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에 엔씨소프트까지, 시장 흔드는 공매도 폭탄 어쩌나

조현숙.이새누리 2017. 6. 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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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한미약품 이어 엔씨소프트까지
주가 큰 폭 하락, 개인 투자자 손실
해마다 반복되는 공매도 논란
공매도 부작용 줄일 제도 개선 필요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M’이 출시와 함께 모바일 게임 역대 최고인 107억원 매출을 기록한 21일. 엔씨소프트는 또 다른 신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이날 공매도로 거래된 엔씨소프트 주식은 31만3894주. 금액으로 1122억5780만원에 달했다. 22일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결과다. 상장 이래 사상 최대라는 20일 기록(762억4961만원)을 앞자리 단위까지 바꿔가며 깼다. 임직원 주식 거래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22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날보다 1만7000원(4.66%) 하락한 34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엔씨소프트 주식이 공매도 논란에 휩싸였다. 엔씨소프트 사옥. [중앙포토]
다시 공매도가 논란 위에 섰다. 2013년 셀트리온, 지난해 한미약품에 이어 올해는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가 도마에 올랐다.

유재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엔씨소프트 ‘리니지M’ 출시와 관련한 정보가 공개된 이후 공매도는 불법으로 볼 수 없으며 조사 대상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만 위법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한국거래소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20일 아이템 거래소 제외 발표 이전에 쏟아진 대량의 공매도와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주식을 미리 판 행위다. <본지 6월 22일자 E6면 참조>

‘리니지M’ 내 아이템 거래소 기능 제외란 사실이 공개된 이후에 벌어진 ‘공매도 폭탄’을 금융 당국이 제재할 방법이나 이유는 사실상 없다. 이로 인한 손실은 결국 투자자 몫이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이미지. [자료 엔씨소프트]
공매도는 양날의 칼이다. 주가에 거품이 과하게 끼는 걸 막아주고 시장 가치를 제때 반영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하지만 대형 악재로 특정 종목이나 전체 주가지수가 급하게 추락할 때 공매도는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주가 하락 속도를 과도하게 높이고 증시 불안을 키운다.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유럽 재정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2011년이 그랬다. 외국인 투자자의 집중적인 공매도로 주가가 급락하자 금융위는 그해 8~11월 한시로 공매도를 금지하기도 했다. 한국만이 아니었다. 당시 그리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주식시장 안전판이 비교적 약했던 유럽 국가에서도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막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가별 주가지수가 아닌 엔씨소프트 같은 특정 종목이 타깃이 됐다는 정도만 다르다.

공매도 폐지 법안이 상정될 만큼 공매도를 둘러싼 여론은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김태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코스닥 시장에 한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앞서 그해 10월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미약품 공매도 논란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지난해 9월 30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해지란 악재성 공시가 나온 시점을 전후해 한미약품 공매도 물량 10만4327주가 쏟아진 사건이다. 한미약품 상장 이래 최고 규모였고 주가 급락,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 이 공매도 물량 중 절반이 계약해지 공시가 뜨기 전에 소화됐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매도 폭탄이란 의혹이 일었다.

이때 국민연금에도 불똥이 튀었다.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주는 창구로 거론되면서다. 2015년 기준 국민연금은 보유 주식 가운데 약 7000억원어치를 빌려주고 190억원 수익을 올렸다. 전체 국내 주식 대여시장의 1.3% 수준이다. 국민이 낸 돈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 ‘실탄’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주식 대여 한도 축소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 당국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같은 ‘극약 처방’을 도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가 급락에 대비한 헷지(위험 회피ㆍ분산) 수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가 시장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증권 시장 개방의 필수 조건으로 간주된다. 증시 규제가 강한 중국은 물론 대부분 선진ㆍ신흥국에서도 각종 부작용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매도를 도입ㆍ시행하고 있는 이유다.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해마다 불거지는 논란과 상관 없이 공매도 시장은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 1~6월 기준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은 코스피 908만1118주, 코스닥 470만5437주다. 5년 전의 3~4배에 이른다. 공매도 잠재 수요를 가늠하게 하는 대차거래 잔액 역시 5월 72조6990억원으로 불과 1년 사이 10조원 넘게 늘었다.
코스피 시장 내 공매도 일평균 거래량. 단위 : 주 [자료 한국거래소]
국내 주식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리고 부작용을 줄이려면 단계적 제도 개선이 필수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부자 거래와 공매도를 악용하는 것에 대해선 징벌적 과징금 같은 실효성이 큰 벌칙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코스닥 중 유동성이 낮은 종목에 한해 차등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도 이에 공감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 관련 불공정 거래 행위 처벌은 자본시장법상 과태료 정도로 수위가 높지 않다”며 “법 개정을 통해 처분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 정보 공개 확대와 함께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국내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21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거래 비중에서 외국인이 76.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관은 22.3%고 개인은 0.8%에 그친다. 코스닥은 더하다. 외국인 87%, 기관 12.2%에 개인 0.8%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에 뛰어들려면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고 수수료도 내야 한다. 비용이나 위험이 크다. 투자사 내 펀드 계좌나 주식 잔고를 활용할 수 있고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낮은 수수료로 손쉽게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기관ㆍ외국인 투자자와 다르다.

시민단체 공매도제도개선모임의 박창호 대표는 “지금 공매도 시장은 개인 투자자에게 극히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개인의 투자를 활성화하길 원한다면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대차거래 중 공매도 규모만이라도 신속히 공개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조현숙ㆍ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매도(空賣渡) 한자 뜻 그대로 ‘없는 것을 내다판다’는 뜻이다. 보통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린 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사 시세 차익을 낸다.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와는 정반대다. 공매도는 대차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금융회사가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빌려주는 거래를 말한다. 따라서 통상 대차거래 잔고는 공매도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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