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정권과 코드 맞추다가 .. 도시바 날개 꺾였다
세계 최초로 노트북 컴퓨터 생산
일본 전자·반도체 기술의 자존심
경영보다 정치권 요구에 따라 투자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위기 자초
한국 기업들에 밀려 경쟁력 잃자
웨스팅하우스 인수해 원전 진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결정타
“도시바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2008년 진출한 원자력발전 사업이다.”
올 2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질문에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이날 쓰나카와 사장은 지난해 도시바의 영업 적자가 5325억 엔(5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원전 사업에서 입은 손실이 7125억 엔(7조2500억원)이었다. 그나마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고 내놓은 숫자였다. 지난달 도시바가 최종 집계한 2016회계연도의 영업 적자는 9500억 엔(9조7600억원)이었다.
하지만 원전 수주는 당초 생각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결정적 한방’이 됐다. 각국 정부가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설상가상, 이런 손실을 메우려 7년 간 회계부정을 저질러왔다는 게 2015년 발각되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도시바는 지난해 생활가전 사업을 중국 메이디에, 의료기기 사업을 캐논에 팔았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제품 업체들이 무너지며 일본의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반도체 산업이 함께 무너졌다”며 “학계의 기술 연구가 축소되고 관련 인재가 양성되지 않는 등의 전반적 침체를 도시바가 이겨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무리한 다각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한국 제조업이 도시바의 몰락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반 선박은 중국 저가선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기술이 없는 해양플랜트에 무리하게 진출한 국내 조선업이 도시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워낙 산업 구조 재편 속도가 빠른 하이테크 산업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빠른 속도의 의사결정이 핵심”이라며 “우리 조선업이나 일본 제조업체는 강력한 리더십이 없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부 매각으로 급한 불을 끈 도시바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전력 및 발전 관련 설비 등을 주축으로 새출발을 할 거란 게 시장 전망이다. 변수는 원전 사업의 추가 손실이 얼마나 확대되느냐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바는 회계 부정 사건으로 주주들로부터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며 “배상액이 얼마나 늘어날지, 원전 사업이 추가로 손실을 내지는 않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바, 해체 수순 밟나 「1875년 모태기업 다나카제작소 설립 1878년 일본 최초의 전등 개발 1894년 일본 최초 전기선풍기 제조 1930년 일본 최초 전기 냉장고·세탁기 제조 1940년 일본 최초 형광램프 제조 1955년 일본 최초 자동전기밥솥 발매 1960년 일본 최초 컬러TV 판매 1967년 세계 최초 우편물 자동처리장치 제조 1978년 세계 최초 일본어 워드프로세서 개발 1984년 도시바(TOSHIBA)로 사명 변경 1985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노트북 컴퓨터 판매 1987년 세계 최초 낸드플래시 메모리 발명 2006년 미국 웨스팅하우스 인수 2015년 약 2조원 규모의 원전 사업 회계부정 발각 2016년 생활가전 부문, 중국 가전회사 메이디에 매각 2017년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 추진 」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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