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몰라" 어리숙한 척 하더니..치밀했던 정유라

최종혁 입력 2017. 6. 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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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는 재벌 총수들 중 처음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증인 출석했습니다. 1년 4개월 전 독대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증언했는데요. 박 전 대통령도 여느 때와는 달리 재판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박 전 대통령 재판과 숨은 면모가 드러난 정유라를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최태원의 묘수, M&A 승부사 최태원, 최태원의 역전드라마" SK하이닉스가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성공하면서 쏟아진 평가입니다. 최태원 회장,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겠지만 썩 편치는 않을 겁니다. 재벌 총수들 중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최태원/SK그룹 회장 : (회장님, 대통령 독대해서 89억 강요받으셨어요?)… (대통령 독대해서 면세점, 조기 석방 얘기하셨습니까?)… (사면 대가로 돈을 요구받은 건가요?)…]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났었는데요. 당시 박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수석에게 "SK는 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냐"고 물었고 답변을 들은 뒤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을 돕는 사업에 SK처럼 대기업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 회장은 "동생이 아직 못 나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며 최재원 부회장의 가석방을 완곡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는 재단이 요구한 89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지 않았고 최 부회장 사면이나 면세점 사업 등 그룹 현안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화제를 좀 바꿔서요, 내일은 이화여대 류철균 교수의 1심 선고가 이뤄집니다. 정유라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죠. 그런데 정작 정유라는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며 특혜를 바란 적이 없다고 했는데요. 그런데 류 교수는 이 얘기를 듣고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류철균/이화여대 교수 (음성대역) : 저는 이 사건으로 30년 쌓은 작가와 교수로서의 인생을 모두 잃었는데… 저 아이는 참 뻔뻔스럽게 얘기하고 있네요. 나한테 학점을 부탁한 게 정씨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무작정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정유라는 줄곧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 구금 생활 동안 드러난 정 씨의 행적은 유주얼 서스펙트에 맞먹는 소름 끼치는 반전을 보여줍니다.

[정유라/지난달 31일 : 제가 어머니 재판 내용을 하나도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해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저는 하나도 전해들은 것이 없습니다. (검색도 안 해 보셨나요? 뉴스에 대해서?) 저 안에 갇혀있어서 검색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송환 거부 소송을 위해 정 씨는 한국 감옥에 대한 자료를 치밀하게 수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린다. 정해진 죄수복을 입는다. 방 안에 화장실이 있다" 등 이렇게 사례를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또 "박영수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며 "특검이 야당 성향이라는 작은 보도라도 모아 달라"고 했는데요. 공교롭게도 희대의 명장면과 오버랩됩니다.

[최순실/1월 25일 :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어린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그러고,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이런 걸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유라는 제3국 시민권 취득과 관련해 "엄마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며 최순실과 상의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그러면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라도 괜찮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이은 정유라의 발언이 주목됩니다.

[정유라/지난 20일 : (몰타 얘기는 왜 적으신 거예요?) 저 편지에다가 몰타 얘기 안 적었는데… 다른 편지에다가…수고하세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랑 전화한 거 맞아요?) 한…한 차례 했습니다. (무슨 대화 나눴어요?) 1월 1일에 그냥 어머니가 인사하라고 바꿔주셔서… (크리스마스 때 하셨다는 거랑 얘기가 다른데…) 크리스마스 때 했었고요, 1월 1일 날에 했었고 몇 번 했었어요. (그럼 한 차례가 아니네요?) 한 두세 차례 됩니다. 제가 검찰 조사에도 그렇게 말씀드렸고 법원에서도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 취임 전 단 두 번뿐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정 씨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도 여러 번 통화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니까 변호인은 두 번뿐, 본인은 여러 번이라고 하니까 참 이해가 안 됩니다.

그렇다면 정유라가 통화한 건 다른 박근혜였을까요? 우리 국민들 중 박근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501명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문재인 67명, 이명박 9명, 노무현은 22명입니다.

국정농단 사태 후 포털사이트에 이런 고민이 올라왔습니다. "21살 여자입니다. 이름이 박근혜입니다"라는 제목인데요. "남소 받을 때도 께름칙하고 어디가서 이름을 부르면 너무 창피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인지 올 5월까지 서울에서만 18명의 박근혜 씨가 개명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분,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경북 김천시의회 박근혜 의원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무척이나 존경한 부모님이 맏딸인 저를 박근혜 대통령과 한자까지 같은 이름으로 지어줬다. 박근혜 대통령을 닮아가는 모습으로 소신 있게 해 보고자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이 박근혜 의원의 심정,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여당 발제 마무리하겠습니다. < 어리숙한 척하더니…치밀했던 정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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