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포기하나" 충남·호남 가뭄 '시간과 싸움'

권순재·배명재·박용근 기자 입력 2017. 6. 2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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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내달 10일까지 80㎜ 비 안 오면 ‘2차 모내기’도 못해
ㆍ보령댐 저수율 8.8%…8월에 제한급수 현실화 우려

22일 오후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의 논에서 한 농민이 말라죽은 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과 호남을 중심으로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가뭄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지만 문제는 기상과 시간이다. 장마가 오면 해갈될 수 있지만 다음달까지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일부 지역은 생활용수의 제한공급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2일 충남 서부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8.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보령댐에 물을 채운 199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보령댐의 평년(30년 평균) 저수율은 38%다. 보령댐은 지난 3월25일 저수율이 14%까지 떨어지며 경보 단계가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를 줄이는 ‘경계’로 격상된 뒤 금강~보령댐 도수로를 가동해 금강에서 하루 11만t의 물을 끌어오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다음달까지는 생활용수를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있지만, 평년 수준에 못 미치는 비가 내릴 경우 8월쯤 제한급수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가뭄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농업 분야다. 충남의 경우 간척지 염해(6023㏊)와 논 물마름(176㏊), 밭작물 시들음(110㏊)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은 물이 부족해 모내기를 못한 논의 면적이 1200㏊, 모내기를 마쳤지만 고사한 논의 면적이 145㏊다. 전북 역시 93㏊의 논이 벼가 고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자체들은 피해를 입은 논에 2차 모내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모내기를 할 수 있는 한계기간인 다음달 10일까지 80㎜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사실상 논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모내기 한계기간까지 물 확보가 어려울 경우 밭작물 파종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와 지자체들은 저수지·하천 준설이나 지하수 개발 등 가뭄 극복을 위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가뭄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중장기 대책 역시 시간이 문제다. 충남 서부권(서산·당진시, 홍성·예산·태안군)에 대청댐 도수시설을 활용해 하루 10만t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해도 2022년 완공 예정이다. 농업용수는 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아산호(아산시)에 삽교호(당진시)와 대호호(서산시)를 연결해 용수를 배분하는 수계연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완료 예상 시기가 빨라도 2019년이다. 충남도는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 중 하나인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해수담수화시설도 추진 중이지만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기후변화로 가뭄이 반복되고 피해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가뭄대책이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순재·배명재·박용근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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