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5%p만 올라도 31만가구 위험해진다

금원섭 기자 2017. 6.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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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금융안정보고서 국회 제출]
- 고위험 가구 부채 4조7000억 급증
채무자 10명 중 1명이 5년치 소득 다 모아도 빚 못갚아
- 베이비붐 세대·고령화가 '뇌관'
54~62세 가구당 5800만원 빚.. 보험사·카드사도 후폭풍 우려

한국은행은 22일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소득과 자산에 비해 빚이 많은 '고위험 가구'의 부채가 62조원에서 66조 7000억원으로 7.6%(4조 7000억원)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계획 발표, 그리고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으로 금리상승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미리 '경고등'을 켠 것이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발언에 이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한은이 금리 인상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선 셈"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 부채 15조원 증가"

한은은 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부채 부담이 급증할 계층으로 '고위험 가구'를 손꼽았다. 고위험 가구는 소득의 40% 이상을 부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가구를 뜻한다. 작년 말 기준 고위험 가구는 31만5000가구, 이들의 부채는 62조원이었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고위험 가구의 부채는 1년 사이에 15조6000억원(33.6%) 늘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가 37만5000가구로, 이들의 부채가 76조6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고위험 가구당 부채가 2억400만원쯤 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대출금리가 1%포인트, 0.5%포인트 각각 상승할 때 고위험 가구의 부채는 각각 9조2000억원, 4조7000억원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136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의 양(量)뿐 아니라 질(質)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가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에 200%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2년 동안 벌어들인 돈을 모두 빚 갚는 데만 쓰더라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500% 이상인 채무자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렇게 5년 치 소득을 다 모아도 부채를 청산할 수 없는 채무자가 빚을 진 채무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6.2%) 이후 2014년(6.8%), 2015년(8%), 2016년(9.5%) 등 연속 3년 증가했다. 이 비율은 올해 3월 말엔 9.7%로 더 올라갔다. 채무자 10명 중 1명이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500% 이상인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 고령화 등 가계부채의 뇌관들

한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감소했는데, 우리나라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계부채 '역주행' 현상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와 고령화가 가계부채의 뇌관"이라며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라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54~62세인 베이비붐 세대의 가구당 금융부채는 5800만원으로 다른 가구(4400만원)보다 많다.

복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50~60대가 노후 대비를 위해 자영업과 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가계부채 확대의 원인이라고 한은은 풀이했다. 작년 말 자영업자 대출은 650조원으로 추산되며, 경기가 나빠지거나 부동산값이 떨어질 경우 연체나 부도 위험이 크다.

◇가계부채 부실의 '후폭풍'에 취약한 2금융권

한은은 금리 상승의 여파로 가계부채에서 연체, 부도 등이 발생할 경우 보험사, 카드사 등에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사의 경우 저금리 시기에 채권 보유를 늘렸는데,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시장금리가 1.5%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보험사들은 28조6000억원의 채권평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카드사들도 그동안 카드 대출을 늘리면서 저소득·저신용 채무자 비중이 커지고 연체율도 높아진 상황이다. 금리 상승으로 연체율이 더 올라간다면 카드사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반면 은행들은 금리 상승에 따라 부실 채무가 생겨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이자 이익이 늘어나 손실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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