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소비자 혜택 같지만.. 서비스質 하락 등 부메랑 우려

김봉기 기자 2017. 6. 2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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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인하안 발표]
- 소비자들은 환영
2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의무화.. 취약층 月1만1000원 추가 할인
- 통신산업 생태계 악영향 우려
통신업체 투자 위축 가능성.. 중소 장비업체들도 연쇄 냉각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22일 발표한 통신비 인하 대책은 정부의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통신 요금을 인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비를 내리기 위해 통신요금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통신비 절감 대책 브리핑에서 이개호(오른쪽) 국정위 경제2분과장이 발언하고 있다.이날 브리핑에는 김태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박광온(왼쪽) 국정위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소비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요금 인하 혜택을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신업계 투자위축과 이에따른 통신서비스 질 저하 등이 이어져 결국 소비자들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업체들도 "정부의 유례 없는 시장 개입으로 수조원대 매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통신요금 인하 위해 정책수단 총동원

이날 발표된 통신비 절감 대책의 핵심은 약정 기간 요금 할인 확대와 2만원대의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제도화하겠다는 것 두 가지다. '약정 기간 요금 할인제'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월 내는 통신 요금에서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받는 것이다. 정부 방침대로 요금 할인율이 현재 20%에서 25%로 올라가면 월 4만원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의 감면 혜택은 월 8000원에서 1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이르면 9월 할인율을 상향 조정하면 약 1900만명의 사용자가 연 1조원 상당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통신업체가 기존 요금제보다 1만원 이상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현재 3만원대 요금제(음성 200분, 데이터 1기가바이트) 서비스를 2만원대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해, 3만원대 이상 요금도 연쇄적으로 인하되는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밖에도 하반기 내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년층과 이미 통신비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들에게도 1만1000원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위원장은 "어르신과 저소득층에 대한 감면 조치로 최대 5173억원의 할인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고 했다.

2014년 보조금 상한액을 규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제정 때부터 논란을 빚었던 보조금 분리공시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분리공시제는 스마트폰 판매 보조금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들의 지원 금액을 따로 떼어내 공시하는 것. 소비자들이 국내외 휴대폰 가격을 손쉽게 비교하게 해 출고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우려 목소리도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요금 할인 비율을 올리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통신업체들이 반발할 경우 제도가 정착되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요금 할인이 당초 단말기 보조금 지원을 안 받은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할인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보조금 규모를 넘어서는 정부의 요금 할인 확대는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기 때문에 통신업체들이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분석 보고서에서 "통신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면 최소 1년은 법적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2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의무화 역시 국회의 법 개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작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통신 산업의 생태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체들이 매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투자와 마케팅 비용을 줄일 경우 중소 통신 장비업체들과 전국 2만6000여개 유통점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통신업체 매출 손실이 커질 경우 자금 여력이 있는 SK텔레콤이나 KT보다는 후발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그나마 형성된 통신 3사 경쟁 체제가 무너지면서 SK텔레콤과 KT의 과점 현상이 심화되는 정부 시장 개입의 역설(逆說)에 빠지게 된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은 논란을 빚을 만한 초법적인 조치가 많이 동원됐다"면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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