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가 고친 나쁜 스윙.. 김지현, 대세로 뜨다

민학수 기자 입력 2017. 6.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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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연속 우승도전 김지현 뒤엔 '성유리의 남자' 안성현 코치]
"수준미달" "거품 끼어있다".. 돌직구 화법 날리며 채찍질
김지현도 밥 시간 잊은채 맹훈련.. 5년 만에 최하위권서 정상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김지현(26·한화)이 3주 연속 우승 도전에 나섰다. 김지현은 22일 열린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안산 아일랜드골프장)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로 공동 2위에 올라 선두 김지영(7언더파)을 2타 차로 추격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져 '새가슴' 오명까지 붙었던 김지현은 1부 투어 7시즌째인 올해만 벌써 3승을 올렸다. 지난 18일엔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지현과 그의 '골프 인생 스승'안성현(36) 코치를 만났다.

"처음엔 정말 말도 안 되는 '나쁜 스윙'이었어요. 몸하고 스윙이 따로 노는~."(안성현 코치)

"듣기 좋으라고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전 '사실'을 듣는 게 훨씬 좋아요. 그래야 고칠 수 있으니까요."(김지현)

올 시즌 3승을 올리며 여자 골프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김지현(왼쪽)과 5년 넘게 그를 지도하는 안성현 코치. 김지현은“내가‘1호 제자’인데 이제야 우승을 하게 됐다”며“아직도 가다듬을 게 많다”고 했다. 두 사람이 경기도 안산의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훈련하는 모습. /조인원 기자

5년 전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이런 대화가 오갔다.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핀을 곧장 공략하는 듯한 '직설 화법'이 끝까지 이어졌다. 안 코치는 지도하는 선수들에게는 "수준 미달" "거품이 끼어 있다" 같은 말 펀치를 아무렇지 않게 날리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 골프를 떠난 일상에서는 남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노력한다고 했다.

안 코치는 지난달 방송인 성유리씨와 결혼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성유리의 남자'란 별명과 함께 달콤한 로맨티시스트처럼 알려져 있었지만 골프계에서는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말처럼 훈련해야 실력이 향상된다'는 지론을 지닌 원칙주의자로 이미 유명했다. 오죽하면 김지현이 "밥 좀 먹이면서 훈련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한번 시작하면 식사 시간도 놓칠 만큼 몰입해서 훈련하는 사제지간이다. 성유리씨는 김지현이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지현 프로 3승! 메이저 우승 축하해요~, 울서방 최고"라는 글을 올렸다.

어쩌면 김지현이 안성현을 여자골프 정상급 스윙코치로 '인도'했을지도 모른다. 2010년 KLPGA 1부 투어에 데뷔한 김지현은 이듬해 2부 투어로 떨어졌다. 2012년 1부 투어에 다시 올라왔지만 상금 2371만원(81위)에 머물렀다. 안성현은 2005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프로가 됐지만 허리 부상으로 일찌감치 스윙코치의 길을 걷고 있었다. 같은 매니지먼트사(스포티즌) 소속이었던 김지현의 부탁으로 사제지간이 됐다. 매년 미국에서 티칭 방법을 연구했던 안 코치는 클럽 스피드, 비거리, 스핀양 등을 실시간 측정하는 장비인 트랙맨을 일찌감치 활용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선수에게 이론보다는 '생생한 이미지'를 심어 줘서 스윙을 교정하는 방식을 쓴다. 김지현은 '1호 제자'였지만 열매는 늦게 열렸다. 자기보다 나중에 '제자' 대열에 합류한 이정민, 조윤지 등에게 우승 축하 물세례를 하는 것이 김지현의 그동안 역할이었다. 김지현은 "매년 실력이 늘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남자 친구도 사귀지 않고 술도 안 먹고, 클럽도 안 가고, 화장도 안 하는 '범생이 제자'였다고 한다.

김지현은 중학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일곱 살 때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쇼트트랙을 했다. 또래들보다 3~4년 늦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셈이다. 안 코치는 "골프는 운동신경보다는 얼마나 시간을 투자했는지가 중요한 운동"이라고 했다. 김지현은 "2년 전부터 겨우 샷이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쇼트게임과 퍼팅도 2~3년 후에는 좋아지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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