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사행동' 공식화..더 꼬이는 시리아 내전

김보미 기자 입력 2017. 6. 2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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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9년 만에 나라 밖으로 미사일 쏴…내전 개입 첫 인정
ㆍ사우디·미 겨냥 도발 분석도…얽힌 세력들 실리 다툼

이란이 시리아에서의 군사행동을 공식화했다. 29년 만에 처음으로 나라 밖 시리아의 도시, 데이르에조르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다. 자국에서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복수였다.

6년 넘게 이어온 시리아 내전은 더 복잡해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우리가 미사일 목표 지역을 설정했다면 이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이란 영토에 대한 테러리스트 공격에 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 프레스TV가 보도했다. 지난 18일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가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7발을 발사했는데,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 이란, 29년 만에 외국서 군사행동

혁명수비대는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를 물밑에서 지원해왔고,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을 돕고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이란 밖에서의 군사행동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었다. 이란이 국경 너머로 미사일을 실전 발사한 것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29년 만이다. 시리아 내전 개입을 확인한 것도 처음이다. 혁명수비대의 대외전략 부대인 ‘알쿠드스’가 고문단을 맡았을 뿐 참전은 자원병들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었다.

이란은 이번 미사일 공격이 지난 7일 테헤란의 의사당과 호메이니 영묘에서 발생한 IS의 테러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을 겨냥해 이란의 ‘전략적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으며 국가안보를 위협받으면 강력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최근 주변국들을 끌어모아 카타르와 단교하면서, 이란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카타르에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란과 국제사회의 핵합의를 재검토할 것이라 언급했고, 친사우디 행보를 보였다. 지난 14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지지한다”면서 마치 선거로 뽑힌 이란 정부의 전복을 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이란 측의 반발을 샀다. 이란 내 개혁 진영조차도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20일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테러그룹을 만들어내는 미국은 다에시(IS)를 파괴할 방법을 찾고 있지 않다”며 “미국을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 “락까 함락 이후가 더 걱정”

지난 18일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가 케르만샤 기지에서 이슬람국가(IS)에 장악된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이 국영 IRIB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이란이 국경 너머 미사일을 실전 발사한 것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29년 만이다. IRIB·AP연합뉴스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 사령부는 18일 시리아 북부 지역 타브카 부근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보유한 러시아제 수호이-22(Su-22)를 격추했다고 밝히며 “동맹군인 시리아민주군(SDF)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지난 8일 시리아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띄워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을 격추시켰고, 20일에는 시리아 정부군의 이란제 ‘샤히드-129’ 드론을 파괴했다.

IS 근거지인 북부 도시 락까를 놓고 마지막 압박작전이 시작되면서 시리아 전황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군은 락까에서 IS와 싸우는 시리아민주군을 3년간 지원해왔으며 락까 동부 데이르에조르 점령을 노리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이라크로 향하는 요충지고 대규모 공군기지가 있는 도시다.

이란 역시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어 지중해 쪽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는 이미 시리아와의 접경지역에서 IS를 축출했다.

다방면으로 군사적 압박을 받는 IS 지도부는 이라크 모술, 시리아 락까를 빠져나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유프라테스 강변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CNN은 “시리아는 아사드 정권과 그 배후의 이란·러시아, 미국이 지원하는 몇 안 남은 반정부군 사이의 전장이 되고 있다”며 이들 여러 세력의 전투가 IS 격퇴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 “트럼프 정부의 관리들은 락까를 탈환하더라도 그후 오히려 시리아 정부군 및 이란과의 더욱 복잡한 싸움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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