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사드 배치 서두르며 절차 소홀" 정당성 의문 제기

손제민 기자 2017. 6. 2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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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영국 로이터통신 인터뷰
ㆍ중국에 사드 보복 해제 요구…미·중 사이 해법찾기 고심
ㆍ미국 방문 앞두고 “중국, 북한 압박에 더 많은 역할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마친 뒤 기자들과 휴대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영국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전임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당초 계획보다 서두른 정황을 상세히 공개하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을 향해선 사드 보복 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미·중을 사이에 둔 사드 해법찾기에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한·미가 지난해 사드 배치를 결정할 때 합의한 일정은 올해 하반기까지 사드 발사대 1기를 야전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2018년에 완료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지난번 탄핵 국면에 들어서고 난 이후에 이런 절차들이 서둘러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는 올해 하반기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3월에 발사대 1기가 아닌 2기를 들여와 성주골프장에 배치했다. 나머지 발사대 4기도 성주 인근 미군부대에 비공개리에 반입해놓고 연내 배치를 마무리하려던 차였다. 청와대는 이를 최근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라는 반드시 거쳐야 될 절차가 소홀하게 다뤄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 차원에서 사드 배치 과정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배치 합의 취소나 철회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발언은 사드 배치 과정이 정상적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으로, 이는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은 그럼에도 ‘배치 지연 전술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7~8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의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모두 철회해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군사적 사안과 경제·문화 교류 사안을 연계시키면 양국 우호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에 장애물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에 관여할 더 많은 여지가 있다고 볼 것”이라며 “나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경제 지원을 하는 북한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수준을 “머지않은 시기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배치할 기술을 습득할 것”이라며 ICBM 발사나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핵 폐기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어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그와 동시에 문 대통령은 방미 1주일 뒤 만날 시 주석도 염두에 두고 사드 문제를 북핵 문제 해법의 틀 내에서 해결하는 어려운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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