 검은 점이 아른거려 병원을 찾았는데, 이미 왼쪽 눈의 시력은 잃은 상태였고 오른쪽 눈도 병이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지금껏 오른쪽 눈으로 생활하는데, 사람의 형상만 간신히 구분할 수 있는 정도다.

홀로 사는 김씨는 자녀들로부터 매달 받는 용돈 100만원, 그리고 주 3회 방문하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림을 꾸려간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병원비다. 시력 회복은 불가능하지만 실명을 늦추려면 회당 100만원 가량인 주사제(루센티스ㆍ아일리아)를 1, 2개월에 한번 꼴로 맞아야 한다. 이 주사제의 건강보험 급여 혜택은 14회인데, 이미 횟수를 초과한 지 오래다. 몇 년 전부터 이 금액을 모두 김씨가 부담한다. 김씨는 “주사 값이 생활비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백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원인으로 꼽히는 안과 질환이다. 눈의 안쪽 망막 중심부 신경조직인 황반이 노화나 유전적 요인 등으로 변성돼 시력에 손상을 입게 된다. 22일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연구소에 따르면, 습성 황반변성 환자는 2013년 기준 3만8,000여명에 달한다. 황반변성 신규 환자는 2010년 6,985명에서 2014년 7,218명으로 증가하고 있고, 2014년 기준 발생 환자의 86.6%가 60대 이상이다.

황반변성 환자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은 서서히 황반부 시세포 위축이 진행돼 단기간 시력 손상의 위험은 적지만, 습성은 맥락막에 새 혈관이 자라 황반 시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방치하면 2년 안에 실명할 만큼 치명적이다.

김씨 같은 습성 환자들은 실명을 늦추기 위해 회당 100만원에 달하는 주사제를 맞는다.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등록돼 산정특례 적용을 받기 때문에 14회차까지는 주사제 비용의 10%(약 10만원)가 환자 부담이다. 하지만 15회차부터는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발병 후 첫 3개월간 매달 1회씩, 이후 1~2개월마다 1회씩 주사해야 하니 급여 혜택은 채 1~2년을 못 넘긴다. 조인찬 황반변성환우회 회장은 “급여 혜택이 14회라면 그에 맞춰 치료가 끝나야 할 텐데 이 병은 장기 치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장 의사들도 고민을 토로한다. 김철구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10회 차가 넘어가면 투여 시기를 늦춰 달라거나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환자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15회차가 되면 대장암 항암제인 아바스틴을 허가 외 용도로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김응석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고 한다. 아바스틴은 같은 비급여지만, 가격이 루센티스의 5분의 1 수준이다. 김씨도 현재 아바스틴을 맞는다.

한국망막학회 등 의사단체들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에 대한 급여 기준 확대 검토를 요청했다. 박영미 심평원 약제기준과 부장은 “현재 관련 학회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습성 황반변성 급여 횟수를 10회에서 14회로 확대하는 결정을 할 당시 참고 모델이었던 영국은 2012년 5월부터 횟수 제한을 없앴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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