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완전도서정가제는 추후 검토"

2017. 6. 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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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관 취임 닷새 만에 출판계 만나
'출판시장' 넘어 '지식문화' 창출 뜻 보여
"완전정가제 실시는 폭넓은 동의 있어야"

문체부, 출협의 '진흥원장 퇴진' 요구 공개 안 해
출협 "문체부, 허위로 브리핑했다" 반발

[한겨레]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완전도서정가제’ 시행은 아직 이르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5년 동안 100억원의 출판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콘텐츠 생산 지원책을 약속했다. 출판계는 이 자리에서 출판진흥원장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도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출판산업 관계자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모두발언에서 도 장관은 “인문정신의 기반이 되는 창작자와 출판, 도서관을 살려서 책 읽는 사회를 만들려는 오랜 꿈이 있었다. 여러분이 하는 일이 한없이 소중하고 귀한 일인데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자주 이런 자리를 마련해 소통하면서 출판을 살릴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임 장관이 취임 직후 출판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례적인 일로, 시인 출신 장관의 책에 대한 열정과 출판을 단지 ‘시장’이 아닌 공적 성격을 지닌 지식 문화로 높이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반면 도서정가제를 둘러싸고는 출판계와 정부의 생각 차가 명확했다. 권혁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도서정가제를 완전정가제로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2014년 말부터 강화된 도서정가제는 현재 책값 10% 할인에 5% 간접할인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출판계에선 할인을 없앤 완전정가제 시행을 요구해왔다. 이에 도 장관은 “프랑스도 완전한 정가제는 아니다. 출판 유통계와 소비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추후에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프랑스는 현재 5% 할인과 다양한 예외적 할인을 허용하는 도서정가제를 운용하고 있다.

권 이사장이 “10월 한 달간 진행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이나 4월23일 ‘책의 날’에는 한시적인 할인을 허용하고, 18개월이 지나도 안 팔리는 구간들은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 도 장관은 “구간도서 할인은 도서정가제를 흔들 수 있고, 완전정가제와 한시적 할인은 서로 상충하는 지점이 있어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이 간담회 자리에 나온 이기성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문학계는 블랙리스트로 통제하고, 출판계는 진흥원 장악을 통해 통제했다. 국정원에서 문체부와 함께 제대로 된 출판계 인사는 걸러내고 동아일보 출신인 이재호 전임 원장을 앉히는 등 ‘공작 행정’을 벌인 곳이 진흥원이다. 그런 진흥원장을 간담회 자리에 앉혀놓은 것 자체가 장관이 사안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 출판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도 장관과 이 원장은 윤 회장에 지적에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간담회 내용을 전달하면서 이 대목은 뺀 것에 대해 “문체부가 허위로 간담회 내용을 전달했다”면서 유감을 표시하고, 협회와 출판인회의가 다음주께 공식적으로 진흥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밝힐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 장관은 박근혜 정권 때 벌어진 출판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에 관한 강한 의지를 다시금 밝혔다. 그는 “인생을 쏟아붓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에 대해서 정부가 된다 안 된다 판단하는 것은 직권남용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헌법 위반으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블랙리스트로 불이익받은 출판사와 작가들에 진심으로 위로와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위한 위원회에 출판계에서도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체부는 사실상 검열로 특정 작가와 작품을 배제해 문제가 되었던 세종도서(우수도서)의 경우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관련 단체의 폭넓은 추천을 받아 심사위원 풀을 구성한 뒤 추첨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해 회의록과 심사평 또한 공개하기로 했다. 강일우 창비 대표는 “블랙리스트 등 지난 박근혜 정부의 잘못과 과오를 바로 잡고, 이후엔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출판인들은 △출판 진흥을 위한 민관정 상설협의체 운영 △도서구매비 세제지원 △교육부 등 범정부 차원으로 교육 현장 및 젊은 세대의 독서 분위기 조성 등을 요청했다.

도 장관은 △민관 1대1 투자로 5년간 100억원 지원하는 출판펀드 조성 △2018년 책의 해 지정 추진 △송인서적 부도 사태 방지를 위한 소형서점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보급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백원근 한국출판학회 출판정책연구회장은 “장관이 소비자와 할인판매로 성장한 온라인서점의 의견을 듣다가는 완전도서정가제 실현이 무한정 연기될 수 있다. 정부는 완전도서정가제가 책값 거품을 없애고 출판문화 기반을 든든히 하는 일이라는 철학으로 온라인서점과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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